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전, 에디터는 ‘무비패스(Moviepass)’ 서비스가 “넷플릭스처럼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진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요지의 을 썼다. 2019년 8월 현재, 무비패스는 말 그대로 ‘처참하게’ 망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모기업의 주가는 99.9%가 떨어졌다. 반면 극장 체인이 직접 운영하는 극장 월정액 관람 서비스는 가입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무비패스의 위험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아이디어는 지속되다 못해 환영받고 있다. 물론 진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비패스의 몰락

이미지: Moviepass

“월 9.95 달러로 하루에 한 번,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라며 호기롭게 시작한 무비패스는 정말 빠르게 정상에 올랐다. 2018년 7월 가입자 3백만 명을 돌파했을 때 무비패스의 화제성은 뜨겁다 못해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같은 해 1월엔 선댄스영화제에서 영화 배급·투자 사업에 뛰어들겠다 발표했고, 4월 영화 추천 서비스 무비폰을 버라이존에서 인수했다. 8월엔 에멧 펄라 오아시스 필름을 인수해 ‘무비패스 필름’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고티] 등 영화의 제작, 배급을 담당했다.

쇠락은 더 빨랐다. 2018년 5월 이미 4천만 달러 손실이 발생했다. 모기업 헬리오 앤 매티슨의 현금 자산을 사용하거나 대출로 운영비를 충당했지만,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고객도 등을 돌렸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7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메가로돈] 등 인기 영화의 예매를 막으면서 고객들도 ‘무비패스 위기설’을 피부로 느꼈다. 작년 8월 무비패스는 월 무제한 이용료를14.95달러로 인상했고, 하루에 한 번 영화 관람 혜택을 삭제했다. 이어서 연간 회원을 모두 월정액 회원으로 바꿨다.

이용료 인상, 서비스 축소는 가입회원 탈퇴로 이어졌다. 작년 10월까지 1백만 명 이상이 서비스 이용을 중단했다. 올해 4월 무비패스를 유료로 이용하는 고객은 22만 5천 명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일부 고객은 무비패스가 “먹튀”했다며 집단 소송을 걸기도 했다. 게다가 이달 초엔 무비패스가 회원들의 이용률을 저하시키려고 비밀번호를 임의로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며, 지난 20일에는 무비패스가 보유한 회원 정보 1억 6,100만 건이 유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나간 무비패스도 이번 위기는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극장 월정액 관람 서비스가 자리잡다

서비스명 AMC 스텁스 A-리스트 시네마크 무비 클럽 리걸 언리미티드
월 이용 금액 $19.95~$23.95 (주마다 다름) $8.99 $18~$23.50 (3단계)
극장관람 혜택 1주일 3편 무료 관람
특수포맷관 추가요금 x
일반 2D 영화 1달 1편 무료
(1년에 12편 크레디트)
특수포맷관 추가 비용 지불
크레디트 이월 & 동시 사용 가능
동반자 $8.99 예매 가능
최고 단계 ‘올 액세스’는
550개 이상 지점에서 사용 가능
서비스 불가 시간, 지역 없음
그 외 혜택 식품, 음료 10% 할인
무료 사이즈 업그레이드, 리필
예매 및 서비스 우선
식품, 음료 20% 할인 식품, 음료 10% 할인
시사회 초대
가입자 수 약 90만 명 (2019.08 기준) 약 70만 명 (2019.08 기준)

미국 주요 극장 체인 월정액 관람 서비스

전 세계 극장 체인 1위 AMC는 작년 4월, 무비패스에 대항해 ‘AMC 스텁스 A-리스트(이하 A-리스트)’를 선보였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금액이 월 19.95 달러로, 무비패스의 14.95 달러보다 비싸다. 하지만 일주일에 세 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IMAX, 3D 등 특수포맷관을 추가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무비패스가 몰락의 길을 걷는 사이 A-리스트 가입자는 증가해 이달 기준 9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영화 체인 3위 업체인 시네마크의 ‘무비 클럽‘은 AMC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혜택도 한정적이지만, 이미 약 70만 명이 이용 중이다. 2위 업체 리걸 언리미티드가 지난달 ‘리걸 언리미티드‘라는 서비스를 발표하며 극장 체인 1~3위가 모두 월정액 관람 서비스를 갖추게 됐다.

극장의 월정액 관람 서비스는 블록버스터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월정액 관람 서비스를 이용하든 아니든 [어벤져스: 엔드게임] 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극장에 몰리는 건 변하지 않는다. 반면 월정액 관람 서비스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코미디와 드라마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비패스가 활발했던 작년, 할리우드 리포터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월정액 관람 서비스 이용자가 작은 영화를 보면 스튜디오와 극장 모두에게는 표면적으로 이득이다. 스튜디오는 관람객을 얻고, 극장은 식음료 등 부대 상품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vs 스튜디오 – 수익 정산은 어떻게 하죠?

관객이 영화를 보는 건 스튜디오나 극장 모두에 좋은 일이지만, 아직 양측 간 수익 분배 논의는 제대로 합의되지 못했다. AMC나 시네마크 모두 작년 서비스 론칭 전 스튜디오와 수익 배분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에 대해 결론내기 전 서비스를 론칭했다. 미국 영화 배급사는 극장 수익의 55%(디즈니는 65%)를 가져간다. 하지만 월정액 서비스로 할인받아 관람할 때 수익 배분 비율을 어떻게 할지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스튜디오가 “수익 분배를 더 받진 못해도 예전만큼은 받을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서비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극장이 손해를 본다?

이미지: AMC

월정액 관람 서비스가 활발한 게 극장에 이득만 되는 건 아니다. 관람 서비스가 목표한 최적의 가입자와 서비스 이용 빈도를 지나치면 그때부터는 극장에 손해가 된다. A-리스트 가입자 모두가 한 달에 13번 무료 영화 관람 혜택을 모두 찾아간다면 AMC는 엄청난 적자를 떠안는다. 시네마크 무비 클럽이 서비스 내용이나 방식이 무비패스나 A-리스트처럼 파격적이지 않은 게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가는 것이다.

AMC 등 극장 측은 월정액 서비스가 사람들을 극장에 불러들이고 있으며 결국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자신있게 주장한다. AMC 사장은 올 연말쯤 회원당 약 3달러 정도 수익이 발생한다고 예상했다. 정액제 비이용자가 정가에 티켓을 사는 것, 식품과 음료수 등 부대 서비스 수익으로 비용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나 전문가들은 다르게 본다. 비싼 정액제를 이용할 만큼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팝콘과 음료수를 사서 ‘함께’ 영화를 보진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국 월정액 서비스의 성공은 영화를 자주 보지만 너무 자주 보지 않고, 극장에 많이 가지만 너무 많이는 가지 않는 그 ‘적정한 선’을 찾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