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CHEER UP, MR. LEE) – 힘을 내도 연배는 못 속입니다

이미지: (주)NEW

에디터 영준: 지적장애를 앓는 철수에게 어느 날 갑자기 딸 샛별이 찾아오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스토리만 봐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추석 명절을 겨냥한 가족 영화다. 배우들의 열연과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더욱 크게 다가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지만, 영화가 지닌 단점에 금방 묻히고 만다. 우선 장애인을 바라보는 방식은 분명 [7번방의 선물]이나 [그것만이 내 세상]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을 웃음 포인트로 이용하는 방식에는 여전히 불편한 순간들이 있고, 올드한 느낌도 드는데,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선 유머 후 감동’의 뻔한 레퍼토리도 관객들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에게 크나큰 아픔을 주었던 사건을 재조명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이를 이끌어야 했던 동력원이 너무나 낡았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THE BAD GUYS: REIGN OF CHAOS)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추석용 액션 영화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원희: 드라마에서 멋진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던 오구탁과 박웅철이 범죄 액션 영화로 돌아왔다. 나쁜 녀석들을 모아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는 ‘특수범죄수사과’가 새로운 팀으로 다시 모여 탈출한 죄수들을 쫓는다. 청불 등급이었던 드라마에서 15세 관람가로 낮춰진 만큼 덜 잔인하고 톤도 훨씬 가벼워졌다. 서사도 막힘없이 흘러가고, 팍 하고 터지게 만드는 개그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한다. 김상중의 연기가 묵직하게 기틀을 잡고, 마동석의 트레이드 마크인 액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원시원하고 통쾌하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액션을 선보인다. 새로 영입된 김아중, 장기용도 팀과 잘 어우러지며 케미를 발산하고, 액션과 개그를 넘나들며 각자 캐릭터의 매력도 잘 살아있다.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사이다 같은 액션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적격일 것이다.

타짜: 원 아이드 잭(Tazza: One Eyed Jack) – 여전히 건재한 한국형 프랜차이즈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화투판에서 포커로 무대를 옮기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위시해 돌아왔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어받고, 스토리의 흐름도 전작들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다. 무모한 도박으로 모든 걸 잃고, 스승을 만나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과정은 케이퍼 무비의 매력을 내세웠던 전 시리즈와 조금 다르다. 여전히 팀 플레이를 내세우지만, 그보다는 비정한 도박의 세계에서 갖은 고초를 겪는 도일출이란 캐릭터의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류승범이 캐릭터에 녹아든 듯한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뽐낼 때, 박정민은 그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일출의 다사다난한 도박사를 흔들림 없이 밀고 간다. 한층 밀도가 높아진 서사와 더불어 매 작품마다 도약을 일궈내는 박정민의 물오른 연기는 139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이 늘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잡는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100 Things) –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혜란: 모든 걸 버린 후 100일 동안 하루에 물건 한 가지만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틴다? 영화는 술에 취해 이 황당한 내기에 지분을 건 극과 극 성격의 두 친구가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쩌다 ‘반소비주의’ 체험에 들어간 두 남자는 맨몸으로 도로를 질주하며, 물건을 고를 때마다 갈등한다. 100일 중엔 여유로운 삶을 누릴 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못 챙길 때도 있다. 영화는 독특한 컨셉으로 먼저 흥미를 끌지만, 재미는 캐릭터의 뚜렷한 개성과 코믹 타이밍을 제대로 살리는 연출과 연기에서 나온다. 추석 한국 영화 라인업이 만족스럽지 못한 분들께 소소하게 큰 웃음 주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