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배트맨 무비>는 <레고 무비>(2014)에 이은 워너의 레고 시네마틱 유니버스 두 번째 영화다. <레고 무비>가 새롭게 시작한 워너 애니메이션 그룹의 희망이었고 동시에 좋은 출발점이었다면, <레고 배트맨 무비>는 그들의 발판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상 최악의 사고율을 자랑하는 고담의 고독한 히어로 배트맨. 수많은 악당들을 상대하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배트맨은 외롭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모난 성격 탓에 가족과 친구들이 없던 배트맨에게 ‘로빈’이 입양되고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 ‘바버라 고든’이 나타나면서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배트맨은 조커의 최악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혹자들은 <레고 배트맨 무비>가 아이들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전 레고 영화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영화였다. 그 영화들은 극장에도 걸리지 않고 바로 DVD로 제작되었다. <레고 배트맨 무비> 역시 기본적으로 광고영화(혹은 광고성이 유독 높은 영화)다. 하지만 키덜트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현재에는 레고 무비는 다른 타겟을 잡을 필요가 생겼다. 이제는 아이와 성인 모두를 아우르는 영화제작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레고 배트맨 무비>의 타깃은 성인이다. 음악에서도 느껴지는데, 영화에 나오는 Hary Nilssom의 One(1968), Cutting Crew의 Died In Our Arms(1986), Michael Jackson의 Man In The Mirror(1988) 등은 성인층에 반가운 음악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는 성공적이다.

 

 

스토리는 진부하다. 많은 아이와 성인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진부한 스토리가 알맞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힘은 풍자와 패러디다. 영화는 시작부터 제작사 워너 브로스와 DC를 풍자한다. 또한, 배트맨 역사를 훑으며 스스로 풍자하기 바쁘다. 자신의 흑역사를 보여주고, 90년에 걸쳐 생긴 어쩔 수 없는 설정 오류들을 언급한다. 배트맨의 목소리는 원작 시리즈의 스타일인 케빈 코로이가 아닌 크리스찬 베일의 톤을 사용한다. 원작 팬들이 지적하는 크리스찬 베일의 긁는듯한 톤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풍자는 답답했던 워너와 DC를 원망하던 이들에게 재미를 준다.

여러 가지 패러디들도 등장하는데, 다크 나이트의 BGM이 계속 나오고 배트맨이 보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나오는 대사는 하필이면 “너는 날 완전하게 해”(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하는 대사)다. 영화에 나오는 사우론, 볼트모트, 티라노사우루스, 조스, 킹콩, 스미스 요원, 고질라 등이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빌런들이라는 점은 <레고 배트맨 무비>가 성인을 타깃으로 했음을 보여준다. 풍자와 패러디는 전작 <레고 무비>에서도 드러났던 지점이다. 하지만 <레고 무비>는 스토리에 더 신경을 썼다면, 이번은 풍자와 패러디를 통한 유머에 더 신경을 썼다. 이는 감독과 제작진이 풍자와 패러디로 유명한 인형극 애니메이션 시리즈 <로봇 치킨>에 참여한 경력 덕분이라 생각된다.

 

 

적절하게 배치되어 작동하는 풍자와 패러디 덕에 <레고 배트맨 무비>를 재미있게 본 성인이라면 레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광고영화는 사실상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