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뷰 - 신이여, 퀸을 구하소서 (God, Save the Quinn)

  • 엑세니악
  • 2016-08-04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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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4/10

*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어인 운인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했던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미리 만나보고 왔습니다. 기존의 공식 개봉일이었던 4일로부터 하루 땡겨진 내일의 전야 시사였죠. 조조를 고려하면 일반 관객들보다 12시간 정도 먼저 관람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언론 시사회도 어제 진행하는 등 꽤나 빡빡한 일정으로 공개된 작품이었습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4DX 포맷이었다는 데에서 의의를 더해볼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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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의 죽음 이후, 미 정부는 초월 인간들인 메타휴먼(Metahuman)의 등장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들어갑니다. 이에 정부 측 요원 아만다 월러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바로 '태스크포스 X'였죠. 이 프로젝트는 자신의 능력을 불온한 곳에 사용했던 메타휴먼들과 1급 악질 정신병자 내지는 범죄자들로 구성한 특공대를 골자로 합니다. 그렇게 언제 어디서 써먹어도 불리할 땐 죽이거나 내버리면 그만인, 소위 '자살 특공대(Suicide Squad)'가 탄생하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실패(사실상) 이후 팬들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였습니다. DC판 <어벤져스>인 <저스티스 리그>와 직접적인 줄기를 같이하는 영화가 아니었던데다, 언급한 두 영화를 망친 주역으로 등극한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하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이유가 컸죠. 또한 미리 공개되었던 예고편들은 기존의 두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무게감으로 어쩌면 DC의 판세를 전환할 승부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샀습니다.

 

 그런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갖고 있는 숙제는 명백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때야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은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라 해도 범지구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었죠.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달랐습니다. 조커를 제외한 할리 퀸, 데드샷, 인챈트리스, 킬러 크록 등은 코믹스 팬이 아니라면 꽤나 생소한 캐릭터들이었고,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진 또한 윌 스미스 정도를 빼면 인지도가 그닥 높다고는 할 수 없었죠. 마블이 잘 보여주고 있듯, 수퍼히어로 세계관에서 단일 영화의 각본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하나하나의 캐릭터 그 자체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 새로운 인물들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첫 번째 자리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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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만다 월러의 프로젝트 소개와 함께하는 오프닝은 영화 또한 이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각 인물들의 활약상이 담긴 컷을 적극 활용해 이들의 개성과 능력을 어필하죠. 여기서 컷의 길이는 극중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비중에 비례합니다. 백발백중의 명사수 데드샷, 정신과 의사에서 조커의 연인으로 거듭난 미치광이 할리 퀸,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을 건드려 마녀가 된 고고학자 인챈트리스, 특공대를 지휘하는 정부 측 군인 릭 플래그 정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구요.

 

 가장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플롯 그 자체였습니다. 놀랍게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단 한 개의 사건만으로 극을 지탱하려 시도하죠. 특공대의 창설과 동시에 그들에게 떨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로 122분의 러닝타임을 꾸려갑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서서히 깊어져 가는 팀원들의 유대감이나 자그맣게 출발해 조금씩 번져나가는 인물 관계도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로 처음 만난 최악질 악당들이 유대감을 공유하며 인류를 수호하고 인도적 가치를 우선시하다니요!

 

 이 단 한 사건의 무대마저도 허술하기 그지없습니다. 특공대가 제 때 꾸려진 것이 천만다행인 타이밍 선정은 그렇다쳐도, 조커도 아만다 월러도 아니었던 메인 악당은 심각한 밸런스 붕괴를 무릅쓰고 주인공들과 억지 대결 구도를 만들어나가죠. 마블에 비유하자면 비전과 스칼렛 위치가 어벤져스 멤버들과 싸우는 꼴이랄까요. 손만 까딱하면 나가떨어질 주인공들의 비위를 맞춰 주려 백방 노력하는 광경은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이 거대한 지구적 위협에도 부재 중인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의 핑계는 무엇일지도 궁금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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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세계관 공유를 위한 캐릭터 형성이라도 잘 되어 있었을까요? 첫 숟갈에 실패해도 언제든 속편에, 혹은 다른 줄기 영화에 조연으로 끼워넣을 여지는 남아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가능성의 확보겠죠.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 캐릭터들을 전부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키워드는 '1차원'입니다. 제아무리 캐릭터가 많아 설명할 시간이 제대로 없었다 한들, 오로지 단 하나의 존재 이유와 개성만을 반복 주입시키는 접근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11살 딸 생각뿐인 데드샷, 조커와 함께하고 싶은 할리 퀸, 힘을 온 세상에 풀어놓으려 하는 인챈트리스, 특공대를 이용해 먹으려는 아만다 월러, 죽어도 주변 사람들을 해치는 자신의 저주이자 능력을 쓰기 싫은 엘 디아블로 등. 어쨌든 안 하면 죽인다고 해서 시작한 작업의 박차로 작용하는 각 캐릭터들의 개성은 지속적인 동어 반복으로 후반부 급작스레 형성되는 정의감과 유대감을 더욱 의아하게 만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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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중에서도 할리 퀸과 더불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대하게 한 장본인들 한 명인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실망의 절정입니다.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의 명성을 이을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던 그는 '할리 퀸 남친' 이상도 이하도 아닌 비중과 존재 이유에 갇혀 모든 잠재력을 내려놓죠. 특공대와 악당의 대결을 다루는 메인 줄거리와도 동떨어져 굳이 등장하지 않았어도 될 자리에 영화의 때깔을 위해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평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차라리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트맨 솔로 영화에 처음 투입시켜야 했죠.

 

 홍보 단계에서도 누구보다 큰 인기를 차지했던 할리 퀸은 매력 발산의 기회를 끊임없이 맞이합니다. 한낱 정신과 의사가 정신 개조 좀 당했다고 해서 최정예 군인 못지않은 전투력을 갖추는 과정이야 눈감아주겠지만, 할리 퀸을 간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그닥 숨기지 않는 각본은 과하다는 인상이 강하죠. 그녀의 광기를 드러내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 난 꼴입니다. 물론 그렇게 형성되는 할리 퀸의 가능성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캐릭터들 중 가장 방대하나, <배트맨 대 슈퍼맨> 때와 마찬가지로 DC의 조급함이 한껏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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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남긴 족적은 할리 퀸이 전부입니다. 할리 퀸이 그만큼 훌륭했다기보다, 그를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들이 기대를 한참 밑돈 탓입니다. 뻔하게 시작해 유치하게 끝나는 극은 적어도 스케일과 비주얼 면에서는 거대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과 비교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는 볼거리를 만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단일 영화의 구색을 갖추는 데에도, 인기 캐릭터의 성공적인 실사화에도, 세계관 조각의 기능 수행에도 실패하며 부정적 가능성을 빠짐없이 달성하죠. 이제 공포와 경계의 대상을 잭 스나이더라는 이름에서 DC라는 로고에 옮길 때가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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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었죠.....ㅠㅠ 절반을 얼마나 흉악한 악당들인지 설명하다가 후반부엔 신파의리애정물로 마무리지었으니..... 리뷰 감사합니다~
DC의 미래는 오늘도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