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리뷰 - 지금의비밀은그때도없었다

  • 엑세니악
  • 2016-06-27 17: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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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5/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나쁜놈은 죽는다>로 근 2년 동안 아쉬운 필모그래피를 달려 온 손예진, 가장 최신작은 나쁘지 않게 본 <좋아해줘>임에도 실망을 금할 수 없었던 그 전작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의 이미지가 더 짙게 남아있는 김주혁. 그 둘이 <비밀은 없다>에서 만났습니다. 조만간 개봉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표를 구매하며 개봉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영화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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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과 그의 아내 연홍.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됩니다.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남편과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한 연홍은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합니다. 단서를 좇으면 좇을수록 자신이 그렇게 아끼던 딸이 사실은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반복되는 충격적 진실 속에 연홍의 조사는 더욱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무려 8년 동안의 탈고를 거쳐 제작되었다는 <비밀은 없다>는 실로 실험적인 전개 방식으로 그 세월의 노고를 증명합니다. 러닝타임의 그 어떤 순간에도 단순함과 느슨함을 보이지 않으려 무던한 애를 쓰죠. 흥미와 관심이 조금이라도 벗어날라치면 끊임없이 새로운 떡밥 내지는 눈 돌아가는 카메라 연출을 들이대며 지속적인 눈길을 갈구합니다. 사건의 해결보다도 이 사건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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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정신없는 흐름은 스릴러부터 코미디까지의 다양한 장르적 색채를 녹여낸 공기와 달라붙어 기존 장르물과의 위화감을 더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집중하게 되는 곳은 실종된 딸을 둘러싼 사건의 해결일 텐데, 여기는 <비밀은 없다>의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기도 하죠. 보통 이처럼 미스터리한 전말을 다룬 작품들은 초중반부에 복선과 단서를 비롯한 퍼즐 조각들을 얼마나 영리하게, 얼마나 절묘하게 늘어놓느냐에 따라 감상이 좌우되고는 합니다.

 

 그러나 <비밀은 없다>는 연출상의 자신감에 취해 과하고 또 과한 움직임을 보이고 맙니다. 관객들에게 모두를 의심하라 강요하며 수없이 많은 조각들을 쉴새없이 꺼내놓죠. 쉽게 말해 같은 단서를 두고 여러 정답을 유추해낼 수 있는 <인셉션>이나 <곡성>과는 정반대의 구조입니다. 정답은 하나인데도 그의 유추를 방해하는, 종국에는 수거조차 되지 않는 떡밥들로 관객들의 머릿속을 흐려 놓는달까요. 이 조각들의 충돌 탓에 사건의 종결 뒤에도 의문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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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과정부터 각 캐릭터의 개성까지, 대부분의 구성 요소는 이 '과함'에 희생당합니다. 드러난 전말에 맞춰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과 대사들이 여운을 방해하죠. 때문에 캐릭터의 매력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완성되지 않구요. 왜인지 수많은 영화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한국어 대사 사이에 튀어나오는 영어 대사의 숨막히는 오글거림은 덤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결과보다도 목적과 시도 자체의 의의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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