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퀴비(Quibi) 서비스가 시작됐다. 제프리 카젠버그의 비전에서 시작된 퀴비는 론칭 전부터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미지: Quibi

퀴비는 모바일 온리 서비스로 콘텐츠를 5~10분의 “클립”으로 나누어 제공한다. 이동할 때나 커피를 마실 때 등 자투리 시간에 볼 만한 분량이다. 론칭 때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스포츠, 다큐멘터리, 뉴스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50~60편이 제공된다. 앞으로 1주일에 1편씩 공개해 1년 내 약 7천여 편을 선보인다. 소비자는 3개월 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퀴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턴스타일(Turn-style) 기술이다. 같은 장면에 가로, 세로 두 개의 장면을 제공하는 것인데, 가로는 일반적인 랜드스케이프 화면이 제공되지만, 세로는 흐름에 따라 인물이나 대상을 클로즈업하거나 카메라를 움직인다. 같은 장면도 가로로 보는 것보다 세로로 보는 것이 화면 전환이나 움직임이 더해 동적인 느낌이 든다. EW, BBC 등 뉴스 콘텐츠에선 가로와 세로의 그래픽 위치가 다르다.

출처: Youtube Quibi

퀴비는 구체적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투자받아 17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 광고 유무에 따라 요금제를 달리 설정했고, 가격을 낮추면서 광고주의 스트리밍 시장 참여를 유도했다. 콘텐츠에도 거금을 투자했고, 카젠버그의 인맥으로 A급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였다. [왕좌의 게임]의 소피 터너가 주연을 맡은 [서바이브], 크리스토프 발츠와 리암 헴스워스가 출연하는 [가장 위험한 게임], 리즈 위더스푼이 내레이션을 맡은 [피어스 퀸], 챈스 더 래퍼가 진행하는 [펑크드] 리바이벌 쇼 등이 어제 서비스 시작과 함께 첫 선을 보였다.

퀴비는 지난 2년간 업계의 주목도 충분히 받았고, 기술적인 특장점도 보유했으며, 콘텐츠와 스타를 확보했다. TV보다 모바일에 더 익숙한 18~34세 사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운영을 맡은 메그 휘트먼은 10년 이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지난 1월 CES 2020 키노트 스피치를 본 전문가는 퀴비로 대표되는 숏 폼 콘텐츠가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사회활동을 마비시켰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인들 회사에도,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퀴비가 노리는 자투리 시간, 즉 출퇴근이나 등하교,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기는 짧은 시간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 퀴비는 사용자의 집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닌텐도 스위치, 트위치 등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경쟁해야 한다.

결국 퀴비가 승부를 걸어야 할 요소는 콘텐츠다. 큰 화면과 역동적인 효과를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이기려면, 모바일이라는 감상 환경의 한계를 이길 만큼 매력적인 영상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장 공개된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반반이다.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 미국 연예 매체의 리뷰를 살펴보면, 몇몇 작품은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몰입할 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어떤 작품은 5분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고 혹평받았다. 어쨌든 퀴비는 당분간 원치 않게 뛰어든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시점에 도약한다는 심정으로 달려야 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