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 중독

  • Jacinta
  • 2016-06-12 12:40:47
  • 4,479
  • 0
  • 0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사진: 이하 New Real Films

 

 

 

재즈는, 부드럽다, 감성적이다, 섬세하다, 느긋하다, 외롭다, 나른하다, 멜랑꼴리하다, 우울하다, 취하게 한다, 몽환적이다, 중독적이다, 아름답다, 재즈를 듣다보면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질 것 같다,,, 그렇게 재즈는, 깊은 여운을 주는 밤의 음악이다. 스윙재즈의 흥겨움도 있지만 늦은 밤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재즈가 주는 매력, 나른한 우울의 감성이 가득하지만 슬프기보다 중독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재즈.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평생을 약물 중독에 허덕이며 쓸쓸하게 죽은 쳇 베이커의 음악과 삶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독특한 느낌의 영화이다. 실존 인물을 이야기하면서도 허구의 존재와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로 쳇 베이커의 삶과 음악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쳇 베이커, 그의 삶에서 재즈를 빼놓을 수 없듯이, 긴 그림자처럼 평생을 지배한 약물 중독,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재즈 음악을 선보였지만 그의 삶은 약물로 얼룩진 진흙탕과 같다. 흑인이 주류를 이루던 재즈 세계에서 늘 묘한 열등감에 시달렸던 그는 헤로인의 힘으로 놀라운 재즈 음악을 선보였고, 음악을 끊을 수 없듯 약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단번에 수락하고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쳇 베이커를 연기한 에단 호크는 상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쳇 베이커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얼마 전 봤던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에서 배우로서의 고민을 토로하던 에단 호크는 본 투 비 블루에서는 쳇 베이커가 다시 돌아온듯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내내 그에게 빠져들게 했다. 아이처럼 순수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늘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의 시선은 마약과 재즈 없이 살 수 없었던 쳇 베이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재즈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 뒤쳐지지 않으나 그가 원하는 완벽한 재즈를 하기 위해선 어디엔가 중독될 수 밖에 없던 불우한 아티스트, 에단 호크가 아니고 누가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본 투 비 블루는 쳇 베이커를 이야기하는 영화이지만 에단 호크란 배우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실제 삶에 영감을 받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소설에 가까운 본 투 비 블루는 1950년대 재즈 음악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보냈던 쳇 베이커가 지나친 약물 중독으로 서서히 쇠락해가고 있던 1960년대 중반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약물중독으로 엉망진창 삶을 이어가던 쳇 베이커는 갑작스런 사고로 트럼펫 연주가로서 치명적인 앞니가 모두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영화는 실제의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끔찍한 사고 이후 유일하게 그의 곁에 남은 연인의 보살핌과 헌신으로 다시 트럼펫을 연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쳇 베이커가 약을 멀리하고 깊이 빠져든 연인 제인은 실제 그가 살면서 만나온 여자들의 여러 모습이 겹쳐진 허구의 인물이다. 제인이란 가상인물의 등장으로 쳇 베이커의 삶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고비를 극복하는 과정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제인과의 로맨스는 쳇 베이커 음악이 가진 서정적인 낭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음악 외에 어디엔가 늘 중독될 수 밖에 없던 쳇 베이커의 불안정한 내면의 또 다른 면이기도 했다.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 집중할 대상이 필요했던 그는 약을 중단해야 되는 상황에서 함께 연기했던 여배우 제인에게 빠져든다. 마약으로 음악에 집중할 수 없던 그에게 사랑은 또 다른 중독의 대상으로 다시 트럼펫을 연주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쳇 베이커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 연인의 헌신이 처음으로 사라진 날, 중요한 공연을 앞둔 그는 결국 약을 찾게 된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그에게 약은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공연을 위한 최고의 도구였고 사랑은 약물만큼 완벽하지 못했다. 

씁쓸한 여운으로 끝나는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미스테리한 죽음으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쳇 베이커의 불안한 삶의 여정을 닮은 듯 하다.

 

 

1191d1f84b432773dbdbe88a39f2a999_1465702
 

 

영화 외적 이야기1: 로버트 뷔드로 감독은 본 투 비 블루를 감독하기 전 이미 한 차례 쳇 베이커의 삶을 영화로 만든 적이 있다. 2009년 연출했던 단편영화 'The Deaths of Chet Baker'는 노년기의 쳇 베이커의 모습을 그렸고, 당시 쳇 베이커를 연기했던 배우는 본 부 비 블루에서 쳇 베이커의 아버지로 등장한 배우 Stephen McHattie​이 연기했다.

영화 외적 이야기2: 영화에서 에단 호크의 실제 트럼펫 연주가 등장하는 부분은 앞니가 부러지는 사고 이후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없던 장면이다. 하지만 노래하는 모습은 모두 에단 호크가 쳇 베이커의 음색을 연구해 부른 실제 그의 목소리이다.

 

 


 

쳇 베이커하면 떠올리게 되는 My Funny Valentine.

 

 

 

영화의 마지막 공연, 쳇 베이커하면 떠올리는 중독으로 가득찬 삶을 압축적으로 잘 드러낸 장면이다. 

 

 

 

네이버밴드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