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포니아(Francofonia) 역사 속에서 예술의 의미를 묻다

  • Jacinta
  • 2016-06-22 21: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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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루브르박물관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랑코포니아(Francofonia)'. 다큐멘터리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담아낸 보통의 다큐멘터리와는 그 색이 무척 다르다. 현실과 과거, 허구적 재연이 뒤섞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철학과 역사가 공존하는 에세이 같기도 하다. 평범하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본다면 프랑코포니아는 첫 시작부터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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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포니아의 극중 흐름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영화 전반을 주도적으로 화자이자 거대한 바다 폭풍을 만난 컨테이너선 선장과 교신하는 감독의 나레이션. 그의 나레이션은 역사 속에서 예술이 지닌 의미를 루브르박물관의 지난 발자취를 통해 되새기며 끊임 없이 묻고 묻는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의 약탈 위험에서 살아남은 루브르, 그 뒤에 숨은 뜻밖의 조력자(이 부분이 궁금해서 본다면 분량은 생각보다 미미함)의 이야기는 일요일 오전 TV프로그램을 보듯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극적 재미를 전달한다.
한편 영화 도중 수시로 등장하며 혼잣말을 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조적인 두 인물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프랑코포니아의 숨은 의도이자 핵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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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인물, 마리안느와 나폴레옹, 그들은 전혀 다른 가치관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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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란 유명한 작품에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 마리안느는 자유, 평등, 박애로 여겨지는 프랑스 혁명정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유, 평등, 박애를 계속해서 읆조리며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반면 작은 체구에도 유럽을 지배한 프랑스 지배자로 유명한 나폴레옹, 그가 재임하던 시절 루브르박물관은 지금의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틀을 갖게 된다. 전쟁을 통해 얻은 수많은 전리품들로 채워진 루브르, 나폴레옹은 유령처럼 루브르에 남아 자신의 위대한 전리품을 자랑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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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수많은 예술은 승리국의 전리품 신세로 전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치의 점령이 한창이던 시절, 유럽의 많은 곳이 파괴되던 가운데 프랑스 파리는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일종의 안전지대였다. 루브르박물관은 비록 나치군의 점령하에 놓였지만 나치의 약탈로부터 무사했다. 숨은 조력자의 노력도 있었지만 파리는 분명 달랐다.

루브르와 대비되는 사례로 러시아(볼셰비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한다. 나치에 의해 철저히 짓밟혀 수많은 사람이 죽고 도시기능이 무너졌던 그곳은 박물관 역시 빈 액자만 공허하게 남을 정도로 전쟁의 잔혹함이 휩쓸고 지나갔다. 루브르와 달리 나치에 의해 잔인하게 약탈당한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소장했던 예술품은 있었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전쟁은 이렇듯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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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직접적인 폭격은 없었지만 루브르 역시 위험할 수 있었다. 전쟁의 폭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일찌감치 안전지대로 옮겨졌던 예술품은 이후 파리를 점령한 나치 고위관계자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 있었지만, 당시 유럽지역 예술작품을 담당했던 나치 메테르히니 백작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루브르의 수많은 작품을 한낱 수집품으로 빼앗기지 않게 지켜냈고, 당시 행정 기반이 남프랑스로 옮겨지고 볼셰비키와 달리 나치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행정부시절 루브르박물관 관장 자크 조라르는 파리에 남아 암묵적인 협력으로 루브르를 지켰다. 이 두 사람의 공로는 전쟁 이후 훈장도 받을 만큼 인정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가 자크 조라르는 모든 기록에서 사라지고, 메테르히니 백작은 이탈리아로 옮겨 그 곳에서 남은 평생을 살며 많은 사람들의 애도를 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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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이집트 고대유물관,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 루브르박물관의 유명 작품을 돌아보는 가운데 끊임없이 등장하는 나폴레옹과 마리안느를 통해 루브르의 양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루브르박물관은 수많은 예술작품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이자 세계유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쟁 승리국의 전리품이라는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 

한 국가의 문화와 예술은 전쟁의 승패에 따라, 나라의 힘에 따라 운명이 다르게 흘러간다. 나치에 점령당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유럽을 지배할만큼 강했던 프랑스는 루브르라는 세계적인 박물관을 갖게 됐고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루브르에 전시된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연중 찾아든다. 루브르에 전시된 예술작품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지만 예술을 예술로만 보기에는 불편한 현실이 분명 존재한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은 루브르박물관을 통해 역사 속에서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던 예술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시각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예술의 모습만을 감상하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여운을 남겨뒀다.

실험적인 전개와 불친절한 화법으로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예술의 가려진 의미를 찾아내듯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낯선 다큐멘터리 영화 '프랑코포니아'의 숨은 조각들을 끼워맞추며 보는 재미를 느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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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dd
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disegno
이분 참 자신의 조국의 문화유산 특히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신듯... 예전 작품은 보지 못했지만 루브르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도 곳곳에서 그 애정이 드러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