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최근 즐겨보는 한국 드라마는 [60일, 지정생존자]와 [신입사관 구해령]이다. 각각 tvN, M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이지만, 에디터는 실시간 방영 직후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된 영상으로 본다. IPTV, 각종 VOD 서비스로 쉽게 접할 수 있는데도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았는데, 넷플릭스에 서비스된다는 이유로 시청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 사용 후기 중 “부모님이 더 열심히 보신다.”라는 내용이 종종 보인다. 환갑을 넘기신 에디터의 아버지도 그렇다. 추석 연휴를 맞아 아버지는 벨기에 스릴러 시리즈 [13계명]을 몰아보셨다. 스릴러, 전쟁 영화를 좋아하지만 유료 콘텐츠 구매는 망설이는 분이 넷플릭스로 취향에 맞는 외화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넷플릭스가 아버지의 시청 행태를 바꾸기도 했는데, 영화를 주로 봤지만 지금은 드라마를 열심히 보신다.

에디터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넷플릭스는 작게는 한 가정의 텔레비전 시청 형태를 변화시켰고, 나아가 한국과 글로벌 방송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힘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든 하지 않든 정기결제 형태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새로운 문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작품을 추천하고 추천받는 것도 특별한 활동이 아니게 되었다.

이미지: 한울 아카데미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이 쓴 「넷플릭소노믹스」는 글로벌 규모의 성공을 이룩한 넷플릭스의 역사와 성장, 특징과 전망을 분석한 후, 넷플릭스가 한국 방송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방송 미디어의 대응을 살핀다. 2019년 8월까지 넷플릭스가 무엇을 했고, 미디어 업계가 넷플릭스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담았다. 아마 국내 출간된 넷플릭스 관련 서적 중 가장 최근 정보까지 수록해,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지금 당장 넷플릭스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제목 ‘넷플릭소노믹스’는 이코노미스트 지가 넷플릭스(Netflix)와 경제(Economics)를 합성한 신조어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 글로벌과 개인을 폭넓고 깊게 혼합하는 전략’이라 정의한다. 디지털 영상이나 구독형 VOD 서비스는 넷플릭스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방송의 본질마저 검토하게 만들진 않았다. 넷플릭스는 “영화와 TV 쇼를 보는 법을 혁명적으로 바꿨”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특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시작해 [기묘한 이야기], [마인드헌터], [블랙 미러], [종이의 집] 등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 히트작을 내놓았다.

넷플릭스 수입의 원천은 광고가 아닌 구독자다. 2018년 현재 매출은 157.9억 달러(약 117조 7천억 원), 순이익은 11억 2,124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9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는 1억 5,100만 명이다. 저자는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을 막대한 자금력과 파괴적 혁신, 합리적 가격의 구독 모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전략, 기술력과 공격적 마케팅 전략 등으로 정리한다. 이용자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취향’ 중심으로 분류하며, 이를 추천 시스템에 적용할 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방향에도 참고하며 시청자의 니즈에 귀 기울이는 태도는 이용자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낸다.

넷플릭스가 규모를 키워가며 기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TV의 자리를 대체하자, 거대 미디어 기업은 생존을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에 들어갔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건 유료 TV 사업자가 라이선스 비용을 인상하고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거대 미디어 기업부터 로컬 사업자까지 넷플릭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애플 TV+와 디즈니+가 서비스를 시작할 2019년 11월부터 본격적인 OTT 전쟁이 시작된다. 각 기업은 저렴한 가격, 충성스러운 고객,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로 스트리밍 시장에서 생존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저자는 4장부터 넷플릭스가 한국 방송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건 저렴한 비용으로 아시아 시장에 영향력이 막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출 초기 한국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이제 넷플릭스는 한국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바꾸는 큰 동력이 됐다. 그래서 저자가 인용한 표현 중 “한국 미디어가 넷플릭스당하고 있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넷플릭스는 강력한 자본력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 광고 수익에 의존하던 관행을 콘텐츠 중심 시장으로 변화시킨다. 기존의 영상 유통 관행을 깨고 한국적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OTT 분야에서 상위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한다. 일단 자본력이 강하며, 킬러 콘텐츠와 사용자 맞춤 콘텐츠를 적절히 구비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며 서비스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콘텐츠 유통으로는 수익이 없고, 지나친 경우 한국이 미국계 기업의 하청기지가 될 것이란 걱정도 존재한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다른 해외 인터넷 기업처럼 넷플릭스도 국내 미디어 기업과 달리 세금이나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어서 공정 경쟁 측면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미지: 웨이브(Wavve)

한국 방송 미디어 업계는 넷플릭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제작과 유통 두 분야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작 측면에서는 규모가 큰 작품부터 작은 작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캐릭터 중심의 시즌제 드라마로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해야 한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적극 도입, 자본력을 키우고 제작자 시스템을 정착해야 하며, 창작자를 우대하고 존중해야 한다. 유통 측면에선 지상파 방송의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푹과 옥수수가 합병하며 지상파와 이통사 간 연합은 이루었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선 티빙 등 경쟁사뿐 아니라 디즈니, 애플 등 해외 미디어 기업과 제휴해야 한다는 것이다.

OTT 시장은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넷플릭스는 업계 선두이지만 경쟁자들의 강력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부터 로컬 레벨까지 그들을 향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응책이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 책이 말한 대로 넷플릭스가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면서 채널과 스튜디오가 결합한 한국 방송 미디어 기업이 해외 시스템처럼 변모할 가능성이 커졌다. 창작자와 제작자, 거대 미디어 기업뿐 아니라 모든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에디터도 앞으로 닥칠 변화가 한국 미디어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서 혜란

장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좋아합니다. 비평과 팬심의 균형을 찾으려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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