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우린 마블 영화를 통해서 어벤저스 팀에 인조인간(정확히는 ‘신디조이드’라고 불리는 합성 인간) 비전이 포함되어 있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에는 온갖 종류의 대단한 능력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로봇 하나쯤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데, 알고 보면 비전 말고도 상당히 많은 수의 로봇이 이곳저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기회에 또 다른 로봇 히어로들은 누가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기로 할까요.

 

 

 

1. 비브

 

비전의 딸입니다. 농담 아니고 진짜라구요. 비전이 울트론의 아들인 것처럼 비브도 비전의 자식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보다 인간에 가까워지길 바란 비전이 자신과 비슷한 가족을 창조한 것입니다. 먼저 아내 버지니아를 만들고, 다음에 자신과 버지니아의 두뇌 패턴을 섞어서 쌍둥이 남매 비브와 빈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비브는 비전과 거의 같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몸의 밀도를 줄여서 사물을 통과하거나 투명해지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어머니와 쌍둥이 빈이 ‘사망’하는 큰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을 겪습니다. 사춘기 여학생처럼 아버지와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요. 그래도 스파이더맨(마일즈 모랄레스), 와스프(나디아 밴 다인), 브론(아마데우스 조) 등 또래 청소년 히어로들의 팀인 챔피언스에서 열심히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조캐스타

 

조캐스타는 울트론이 자신의 아내로 삼기 위해 창조한 로봇입니다. 특히 초대 와스프인 재닛 밴 다인의 정신을 이 로봇 몸으로 옮겨왔죠. 어벤저스는 납치된 재닛을 구조했지만, 조캐스타의 로봇 몸안에는 재닛이 남긴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조캐스타는 어벤저스를 도와서 울트론을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데, 이 고귀한 행동을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반복하며 어벤저스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울트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와 결혼해야만 했죠.
굉장히 뛰어난 컴퓨터 지능을 갖고 있어서 한때는 아이언맨 슈트 안으로 자신의 지성을 다운로드시켜 토니 스타크와 함께 했고, 최근에도 인간으로 위장하고 토니의 회사에서 개발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조캐스타는 울트론처럼 파괴되어도 재생하는 프로그램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3. 머신맨

 

미국 정부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 로봇 군인을 만들었을 때, 이를 위험하다고 여긴 스택 박사는 51번째 로봇을 집으로 데려가 아들처럼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폐기되면서 모든 로봇을 파괴하란 명령이 내려지자, 박사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대신 목숨을 희생했습니다. 이후 51번째 로봇은 가발과 인공 피부를 착용하여 인간으로 위장한 뒤 보험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희한하게도 아무도 그가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채지 못했어요.
창의적인 지능과 다양한 무기를 탑재한 로봇은 ‘머신맨’이라는 이름으로 어벤저스에 들어가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좀비에게 물리지 않는 특성을 활용하여 다른 차원의 좀비를 쓸어버리는 등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머신맨은 오랫동안 조캐스타를 사랑해오고 있습니다.

 

 

 

4. 베이맥스

 

원작 코믹스 버전의 베이맥스는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 나온 것처럼 귀여운 건강지킴이가 아니라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무서운 로봇입니다. 물론 천재소년 히로를 지켜주는 가장 친한 친구 겸 보디가드라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원작에선 히로가 숙제로 만든 보디가드 겸 집사 겸 운전기사였지만, 아버지가 죽은 후 히로가 그 기억을 바탕으로 한 인공두뇌를 만들어 합체시켰습니다. 그때부터 베이맥스는 아버지의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됐고, 히로의 곁에 붙어 다니며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드래곤 형태나 위장용으로 정장 차림을 한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위협을 감지하는 센서와 제트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로봇인데 굳이 태권도, 가라데, 영춘권 등 다양한 무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군요. 히로와 함께 일본을 지키는 공식 슈퍼 팀 ‘빅 히어로 6’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5. 휴먼 토치

 

판타스틱 포의 휴먼 토치가 등장하기 전에는 호튼 교수가 만든 안드로이드 휴먼 토치가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이 로봇은 첫 공개 무대에서 산소에 노출되는 순간 불이 붙는 바람에 뉴욕에 대형 화재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감정까지 갖게 된 이 부작용 덩어리는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힌 것을 깨닫고, 불을 일으키고 하늘을 나는 능력을 이용해 인류에게 봉사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마블의 초기 슈퍼히어로에 속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캡틴 아메리카, 네이머 등을 비롯한 여러 히어로들과 함께 전쟁영웅이 되었고, 그 후에는 어벤저스와 쉴드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6. 데인저

 

데인저 룸은 찰스 자비에 교수가 만든 엑스맨의 훈련실입니다. 어느 날, 데인저 룸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외계의 시아 제국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난 후 ‘돌연변이화’ 되어 생명을 얻었습니다. 자비에 교수는 데인저 룸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의식이 있는 프로그램을 가두었으나 기계를 이용해 스스로 몸을 제작해버린 데인저 룸은 ‘데인저’라는 이름으로 엑스맨을 공격했습니다. 교수에게 복수하려고 한 것이죠.
데인저는 시아의 기술을 찾아다니는 우주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다가 엑스맨의 도움을 받습니다. 결국 엑스맨의 위험한 적들을 가두고 감시하는 교도소장 겸 슈퍼컴퓨터 역할로 엑스맨에 합류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로부터 마법을 상대하는 기술까지 전수받은 아주 위협적인 엑스맨 멤버가 되었습니다.

 

 

 

7. M-11

 

‘휴먼 로봇’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 M-11은 원래 살인용 로봇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문제가 생기면서 스스로의 의지와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되었죠. 살인무기가 되느니 탈출하여 바닷속으로 가라앉길 선택한 이 로봇은 40년이 지나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마치 캡틴 아메리카처럼 말이죠.
이때부터 FBI 요원 지미 우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지미 우가 결성한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라는 팀에서도 함께 합니다(지미 우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스캇 랭을 감시하던 그 요원 기억하시죠?). M-11에겐 마법이 걸려있는데, 그 덕분에 완전히 파괴되어도 몇 분 이내로 원상복구가 가능합니다.

 

 

 

8. 빅터 만차

 

범죄자 마리아넬라 만차는 어벤저스에게 패한 후 머리만 남은 울트론을 발견합니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던 마리아넬라는 울트론과 거래를 합니다. 마리아넬라가 울트론의 몸을 만들어주면, 울트론은 그 보답으로 마리아넬라의 DNA를 사용해 인간과 똑 닮은 ‘빅터’라는 아이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죠. 이렇게 해서 울트론의 둘째 아들 빅터 만차가 탄생했습니다(큰아들은 비전이죠).
사실 빅터는 울트론의 빅픽처인 셈인데, ‘초능력’을 가진 빅터를 어벤저스에 접근시켜서 그들의 일원이 되게 한 다음에 몰살시키려는 장기적 플랜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비전이 울트론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처럼, 빅터 역시도 울트론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청소년 초인 그룹인 런어웨이즈를 만나면서 좋은 편에 서게 된 것이죠.
로봇도 자식은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고 보면, 울트론, 조캐스타, 비전, 비브, 빅터… 그야말로 로봇 대가족입니다.

 

 

 

9. 일렉트로

 

일렉트로는 한 과학자가 인류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만든 로봇입니다. 미국 정부가 투자를 하면서 결국 전 세계의 독재자나 위험한 범죄자들을 처리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죠.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전했지만, 11명의 다른 히어로와 함께 나치의 함정에 빠지는 바람에 냉동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로봇인 일렉트로는 결국 깨어나 열심히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다른 11명과 함께 발견되기까지 무려 60년이 걸렸지만요.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해서 조종사와 텔레파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방식인데, 그래서 악의 손에 넘어가면 큰일 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로봇들도 악의 손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요.

 

 

 

이번에 소개한 로봇 히어로들은 여기까지입니다. 로봇은 힘도 세고 대부분의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낼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나은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악의 편에 있는 로봇들도 훨씬 많죠. 역시 프로그래밍을 누가 하는지, 무엇을 보고 학습하는지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결국 로봇은 사람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