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는 디즈니 공식 팬클럽으로 2011년부터 ‘D23 엑스포’라는 컨벤션을 개최한다. 전 세계 D23 회원들은 2년마다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맞은편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디즈니의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듣고 체험한다. D23에 가입하지 않거나 애너하임에 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런데도 D23 엑스포를 주목하는 건 ‘쇼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2년간 공개될 디즈니의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는 자리로, 디즈니의 미래를 미리 접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과연 2019년 D23 엑스포에서 디즈니는 어떤 미래를 제시했을까?

영화만큼 주목받은 디즈니+ 콘텐츠 라인업

디즈니+ 관련 보도나 발표는 많이 나왔지만, D23 엑스포에선 처음 공개됐다. 이번 행사에서 D23 멤버들은 디즈니+를 가장 먼저 체험하고 미리 가입하는 기회도 받았다고 한다. 엑스포에 참가한 매체에 따르면 디즈니+의 디자인은 무난하지만, 사용자에 맞춘 고도의 개인화 경험을 제공한다. 스타워즈 팬에겐 스타워즈 중심의 콘텐츠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그에 맞춘 개인화 환경과 콘텐츠 큐레이션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사장 마이클 파울은 디즈니+는 “간단하고, 세련되며, 사용하기 쉬운” 앱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디즈니+에선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픽사의 모든 콘텐츠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엑스포 참가자들과 전 세계 팬들은 디즈니+ 앱보다는 서비스될 콘텐츠에 더 주목한다. 그에 부응하듯 D23 엑스포 디즈니+ 쇼케이스에선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를 비롯한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해 그 기대감을 높였다. 디즈니 채널 히트작의 ‘스핀오프’ 격인 [하이스쿨 뮤지컬: 더 뮤지컬: 더 시리즈] [여성 대통령의 일기] 등의 시리즈, [노엘], [티미 펠리어] 등 오리지널 영화가 첫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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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쇼케이스의 스타는 마블 스튜디오와 루카스 필름이었다. 마블 스튜디오는 기존 발표된 [왓 이프…], [팔콘 앤 윈터 솔저], [완다비전] 등 5편 외에 세 편을 추가로 발표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여성 히어로 ‘카밀라 칸’이 주인공인 [미즈 마블], 달의 신 ‘콘슈’의 힘을 이어받은 마크 스펙터 [문나이트], 그리고 브루스 배너의 피를 수혈받아 헐크의 힘을 가지게 된 제니퍼 월터스 [쉬헐크]다. 지난 샌디에이고 코믹콘에 발표된 작품은 기존 캐릭터의 새 서사이지만, 이번에 발표된 작품은 새 캐릭터의 기원 서사로 보인다. 세 작품의 주인공 모두 향후 영화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TV 시리즈가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스타워즈는 영화 9편과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을 망라한 ‘스타워즈 스카이워커 사가’의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참가자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첫 실사 TV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됐는데, 영화에 필적하는 퀄리티를 보여주며 기대를 높였다. 디에고 루나와 앨런 터딕이 복귀하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프리퀄 시리즈 제작도 공식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이완 맥그리거가 ‘오비완 케노비’로 복귀하는 새 TV 시리즈 제작 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내년 촬영에 돌입하는 시리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의 6년 후가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 라세터가 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픽사

이미지: Pixar
이미지: Disney Animation Studios

올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존 라세터가 없는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다수의 성추문 혐의가 제기된 후 존 라세터는 2018년 12월 디즈니를 떠났다. 공석이 된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총 책임자는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와 [겨울왕국] 제니퍼 리가 이어받았다. 올해 디즈니/픽사 라인업은 존 라세터 재임 당시 기획된 것들이라, 존 라세터의 손길이 묻지 않은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작품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픽사는 내년 초 공개할 [온워드]와 피트 닥터가 CCO에 오르기 전부터 준비했던 [소울]을 공개했다. 두 영화는 각각 엘프 형제의 모험담, 재즈와 영혼의 만남이란 소재를 다루며, 모두 ‘픽사다운’ 크리에이티브와 기술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내년 11월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라야와 마지막 용]을 선보인다. 아콰피나가 마지막 용 ‘시수’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하지만 이날 하이라이트는 역시 개봉을 앞둔 [겨울왕국]으로, 출연진들이 등장해 직접 새 삽입곡을 부르기도 했다.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실사 영화 제작은 계속된다

이미지: Walt Disney Pictures

월트 디즈니 픽처스는 앞으로 공개할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 영화 라인업을 공개했다. 개봉을 앞둔 [말레피센트 2]는 안젤리나 졸리 등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해 인사를 건넸다. [뮬란] 니키 카로 감독 또한 퍼스트 룩을 공개했다. 영화 퀄리티와 상관없이 주연배우 유역비의 홍콩 경찰 옹호 발언 때문에 영화를 보이콧하자는 여론이 있어 개봉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의 [정글 크루즈]도 D23에서 첫선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엠마 스톤 주연 [크루엘라]도 첫 이미지를 공개하며 영화에 기대를 높였다.

‘스파이더맨’ 없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미지: Marvel Studios

D23을 앞두고 스파이더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떠났다. 디즈니와 소니의 공동제작 계약이 종료되며 스파이더맨은 더 이상 마블 스튜디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마블 스튜디오의 D23 영화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파이더맨’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라인업 전체를 공개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서는 [블랙 팬서 2]의 2022년 개봉 소식을 발표했다. 내년 11월 개봉 예정인 [이터널스]에 젬마 찬, 베리 키오건, 킷 해링턴이 합류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 외엔 현재 제작 중인 영화의 퍼스트 룩과 티저 트레일러 공개에 집중했다.

‘스타워즈’의 미래는 2년 후에?

이미지: Lucasfilm

루카스필름의 쇼케이스에선 12월 개봉할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발표에 집중했다. 이미 공개된 대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영화는 2년 정도 휴식한 후 제작에 들어간다. [왕좌의 게임] 데이비드 베니오프 & D.B. 와이즈가 제작할 3부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라이언 존슨 감독이 제작할 또 다른 3부작에 대한 정보는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스타워즈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발전할지는 2년 후 D23에서 공개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