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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파이트’, 가장 선동적인 TV 속 여성의 분노

 

written by 안젤리나 제이드 바스티앙

translated by 겨울달

 

 

출처: CBS All Access

[굿 파이트] 시즌 2 – 12번째 에피소드에서 개성 강한 판사 중 한 명인 수잔 모리스(제인 알렉산더 분)는 아주 짧은 순간에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영리하게 이 이야기의 주제를 환기시킨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건 여전히 사실이지만, 이 방 안에서 여러분은 군주제 사회에 있는 겁니다.” 모리스 판사는 자신을 이겨보려는 이민세관 집행국 요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리스 판사는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통제하며, 자신의 분노를 연료로 사용해 자신이 목표한 일을 성공시킨다.

 

이 장면은 [굿 파이트]가 정말 영리하게 시청자를 유혹하는 드라마임을 잘 보여준다. 쇼러너 미셸 & 로버트 킹은 지금까지 화려함으로 가득한 즐거움의 보물창고를 제대로 사용해 왔다. 사기꾼의 혀를 단 듯 말하는 캐릭터, 인물의 진화를 친절히 드러내는 멋진 의상,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매끄러운 말솜씨, 화려한 세트장과 배우의 신체적 특징을 잘 활용하는 영리한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흐름보다 앞선 주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도록 한다. 지금의 절망적인 문화적 환경 속에서 여성의 분노가 보이는 친밀하면서도 정치적인 모습들 말이다.

 

[굿 파이트]는 시즌 2에서 개인의 안녕과 자율성에 적대적인 지금의 미국에서 여성의 분노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더 깊게 탐구한다. 킹 부부는 표면적인 주인공 마이아 린들(로즈 레슬리 분)을 주변으로 보내고, 다른 캐릭터가 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주목받도록 한다. 다이앤 록하트(크리스틴 바란스키 분)는 충성심 가득한 민주당 지지자이자 지금까지 여러 장애를 무사히 넘긴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변호사이지만, 현재의 무시무시하고 괴상한 정치적 환경에 완전히 절망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 시즌은 현대 미국의 정치 상황의 초현실적인 면을 바라보게 하는 달콤한 유혹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이민세관 집행국의 과도한 간섭, #미투 운동의 복잡성, [환상특급] 수준으로 터무니없는 지금의 백악관의 모습을 바란스키의 환상적인 연기로 보여주었다. [굿 파이트]는 여성의 분노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 이질적인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다른 드라마는 해낼 수 없는 방식으로 현대의 정치적 삶에 질문을 던질 불굴의 활력과 지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비욘세의 코첼라 페스티벌 공연부터 [핸드메이즈 테일]의 끔찍한 디스토피아까지, 올해의 반이 지나가는 지금 여성의 분노는 대중문화에서 신성한 주제가 되었음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분노는 [굿 파이트]에서도 중요한 힘이다. 이 드라마의 모든 여성들은 어떤 전환점을 맞고, 생존을 또는 열망을 위해서 가끔 자신의 길을 고통스럽고 격렬한 방식으로 재조정한다. 마이아의 기억은 부모가 매도프 같은 폰지 사기를 일으킨 걸 알았을 때 느낀 절망으로 불안정하다. 로펌의 초임 수사관 마리사(사라 스틸 분)는 나이 많은 남성 동료들에게 묵살당하고 무시당한다. 로펌 파트너 애드리안 보스먼(델로이 린도 분)의 전처 리즈 로렌스(오드라 맥도널드 분)는 검사를 그만두고 합류해 불의에 끊임없이 맞선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에피소드 9에서 로펌이 도널드 트럼프의 ‘오줌’ 테이프를 발견하고 영상 속 러시아 여성 한 명이 진실과 자유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이 분노가 이 여성들에게 어떻게 길잡이가 되는지 분명해진다. 다이앤 록하트에게는 너무나 그렇다.

 

이번 시즌이 시작될 때, 다이앤은 표류하고 있었다. 시즌 1에서 개인적, 직업적인 대재앙에서 일어났지만, 지금의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그녀의 기분은 붕 떠 있다. 다이앤은 실로시빈(버섯에서 추출하는 환각 유발 물질-역자 주)을 극소량씩 흡입했고, 반파시즘 활동가와 썸도 탔으며, 언론 보도를 점점 더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본 환각 중 하나에선 트럼프가 돼지를 백악관 공식 반려동물로 입양한다. 다른 하나에선 인어의 존재에 대해 말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존재에 충격받고 정의에 대한 굳은 믿음이 꺾이자, 다이앤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굴고, 그녀의 작은 세계는 비틀거린다.

 

한편, 킹 부부는 이번 시즌에 변호사들이 연쇄적으로 죽어가는 사건도 넣었고, 이는 결국 애드리안이 보이지 않는 적의 총에 맞으며 로펌 사람들에게 타격을 입힌다. 10번째 에피소드, ‘Day 471’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다이앤은 전설적인 경쟁자 솔로몬 왈처(알렌 알다 분)가 아드리안이 부상을 입고 회복 중인 상태를 이용해 고객을 빼가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녀가 만든 풍선은 마침내 터진다. 반응은 거의 즉각적이다. 다이앤은 환각제를 내던지고 자세를 바르게 한다. 다이앤은 계획을 세우고, 이 드라마가 가장 잘 하는 영리한 ‘사기꾼 게임’을 펼쳐놓는다. 다이앤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똑똑한 모습으로 솔로몬에 맞서고, 그가 오랜 고객이자 시카고의 악명 높은 마약왕인 레몬드 비숍(마이크 콜터 분)에게 얻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그의 회사와 거래를 끊게 한다. 분노가 다이앤을 다시 깨운 것은 분명하다. 분노로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다이앤은 솔로몬에게 말한다. “세상이 미친 건 상관없어요. 내가 제정신으로 있을 구석만 있다면.” 다이앤의 이야기도, 드라마 그 자체에도 일종의 ‘주제문’이 된 승리의 순간이다.

 

페미니즘 안에서 세대 간 이동은 운동 그 자체나 이를 정의하는 원인 면에서 모두 좇아갈 만한 훌륭한 역사다. 지금의 페미니스트의 대화에 있어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굿 파이트]는 멋진 60대 여성으로 경쟁심이 강하고 성생활도 활발한 다이앤과 그녀를 둘러싼 각각 다른 연령과 배경의 여성들을 통해 다른 드라마라면 겨우 스쳐 지나가듯 다루는,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는 지금의 페미니스트 문제를 다룰 수 있다.

 

출처: CBS All Access

이번 시즌의 11번째 에피소드는 가장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분노를 유발하는 시작점으로, 바란스키는 다이앤의 분노가 가진 다양한 모습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Day 478’은 한 사진작가가 “피해야 할 나쁜 놈들”이라는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 옛 데이트 상대에게 소송을 건 사건을 다룬다. 이곳은 다른 여성들의 안전을 위한 소문 사이트로, 힘 있는 남자들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이나 추행을 기록해 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다. 피고소인, 가해자 둘 모두가 서로에게 끌렸고, 키스를 했으며, 좀 더 성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남자는 모든 게 동의 하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강요를 했고, 그날 자신의 불편함을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느꼈다.

 

[굿 파이트]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꽤 껄끄러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 다이앤이 웹사이트 폐쇄를 원하는 가해자의 변호를 맡은 점이 흥미로운 이유다. (여러 면에서 이 상황은 이번 시즌 초반 아드리안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여성들의 야망을 꺾어버리는지 알게 되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다이앤 같은 페미니스트가 이런 남자를 변호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전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현재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폭행, 성관계, 동의에 대한 흐릿하고 불편한 이야기에 우리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까? 긴장이 고조되면서, 로펌의 남성과 여성은 이 질문들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 에밀리 누스바움의 훌륭한 글에 언급했듯이, “이 에피소드는 정말 지저분하고, 어떤 분기점에서는, 맨해튼 부자 동네의 베이비 부머들의 분노에 찬 북클럽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데, 그렇지만 킹 부부의 가장 중요한 수칙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들은 실용주의자다. 이들은 대화를 싫어한다.” 에피소드는 다이앤과 “피해야 할 나쁜 놈들” 사이트 운영자 그레첸 맥기(조이 윈터 분)와 맞서고, 다른 세대의 페미니스트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것으로 끝난다.

 

“당신은 자신을 배신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겠군요.” 그레첸은 다이앤에게 말한다.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는 그저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결정할 권리도 없고요. 다음에는 제대로 된 변호사를 고용해 명단을 제대로 만들어요.” 다이앤이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내가 지금 세대의 페미니스트 일지 몰라도, 그레첸이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에서 배운 게 없는 것처럼 다이앤을 평가절하는 것 같은 말에 화가 났다. 이 에피소드는 – 설사 정말 지저분하게 그려진대도 – 다른 드라마는 할 수 없었던 첨예한 내용, 페미니즘 안에서의 세대 분화, ‘여성다움’과 ‘피해자다움’을 본질적으로 연결하는 불편한 단정을 다루고 있어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한다. [굿 파이트]는 겉모습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여성은 세상이 안기는 고통 그 이상의 존재임을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듯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 드라마에서 분노는 개인의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수단일 뿐 아니라, 애초에 무엇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상기시키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출처: CBS All Access

바란스키는 [굿 와이프]로 6년 연속 에미상 후보에 지명됐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굿 파이트] 시즌 2의 패널 행사를 진행했을 때, 바란스키는 2009년부터 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캐릭터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바란스키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 캐릭터에 다양한 면을 더하고, 대담하면서도 찰나 같은 순간에 다이앤에 대한 강렬한 이해를 선보인다. 시즌 2 초반, 솔로몬은 다이앤의 결혼 전력을 통해 배심원들에게 다이앤의 전남편이자 총기 전문가인 커트 맥비(게리 콜 분)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심는다. “나는 그런 아내는 못 해.” 다이앤은 커트에게 말한다. 그들의 소원한 결혼 생활이 문제에 직면하는 지점을 투닥거리는 스크루볼 코미디 스타일로 담아내는 장면이다. 바란스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로 커트의 충성심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것부터 흔들리는 목소리로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바란스키는 옳고 그름, 개인적인 삶, 직업적인 영역 모두에서 다이앤이 품은 분노를 그 처음부터 끝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나는 바란스키의 걸음을 볼 때마다 경외심을 품는다. 침착하고, 날카로우며, 임팩트 있고, 우아하고 날카롭다. 바란스키는 다이앤을 어떤 공간에서든 자리를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한다. 다이앤이 에피소드 10에서 마침내 분노를 자신의 연료로 사용할 때, 그녀의 걸음걸이는 너무나 경쾌하다. 마치 임무가 있고, 자신의 화려함과 불같은 열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성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바란스키는 다이앤을 분노로 자신을 녹여버리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다. 다이앤의 분노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포악하게 분출하는 것만큼 뜨겁게 타오른다. [굿 파이트]는 불완전하다. 정치적인 대화나 상황을 설정함에도 불구하고 시카고의 리듬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크 코미디적 부분은 가끔은 익살스러운 소동으로 끝난다. 오드라 맥도널드나 델로이 린도 등 훌륭한 배우들이 있음에도 드라마 속 흑인 캐릭터에 대한 접근은 단순하고 특별하지 않다. CBS 올액세스에 서비스되는 것 또한 접근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바란스키의 연기는 여성의 분노를 가시처럼 뾰족하고, 영감 가득하며 신체적으로도 빈틈없이 그려낸다. 그렇게 [굿 파이트]가 지금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을 가장 필요하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된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The Good Fight Is the Most Incendiary Portrait of Female Anger on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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