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비 블루] 리뷰 - 붉지 못해 푸르고 명랑하지 못해 우울했던

  • 엑세니악
  • 2016-06-11 16: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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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비 블루> 7/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에단 호크의 신작, <본 투 비 블루>를 관람했습니다. 전설의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이번 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죠. 아쉽게도 많이들 다녀오신 영화제 현장 관람은 실패했지만, 수많은 대작들 사이에서 어째어째 자리를 잡아 준 덕에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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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음색을 지닌 뮤지션 쳇 베이커. 모두가 그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멋모르고 손댄 헤로인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더 이상의 연주마저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의 곁엔 본인 역을 맡아 촬영 중이던 자신의 전기영화에서 상대 배우로 출연한 연인 제인, 그리고 그와 평생을 함께한 트럼펫만이 남아 있죠.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 있었던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됩니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무언가로 자신의 인생을 가득 채우고 싶었던 예술가. <본 투 비 블루>의 쳇 베이커 또한 동종의 전기 영화들이 다루었던 수많은 이들과 흐름을 같이합니다. 날 때부터 뛰어났기에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랑했기에 뛰어날 수 있었던 음악과 함께하는 삶이죠. 비록 엇나간 선택에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음에도 음악을, 연주를 이어나가고 싶었던 그의 열망만은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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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멘 에조고가 연기한 그의 동반자 제인은 관찰자의 시선을 지닌 여주인공입니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부활하는 쳇의 재기를 돕는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을 관객들과 같은 눈높이와 감정선으로 전달하게 되는 인물이죠. 그런 그녀가 겪는 희망부터 좌절까지의 내적-외적 갈등은 예술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의 독백을 대신합니다. 그를 응원한 사람들을 망치고 실망시킨 마약 중독자이자 역사가 기억할 전설의 뮤지션이었지만, 그녀에게만은 사랑하기를 결코 그만둘 수 없었던 한 남자였죠.

 

 러닝타임을, 나아가서는 엔딩 크레딧을 수놓는 곡들은 백 마디 말보다 진한 쳇 베이커의 변명이자 토로입니다. 비록 그의 롤 모델로 묘사되는 찰리 파커의 이름조차 <위플래쉬>에서 처음 들어본 입장에서는 그 감동을 완전히 느꼈다고 말하기 어렵겠으나, 경력은 필요없으니 연주만 하게 해달라며 흘리던 그의 눈물을 대변하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를 완성한 에단 호크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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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잘못된 선택과 실수의 연속으로 떨어져가는 흥미를 음악과 선율로 붙들어 둔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삶과 죽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그의 호흡엔 상당한 여운이 담겨 있습니다. 음악 영화와 전기 영화 사이의 어딘가에서 둘 모두의 미덕을 가져가는 데에 성공했죠. 훌륭한 남자도, 좋은 연인도 되지 못했던 그가 위대한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이유를 발견했다면, <본 투 비 블루>의 존재 의의는 충족된 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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