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는 개인성을 삭제하고 얻은 보편성으로 인해

누구의 연애에도 들어갈 수 있는 단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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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주연의 하이바이는 남녀와 만나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 메커니즘 중의 하나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서로의 어떤 점에 끌려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 걸까.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그러므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그 중 하이바이가 보여주는 지점은 ‘보편적 변화‘다.

 

(영상:미니시네마)

 

영화 속에서 남자주인공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 여자주인공과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한량처럼 지내고, 술을 좋아한다. 그러한 무 변화에 의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변화했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을까? 알 수 없다. 오히려 변화 때문에 헤어졌을 수도 있다. 반대의 관점에서 말하면 변화한 것은 여자다. 영화가 비추는 지점은 무변화이지만, 만약 변화를 비췄다면 변해버려 떠나버리는 여자를 말하는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 결국에 변한 것은 그들의 관계다. 누가 변했든 변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변해버리는 것은 관계뿐이다. 연인의 관계에서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든 결국에 가지는 결과는 관계의 변화다. 그리고 영화는 그 관계의 변화를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유행가는 가끔 들으면 유치하다. 사람의 깊은 속을 탐구하거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 따위는 없다. 하지만 유행가들은 개인성을 철저히 삭제한 뒤 보편적인 감정을 말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유행하게 된다. 한정된 시간을 가진 단편영화인 하이바이는 객관성을 가지려고 개인성을 과감하게 삭제하였다. 이름도 있지 않은 캐릭터 둘만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사정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왜 그 목걸이가 중요한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단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인성이 부정당한 단상이기 때문에 도리어 많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보편적이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일단 평범하고 단조롭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영화나 문학 등의 문화콘텐츠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편적이라는 것은 가장 정확한 느낌일 수도 있다. 가장 정확하고 명확해서 많이 쓰였고 그에 따라 보편성을 취득하였을 테니까. 이 영화의 주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성을 삭제하고 얻은 보편성으로 인해 누구의 연애에도 들어갈 수 있는 단상이 되었다.

 

(영상:미니시네마)

 

영화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교차편집이다. 영화는 교차편집으로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켜가면서 시간을 아끼고 주제를 명확하게 만든다. 교차편집을 통해 무엇이 변하였는지 혹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편집을 통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영상의 온도 차는 배경 및 연기, 영상의 톤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고은의 연기와 외모는 이러한 온도 차에 적합하다. 김고은의 연기와 얼굴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김고은은 우리에게 자신이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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