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옥돌

 

 

어른들은 말한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렇지, 10대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10대의 삶은 마냥 찬란하고 빛나기만 할까? 여기 다양한 10대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들이 있다.

 

 

 

1.블링 링 (2013)

 

이미지: A24

 

[블링 링]은 1년여 동안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무려 300만 달러(약 34억 원)에 이르는 현금과 명품을 훔치면서 ‘블링 링’이라 알려진 다섯 명의 10대들의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 L.A 할리우드 힐즈, 고등학교에서 ‘패션’이라는 관심사로 가까워진 마크(이스라엘 브루사드)와 레베카(케이트 장)는 패리스 힐튼이 각종 행사와 파티로 집을 자주 비운다는 점을 노리고, 무단으로 침입해 각종 명품을 훔쳐오는 데 성공한다. 그들의 타깃은 행사와 파티 참석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었다. 여기에 니키(엠마 왓슨)와 샘(테이사 파미가), 클로에(클레어 줄리엔)가 합류하면서 범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10대들은 실제로 패리스 힐튼, 레이첼 빌슨, 올랜도 블룸, 메간 폭스, 린제이 로한 등의 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다. 범행 현장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그들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고, 검거 후 재판에 회부된 그들에게 모두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실제 ‘블링 링’ 멤버 중 한 명인 닉은 이 엄청난 사건을 벌인 이유에 대해 “정말로 그냥 훔쳤다.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레이첼이 명품을 원했고, 예쁘게 보이길 원했기 때문이다.”라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매혹당한 사람들]의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을 맡았다.

 

 

 

2. 디스 이즈 잉글랜드 (2006)

 

이미지: 백두대간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1980년대 영국 노팅엄셔(Nottinghamshire)를 배경으로 영국 하층민이 직면한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영화는 주인공 ‘숀’의 시선을 따라 당시 런던 청년 노동자 집단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던 ‘스킨헤드(skinhead)’를 조명한다. 극단적 정치 이념으로 무장한 이들은 특히 파키스탄계 이민 집단에게 폭력과 차별을 서슴없이 자행하며, ‘영국인의 영국’과 애국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주인공 ‘숀’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기에 포클랜드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놀림과 따돌림으로 외로운 삶을 살던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스킨헤드의 일원으로 합류한다. 어린 숀에게 스킨헤드 일당이 내세우는 정치 이데올로기는 매력적이다. 숀은 매일 마주하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탄압하는 방법으로 우월감과 뒤틀린 정의감을 느낀다.

숀과 스킨헤드 무리의 표적은 이민자였다. 숀은 결국 스킨헤드의 폭력에 환멸을 느끼고 잉글랜드 국기를 바다 속으로 던진다. 영화는 차별로 인한 갈등과 비극을 그린다. 제목처럼 이것이 (일부일지라도) 영국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3. 판타스틱 소녀백서 (2000)

 

이미지: (주)시나브로 엔터테인먼트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대니얼 클라우즈의 만화 [고스트 월드]를 원작으로 한다. 고교 졸업반 이니드와 레베카는 시니컬한 단짝이다. 미술과목 과락을 맞아 여름학기 수업을 재수강을 해야 하는 이니드는 세상 모든 것에 심드렁하다. 가시 돋친 독설 천재 이니드는 단짝 친구 레베카와 함께 구인 광고 보고 장난 전화하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골탕 먹이기, 음식점 직원 놀리기 등 끊임없이 세상에 시비를 건다. 이니드는 레베카와 함께 집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그러나 독립하기 위해 스낵 바에 취직한 이니드는 하루 만에 해고당한다. 결국 혼자 돈벌이에 나선 레베카와의 사이에도 균열이 생긴다.

이니드와 레베카는 평범한 10대 소녀와는 다르다. 그들은 외모나 인기로 고민하지 않으며, 오히려 또래문화에 조소를 보낸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를 보다가 이니드와 레베카의 모습에서 자신의 10대 시절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레베카 역을 맡은 시니컬한 스칼렛 요한슨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4.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1995)

 

이미지: Sony Pictures Classics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미국 뉴저지의 교외 지역, 못생겼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여중생의 지긋지긋한 사춘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천사처럼 예쁜 여동생과 모범생인 오빠 사이에서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주인공 돈(헤더 마타라쪼)에겐 집과 학교생활 모두 녹록치 않다. 아이들은 돈을 놀림거리로 여기고, 엄마는 여동생과 오빠에게만 관심을 줄 뿐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토드 솔론즈가 감독을 맡았고 1996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미운오리새끼 신세의 10대 여학생의 사랑에 대한 환상과 친구, 가족으로부터 겪는 성장통을 과장 없이 그린 수작이다.

 

 

 

5.폭스파이어 (2012)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폭스파이어]는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시절, 꿈에서 소외당한 10대 소녀들의 위험한 성장담을 다룬 작품이다. 사회 상위 계층과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10대들이 세상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사실적이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영화 [폭스파이어]는 여성의 심리를 치밀하고 탁월하게 묘사하는 글로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인들이다. 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를 마치 실제하는 듯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경고문과 함께 자신들을 괴롭히던 남자들을 제압하는 등, 그들의 행동은 점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진다. 영화 [클래스]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반열에 선 로랑 캉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