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는 여러 모로 다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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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왕좌의 게임]이 끝났다. 역대 최고 시청률과 그보다 더 격한 항의를 받았지만 어쨌든 HBO를 10년 가까이 먹여 살린 시리즈는 종영했다. AT&T와 타임워너 합병으로 출범한 워너미디어의 숙원 사업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올 하반기 베타 서비스를 앞두고 이름을 HBO 맥스로 확정했다. 타임워너의 케이블 채널이었던 HBO는 AT&T의 사용자를 끌어들일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의 ‘얼굴’이 된 것이다.

HBO는 퀄리티 높은 프레스티지 콘텐츠가 강점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기업 간 스트리밍 전쟁이 본격화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HBO 맥스 또한 [프렌즈] 등 그동안 워너브라더스가 구축한 방대한 라이브러리에 바탕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넷플릭스의 사례에서 보듯 사용자 유입에는 신규 콘텐츠가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니 HBO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편성을 지휘하는 케이시 블로이스 (Casey Bloyes) 프로그래밍 사장의 어깨는 더 무거울 것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블로이스는 TV비평가협회(TCA) 여름 프레스 투어에서 지난 몇 개월 간 HBO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와 HBO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내년 오리지널 콘텐츠 분량은 165시간, 올해보다 10%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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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가 원래 100시간 내외 분량을 만든 것에 비해서 엄청나게 증가한 셈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증가는 편성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올해 HBO는 월요일 밤 시간을 오리지널에 할애했고, [체르노빌]과 [젠틀맨 잭]을 방영했다. 블로이스는 내년 오리지널 편성을 아직 정하는 단계이지만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올해보다 더 많이 만들지만 그만큼 퀄리티도 높을 것이라 말했다.

“내 일은 편성 프로그래밍이 우리가 퀄리티를 희생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프로그램은 많지만 1년 전, 5년 전에 방영하지 않을 걸 지금 방영하려 하진 않습니다.”

블로이스는 워너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가 HBO 맥스라 이름을 붙인 것에 “칭찬에 감사한다.”라며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에 공을 돌렸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전체 분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HBO가 편성하는 방향과 방식의 어떤 부분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정말 유명한 프로그램을 가진 것의 단점이라면 그걸 끝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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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이 끝나서 가장 아쉬운 쪽은 HBO다. 시즌 8은 한 편씩 방영할 때마다 전 세계가 들썩거렸고, 마지막 편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시즌 8 전체를 재촬영하라는 청원에 전 세계 팬 몇백만 명이 참여한 건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블로이스는 “당연히 따라오는 일이다.”라며 자신은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에미상 후보 지명을 32개나 받은 게 증명한다고 봅니다.”라며, 재촬영 청원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왕좌의 게임] 팬들이 기대하는 프리퀄 시리즈는 최근 파일럿 촬영이 끝났다. 나오미 왓츠가 주연을 맡은 제목 미정 시리즈는 원작보다 5천여 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블로이스는 현재까지 나온 것에 만족한다면서도 아직 다른 프리퀄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빅 리틀 라이스’ 시즌 2 연출자 권한 무시?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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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등 배우들의 불꽃튀는 연기가 빛나는 [빅 리틀 라이스] 시즌 2는 살아있는 전설, 메릴 스트립의 합류로 더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드라마는 지난일요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무리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시즌 2 연출을 맡은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편집본과 최종 방영본이 다르고 시즌 1 연출자 장-마크 발레가 촬영분을 재편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감독의 창작권이 침해됐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블로이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안드레아가 없이는 시즌 2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진 빚이 큽니다. 하지만 TV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다들 알겠지만, 연출자는 보통 최종본 확정에는 힘이 없습니다.”

블로이스의 말에 따르면 아놀드 감독은 자신의 편집본까지 모두 전달하며 할 일을 마쳤다. 감독판 버전을 받은 제작팀은 발레 감독을 불러들여 에피소드를 다듬어 달라고 요청했고, 편집자 출신인 발레 감독은 자신의 편집팀을 모두 불러 함께 작업했다. 블로이스는 “장 마크도 시즌 1 제작 당시 백지 위임을 받지 않았다. 그와 프로듀서 모두의 비전이 일치할 때까지 계속 작업했었다.”라며 이번 사안이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 2의 ‘체르노빌’, ‘트루 디텍티브’ 충분히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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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HBO의 성과를 대표하는 작품은 [체르노빌]일 것이다. 사상 최악의 인재 사고를 재구성한 작품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실화를 꼼꼼하게 재구성하며 비평가와 시청자 모두에게 극찬받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 리미티드 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니, 이제 다음 질문을 물어볼 차례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나오나요?

“크레이그 (메이진, 작가)와 계약이 되어 있고, 지금 정말 많은 걸 생각하고 있어요.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그걸 시리즈로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다른 인재나 천재지변 같은 것을 찾을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이야기가 있고, 크레이그가 이걸 탐구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우린 무엇이든 환영할 겁니다.”

올해 초 컴백한 [트루 디텍티브]는 어떨까? 블로이스는 작가 닉 피졸라토가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가 열정을 가지고 할 만한 소재는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기 영화로 돌아온 [데드우드]는 크리에이터 데이비드 밀치가 최근 치매 판정을 받은 것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줬다. 블로이스 또한 밀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데드우드]를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반기 프리퀄 영화 개봉을 앞둔 [소프라노스]가 리부트될 가능성은 없을까? 블로이스는 “언제나 ‘불가능은 없다’라고 말하게 된다.”라면서도 현재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