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소니 픽처스 코리아

2019년 한국과 미국의 영화계를 결산하는 기사에 ‘여성 서사와 여성 필름메이커의 약진’이라는 말이 정말 많았다. 다방면에서 여성 영화,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이전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여성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여성 필름메이커가 맹활약한 해였을까? 실제 수치에도 이 ‘체감’이 반영될까? 이 주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발행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TV&영화 속 여성 연구소의 연구보고서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의 해당 내용을 2부에 걸쳐 정리하며, 1부에선 카메라 뒤의 여성 인력 추이를 살펴본다. 원문은 첨부된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The Celluloid Ceiling: Behind-the-scenes Employment of Women on the Top 100, 250, 500 Films in 2019 (Martha. M. Lauzen, 2020)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영화진흥위원회, 2020)

2019년 미국 흥행 영화의 여성 인력

2019년 미국 박스오피스 Top 100, Top 250 영화에 참여*한 여성 인력은 증가했다. Top100에서는 여성 인력 비율이 20%로 2018년보다 4%로 높아졌다. Top 250에서는 여성 인력 비율이 21%로 지난해 20%에 비해 1% 증가했다. TV&영화 속 여성 연구소가 여성 인력 비율을 조사한 약 22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Top500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23%로 2018년과 비교해 변함이 없다.

* 조사 대상은 영화 제작의 핵심창작인력인 감독, 작가, 프로듀서, 총괄 프로듀서, 편집감독, 촬영감독이다.

지난 5년간 북미 박스오피스 100위, 250위, 500위 영화의 핵심창작인력 중 여성인력 비율 (단위: %)

출처: Martha. M. Lauzen(2020), The Celluloid Ceiling: Behind-the-scenes Employment of Women on the Top 100, 250, 500 Films in 2019

분석 범위를 작년 한 해 미국 박스오피스 흥행 1~100위 영화에 한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감독, 작가, 프로듀서 등 영화 핵심창작인력의 비율은 20%였다. 2018년 16%에 비교하여 4% 증가했으며, 최근 몇 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여성 인력 비중이 큰 분야는 프로듀서(26%), 편집기사(23%)이며, 감독은 12%, 촬영 감독은 2%에 불과했다.

2019년은 여성 감독의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상위 100위 영화를 만든 감독 중 여성은 12%인데, 2018년 4%에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여성 필름메이커의 작품이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거나, 스튜디오가 대형 영화에 여성 필름메이커를 적극 기용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위 100위 영화에 참여한 여성 작가도 20%로, 2018년 15%보다 비중이 커졌다. 프로듀서는 8%(18% → 26%), 편집기사는 9% (14% → 23%) 증가했다. 다만 총괄프로듀서 중 여성 비율은 1%(18% → 19%) 증가에 그쳤고, 촬영감독은 작년보다 1% 줄었다(3% → 2%).

10, 20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의 참여도가 괄목할 만큼 성장했지만, 속도가 느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TV&영화 속 여성 연구소가 연구를 시작한 1998년부터 2000년, 2006년, 그리고 최근 3개년 간 Top100 영화에 핵심창작인력으로 참여한 여성 비율을 비교하면, 최근 3개년 간 핵심 인력은 점점 늘고 있지만 약 20년 전에 비해 여성 참여가 크게 늘어난 분야가 있는 반면 변화 자체가 더딘 분야도 있다. 특히 촬영감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 인력이 적으며, 분석 범위를 좁힐수록 여성 인력 비율이 줄어든다. (Top100 2%, Top250 5%, Top500 6%)

북미 박스오피스 100위 영화의 핵심창작인력 각 분야의 여성인력 비율 (단위: %)

2019년 한국 흥행 영화의 여성 인력

영화진흥위원회는 한국 영화의 핵심창작인력 성비를 분석하기 위해 당해 개봉 한국영화 중 실질개봉작(상영 횟수 40회 미만, 옴니버스, 실황 다큐멘터리 제외) 174편의 여성 헤드스태프 참여율을 조사했다. 5개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30%인 분야는 없고*, 프로듀서가 26.9%로 가장 높았고, 각본가(25.8%), 제작자(22.9%), 감독(14.1%) 순서였으며 촬영감독이 6.2%로 가장 낮다. 실질개봉작에 참여한 여성 감독이 2016년부터 20여 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 ‘여성 감독’ 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를 꾸준히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조사 대상은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주연, 각본가, 촬영감독이며, 이 글에서는 주연을 제외한 5개 분야의 인력만 살펴본다.

2019년엔 순제비 10억 원 이하의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보라(벌새), 이옥섭(메기), 한가람(아워 바디), 안주영(보희와 녹양), 박영주(선희와 슬기), 유은정(밤의 문이 열린다), 정희재(히치하이크), 최현영(막다른 골목의 추억), 김유리(영하의 바람) 등이 개성 있는 작품을 보였다. 여성 감독들의 작품은 [보희와 녹양]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며, [보희와 녹양]도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비틀고 성소수자를 등장시켜 다른 캐릭터, 다른 서사를 보여준다 (영화진흥위원회, 2020).

2015-2019년 실질개봉작의 여성 헤드 스태프 참여율 (단위: %)

범위를 순제작비 10억 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경우 비율은 조정된다. 분야 모두 1/4를 넘지 않으며, 제작자(24.2%) 직종 여성 비중이 가장 높으며, 프로듀서(24.1%), (21.4%), 감독(7.0%) 순서로 나오며, 촬영감독은 0%다. 감독의 경우 2016년 순제비 10억 이상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은 7명(전체 50명)이지만, 2019년엔 5명(전체 71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제작자는 2017년 5명(전체 76명)이었으나 2019년 20명(전체 87명)까지 올라갔다. 여성 촬영 감독은 2015년 3명(5%), 2017년 2명(3.4%)이 이름을 올렸으나 2016년, 2018년, 2019년엔 0명이다.

2015-2019년 순제작비 10억 원 이상 작품의 여성 헤드 스태프 참여율 (단위: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영화로 한정하면 제작자(27.4%), 각본가(25.9%), 감독(10.2%), 프로듀서(24.6%) 모두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 여성 감독 인원은 5명(전체 49명)이며, 이는 작년 1명(‘탐정: 리턴즈’ 이연희 감독)보다 수치로는 5배, 비율로는 4배가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순제비 30억 원 이상 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은 엄유나(말모이), 박누리(돈), 김도영(82년생 김지영), 김한결(가장 보통의 연애), 이종언(생일)이다. 모두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연출했으며, 작가, 연출부, 배우, 단편영화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등의 경력이 있다. 다른 직종의 추이를 보면 작가, 제작자의 비중은 조금 높아졌고 프로듀서의 여성 비중은 낮아졌으나, 모두 30%를 넘지 않는다. 한편, 2015년부터 5년간 순제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 영화에 여성 촬영감독이 기용된 적이 없다. 촬영 분야의 성비 불균형이 다른 분야보다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2019년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작품의 여성 헤드 스태프 참여율 (단위: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