[미스터 홈즈] 리뷰 - 저무는 역사의 적요한 빛살

  • 엑세니악
  • 2016-06-01 13: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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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홈즈> 6/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세기의 명작, <셜록 홈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 홈즈의 21세기형 정의를 내려 가고 있는 지금, 명배우 이안 맥켈런과 소설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A Slight Trick Of The Mind)>이 만났습니다. 국내판 제목에서부터 연상할 수 있듯, 다름아닌 명탐정 셜록 홈즈의 노년을 다룬 작품이죠. 캡틴 아메리카도 하이드라가 되거늘, 셜록 홈즈라고 노인이 되지 못할 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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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7년,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은퇴 후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황혼기를 보냅니다. 가정부 먼로 부인과 그녀의 호기심 많은 아들 로저만이 그의 곁을 지키는 가운데, 홈즈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은 사건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30년 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마지막 사건과 한 여인. 미제로 남은 사건은 여전히 홈즈의 기억을 사로잡고, 미궁 속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는 인생의 마지막 추리를 시작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건들과 그의 추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추리물 중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을 테죠. 일반인이라면 이해하지도 못할 사건들을 도무지 생각지도 못한 방법과 추리로 해결해나가는 셜록 홈즈의 모험에서는 대리 만족을 넘어선 감정의 정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스터 홈즈>는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대부분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거동에 가물가물한 기억은 기본이요, 둘도 없는 벗 왓슨과 투닥거리던 친형 마이크로프트는 죽은 지 오래입니다. 평생의 숙적 모리어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사건의 해결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기억의 파편을 좇는 홈즈의 모습에선 일말의 연민마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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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미스터 홈즈>는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와 그의 팬들에게 바치는 헌사에 가깝습니다. 홈즈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그에게도 언젠가는 찾아왔을 시기를 담백하게 그려냈죠. 비록 많은 팬들이 바랐을 법한, 늙어서도 번뜩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요. 어쩌면 이 쪽이 결과적으로는 팬들의 더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었을지도요. 하나밖에 없던 동료 왓슨에게도 기행을 일삼던 그가 탐정이 아닌 할아버지로 꼬마아이 로저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느슨해지는 공기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추리 역시 회상을 통한 기억을 통하고 있고,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은 홈즈의 자기만족 이상의 쾌감을 선사하지 않죠. 모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셜록 홈즈 본인마저도 놀라게 할 번뜩이는 추리도 없습니다.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이마저도 놓쳐서도 안 될 하나의 조각이 되겠지만, 그의 이름에 뒤따르는 일반적인 광경을 기대한다면 숙면을 피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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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맥켈런이 연기한 셜록 홈즈의 노년엔 셜록 홈즈뿐만 아니라 이안 맥켈런 본인의 삶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무언가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자신의 역사를 마무리하려 분투하는 모습이랄까요. 그의 연기 덕택에 셜록 홈즈뿐만 아니라 간달프의, 매그니토의 말년 또한 이렇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볼 수 있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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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dd
우워 제목 때문에 글 보는건 처음이네요~
앞으로도 종종...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