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리뷰 - 미움을 증오하고 탐욕을 욕구하는

  • 엑세니악
  • 2016-06-04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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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7/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600만 고지를 눈앞에 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어둑어둑하고 음침한(...) 영화들의 대중성을 치켜올린 가운데, 해당 분류라면 빠지지 않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개봉을 맞이했습니다. 복수 3부작을 비롯한 전작들로 쌓아올린 명성, 화려한 캐스팅, 일찍이 경고된(?) 수위 등 여러모로 영화 팬들의 관심을 그러모은 영화였죠. 칸 영화제에서의 선공개로 더 이상의 기다림을 버틸 수 없었던 나날도 잠시, 마침내 개봉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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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옵니다. 일생을 저택에서 보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하녀는 아가씨의 막대한 재산을 노린 사기꾼 백작이 보낸 한패로, 그녀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드는 목적을 띠고 있었죠. 그렇게 백작의 등장과 함께 서로를 속고 속이게 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두고 있습니다. 중세 유럽의 정신병원과 신분제 등 원작 속 근대적 요소들의 등장을 녹여낼 수 있는 일제 강점기를 극의 무대로 삼았다고 하죠. 전작들에서도 빛을 발했던 색감과 기괴함과 고풍스러움을 오가는 무대는 <아가씨>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행하는 이상 행동의 위화감이 극한으로 치달을 장치들이 화면 곳곳에 자리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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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으로 나뉜 구성은 장마다 그 전까지의 전개를 뒤집는 대담함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메인 포스터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 주인공들의 관계도는 각자의 목적과 공동의 목적에 따라 그 모습을 시시각각 바꾸죠. 그렇게 그들은 관객들은 물론 관계도의 주인공들조차 예상치 못했던 곳에 다다릅니다. 예상과 추측, 음모와 배신의 소용돌이엔 박찬욱 영화 특유의 끈적함이 가득 배어 있구요.

 

 플롯과 캐릭터의 분석적 측면으로 접근하자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곳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구성 쪽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요. 사실 3장에서의 전개는 전반적으로 과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2장에서 벌어 둔 쾌감에 취해, 한 번 뒤집은 판을 다시 한 번 뒤집으며 되려 뻣뻣한 결과를 낳았달까요. 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몇몇 극적 허용과 클리셰들은 일부러 감수하는 듯한(히데코의 술잔, 백작의 담배 등) 모습을 보입니다. 똑같이 일생을 기만과 사기에 몸담은 남녀가 (선악구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혀 다른 의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광경도 마찬가지였구요. 

 

 한국 영화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마지막 장면, 그리고 굳이 한 번 더 보여주는 중반부 장면까지의 수위 높은 베드씬에서도 '굳이?'라는 의문을 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곡성>이 연출상 묘사의 필요성 탓에 관람등급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아가씨>는 정반대의 이유로 관람등급에 연연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선정성과 잔인성 모두 장면의 필요성보다는 연출의 욕구가 앞선,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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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어체와 문어체를 오가는 대사의 톤, 러닝타임과 함께 효용을 급격히 잃어 가는 조연들, 다분히 화제성을 노린 묘사 등 <아가씨>는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심심함을 안겼습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선과 그를 뒷받침하는 연출의 힘은 강렬하디 강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감독의 색과 배급사의 요구가 애매하게 뒤섞인 결과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밋밋한 별점엔 어쩌면 극적 충격의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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