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의 아이들이 카펜터의 괴물을 만났을 때

  • 빈상자
  • 2016-08-03 19: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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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거나 이야기를 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과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연결고리이며, 어른들에겐 자신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상기시켜준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선하다는 대중의 동의와 닿아있다. 그런 그의 '아이들 활용법'이 수많은 관객들과 팬들을 불러들인 것으로 미루어본다면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에 대한 성선설을 믿고 있나보다.  

 

돌이켜보면 80년대에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그러면서 어른들도 보는) 영화들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왠지 지금의 영어덜트young adult 영화들의 홍수처럼). 그 원인은 <스타워즈>를 뛰어넘은 <E.T.>의 대성공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영화들을 무척이나 즐겼다. <E.T. (The Extra-Terrestrial,1982)>부터 <구니스(The Goonies, 1985)>, <네버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협곡의 실종(Flight of the Navigator, 1986)>, <최후의 스타파이터(The Last Starfighter, 1984)>, 그리고 <그렘린(Gremlines, 1984)>까지.  

 

시간이 흐르고 이제 나는, 이젠 스필버그의 엘리엇보다 차라리 린 램지의 케빈(<케빈은 12살>이 아니라 <케빈에 대하여>의 그 케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믿고 있는 (타락하고 회의적인)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에 따라 더 이상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탐험이나 여정 따위에 나서는 영화들은 피하게 되었다. <휴고(Hugo, 2011)>나 <슈퍼 에이트(Super 8, 2011)>와 같은 재앙을 생각한다면 이는 다소 안전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놓은 나만의 꽤 확율 높은 일반화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타락하고 회의적인 어른이 된 나의 취향문제이기도 하지만) 

 

 

e54fb0a747f7f1a578c9608550d9703b_1470219Stand by Me, Rob Reiner, 1986e54fb0a747f7f1a578c9608550d9703b_1470219

 Stand by Me, Rob Reiner, 1986 

 

넷플릭스의 새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2016~)>의 빈지와칭을 시작하기 전날, 나는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 1986)>를 다시 찾아보았다. 그래, 위의 영화들과 함께 80년대의 대표적인 아이들 영화로 거론해야됐을 영화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스탠드 바이 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아이들 영화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에는 (놀랍게도) 무서운 캐릭터도 초자연적인 현상도 없다. '시체(The Body)'라는 원제가 오해를 주겠다 싶을 정도로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4명의 아이들이 시체를 구경하겠다고 여정을 떠나는 것이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e54fb0a747f7f1a578c9608550d9703b_1470219Stranger Things, Netflix,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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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r Things, Netflix, 2016~ 

 

 

<스탠드 바이 미>처럼, <기묘한 이야기>는 네 명(관점에 따라 5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피한다'는 나의 '배팅기준'을 생각한다면 <기묘한 이야기>에 내가 빠지게 된 것 자체가 기묘한 일이기도 하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아이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스탠드 바이 미>가 그랬던 것처럼 내게 복잡한 감정을 주었다. 시시콜콜한 것이 원인이 되어 싸우다가 금방 화해하고 키득거리거나, 말도 안되는 상상력으로 일순간 어이없는 실소를 하다가 결국 소리를 내면서 웃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스탠드 바이 미>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겐 녹녹치 않은 현실이 가까이 있다. 작고 폐쇄적인 마을, 이혼한 부모, 잃어버린 형제, 통제만하려는 어른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아이들. 그리고 아마도 <기묘한 이야기>에 내가 빠져든 결정적인 이유는 <E.T.>의 엘리엇 일당처럼 노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 아이들의 드라마가, 스필버그의 영화보다는 존 카펜터의 영화를 더 많이 닮은 듯해서인 것 같다. 마치 <스탠드 바이 미>의 아이들이 <캐리(Carrie, 1976)>와 <괴물(The Thing, 1982)>을 (그 외 'Alien','Firestarter','Poltergeist' 등등) 만난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의 일상을 뒤집어 놓는 '기묘한 일들'은 아이들의 판타지보다는 악몽에 가깝다. 악몽같은 어린 시절이라니. 타락하고 회의적인 어른에게 (다들 좋고 순수한 시절이었다고만 말하는) 어린 시절에 대한 복수로 이만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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