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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주문 대신 주먹으로

 

지금까지 많은 오컬트 영화에서 보여준 엑소시즘은 사제들이 악령에 홀린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저 기도와 주문으로만 행할 뿐이다. 반면 악령은 견디기 힘든 폭력과 협박으로 사제들을 위협한다. 악령의 위협에 사제들은 당하고 인내할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답답함을 날릴 새로운 엑소시즘 영화가 올여름에 찾아온다. 주문 대신 주먹으로 악령을 제압한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이 다시 만난 통쾌한 오컬트 액션 [사자]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구마 히어로의 탄생

[사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특별한 힘을 얻고 안신부를 만나 악마를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컬트와 액션이 만났다는 점에 [콘스탄틴]이 떠오른다. 실제 김주환 감독도 [콘스탄틴]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격투기 챔피언에서 구마계의 구세주로 각성한다는 점에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느낌도 있다.

 

주인공 용후에 대한 배경 묘사가 탄탄하다. 믿음을 잃은 자가 믿음을 행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용후는 주어진 사명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옳은 길로 인도해 줄 멘토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연다. 용후 역을 맡은 박서준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다. [사자]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액션을 선보인다. 호불호가 나눠질 연출이지만 주인공 용후가 각성하며 불주먹으로 해결하는 액션은 통쾌함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한다.

 

용후를 구마 세계에 인도한 안신부 역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안성기가 맡았다. 개봉 전 부산에서 열린 무비토크에서는 “배우 외적인 일로 바빴던 자신에게 [사자]는 다시 배우로서 관객을 만나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아버지를 잃은 용후의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유사 부자 관계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관록의 연기를 선보인다. 부마자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호석 역의 정지훈은 어린 나이임에도 어른들도 놀랄 연기 내공으로 이야기의 절정을 이끈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늦은 감이 있는 액션 배경 묘사가 부족한 빌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세계관 구축에 성공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원동력이 떨어진다. 먼저 생각보다 액션이 부족하다. 용후가 신의 사자가 되는 과정을 길게 그리는 것은 좋으나 액션의 갈증도 비례한다. 액션이 후반부에 대거 등장하지만 늦은 감이 있다. 악의 세력인 검은 주교에 대한 배경 묘사나 궁극적인 목적이 부족해 갈등의 재미가 덜하다. 검은 주교는 왜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악마에 홀리게 하는지 그 이유를 영화에서 찾기가 힘들다. 용후를 구마 히어로로 만들기 위해 할애했던 시간만큼 검은 주교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했다면, [사자]의 갈등 구도는 더 큰 재미를 줬을 것이다.

사자의 큰 그림, 완성될까?

[사자]는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멋지게 구축된 캐릭터와 세계관은 장점으로 다가오나 모호한 악의 정체와 툭툭 끊기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쉽다.

 

[사자]는 엔딩 이후 쿠키 영상이 있다. 쿠키 영상을 보면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비춘다. 속편에서는 이번 편에서 들었던 의문들을 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할리우드처럼 시리즈나 세계관 공유 영화가 드문 한국영화에서 이 같은 의지는 반갑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극장문을 나서려는 마음을 묘한 기대감으로 전환시킨다. 중요한 건 관객들의 반응이다. [사자]가 1편으로 끝나게 될 지, 김주환 감독이 꿈꾸는 큰 그림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향후 반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