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을 대표하는 할리우드에는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별별 기록이 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사의 수많은 기록 중에서 할리우드의 좁은문을 뚫고 여성 영화인이 남긴 최초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1. 리타 모레노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
이미지: United Artists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 영광의 순간에는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리타 모레노도 함께 한다. 영화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아니타 역을 소화했던 그녀는 라틴계 여성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55년 라틴계 여성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부러진 창>의 케이티 주라도 이후 7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다. 이후 리타 모레노는 자신에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안겨줬던 전형적인 타입의 역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동안 영화 출연을 하지 않았다. 일차원적인 캐릭터에 머물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녀는 현재 넷플릭스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에서 개성 넘치는 할머니 리디아로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 엘리자베스 테일러 – 클레오파트라(1963)
이미지: Twentieth Century-Fox

고혹적인 외모로 ‘세기의 연인’으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0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하고 할리우드 황금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전설적인 배우다. 연기력도 출중해 [버터필드 8],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또한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여성 배우 출연료 100만 달러 시대를 연 배우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 출연하면서 당대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은 것이다. 그녀의 출연료는 당시 함께 공연했던 리처드 버튼이 받은 25만 달러의 4배에 달한다.

 

 

 

3. 페니 마셜 – 빅(1988)
이미지: 20th Century Fox, Columbia Pictures

197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최초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1988년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빅]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최초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배우로 할리우드에 입문한 뒤 연출자로 전향한 페니 마샬이 두 번째 장편 영화에서 거둔 성과다.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듯 이후 [사랑의 기적], [그들만의 리그]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여성 스포츠 세계를 다룬 [그들만의 리그]는 페니 마샬이 두 번째로 1억 달러 이상의 성적을 거둔 영화다.

 

 

 

4. 할리 베리 – 몬스터 볼(2001)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1955년 도로시 댄드리지가 [카르멘 존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2002년 할리 베리가 [몬스터 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흑인 여성 배우가 트로피를 거머쥐는데 무려 74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재까지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흑인 배우는 할리 베리가 유일하다. 1940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헤이티 멕다니엘이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래, 이 부문에서는 가장 최근의 레지나 킹까지 몇몇 성과를 거둔 것과 대조된다. 유일무이의 기록이 깨지는데 74년이 걸리지 않길 바란다.

 

 

 

5. 캐서린 비글로우 – 허트 로커(2010)
이미지: (주)NEW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다른 유일무이한 기록이 있다. 2010년 여성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우이다. 1977년 [Seven Beauties]의 리나 베르트뮐러, 1994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2004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의 소피아 코폴라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010년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제치고 감독상을 받는 순간, 좋은 작품을 연출했음에도 후보조차 오르지 못해 차별 논란이 있었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시상자로 나섰다. [허트 로커]는 그해 6개 부문을 수상했고, 여성의 감독상 수상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는 물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성 감독은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6. 패티 젠킨스 – 원더 우먼(2017)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7년 개봉한 DC 확장 유니버스의 첫 여성 히어로 [원더 우먼]은 여성 히어로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침체기에 접어들던 DC 영화에 믿음직한 구원투수가 된 동시에 [캣우먼]과 [엘렉트라]의 씁쓸한 기억을 보기 좋게 날리며 평단과 관객 모두 사로잡았다. [원더 우먼]은 개봉 첫 주에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좋은 오프닝 성적을 거둔 영화가 되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5년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개봉해 9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였다. [원더 우먼]은 전 세계 최종 성적 8억 달러 이상을 거두었고, 흥행 성공에 힘입어 내년에 선보일 속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7. 애너 보든 – 캡틴 마블(2019)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17년 4월 MCU 영화 최초로 여성 감독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블 첫 여성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의 공동 연출가로 확정된 애너 보든이 그 주인공이다. 독립 영화 [잇츠 퍼니 스토리], [미시시피 그라인드]을 함께 연출했던 라이언 플렉과 함께 마블의 새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21번째 영화에 이르러서야 여성 감독이 나왔다는 점은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인듯하다. 마블 스튜디오는 첫 여성 감독을 배출한 [캡틴 마블] 이후 새 작품 [블랙 위도우]와 [이터널스]에 여성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와 클로에 자오를 확정했다. 현재 [캡틴 마블]은 개봉 첫 주에만 전 세계 4억 5천 달러 돌파라는 압도적인 흥행을 거두며, 여성 감독의 여성 히어로 영화 최초로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