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코로나19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사냥의 시간]도 개봉을 연기하며 때를 기다렸지만,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하지만 해외 배급사 여러 곳과 계약한 것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공개를 결정하면서 해외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와 갈등을 겪었다. 콘텐츠판다가 제기한 공개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한때 넷플릭스 공개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리틀빅처스와 콘텐츠판다의 대승적 합의로 영화는 기회를 얻게 됐다.

코로나19로 방향을 선회한 작품은 [사냥의 시간]만 있진 않다. 2월 이후 개봉을 계획한 거의 모든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며 때를 기다리거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안방행을 택했다. 큰 스크린 앞으로 관객을 모을 수 없다면 관객이 있는 안방으로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극장주들은 배급사들의 결정에 항의하고, 감독이나 배우 등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극장 상영의 기회가 사라진 걸 아쉬워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홈 엔터테인먼트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요즘, 이런 영화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트롤: 월드 투어

[트롤: 월드 투어]는 2016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의 속편이다. 3월 중순에 미 전역의 극장이 폐쇄되자, 유니버설은 발빠르게공개 방식을 전환했다. 영화는 극장 개봉 예정일인 4월 10일 VOD 대여 형태로 공개됐다. 미국극장주협회는 유니버설의 결정을 비판했지만, 도박은 성공을 거뒀다. [트롤: 월드 투어]는 유니버설 영화로는 렌탈 시장에서 수익이 가장 높았으며, 스트리밍과 VOD 사이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첫 주 수익만 4~5천만 달러로 알려졌는데, 극장에서 정식 개봉했다면 기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에선 4월 29일 극장 개봉을 확정했다.

러브버드

쿠메일 난지아니와 이사 레이가 주연을 맡은 [러브버드]는 헤어지기 일보직전인 커플이 살인범 누명을 쓰자, 진범을 찾고 누명을 벗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3월 14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최초 공개 후 4월 3일 개봉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영화제가 취소되고, 미 전역 극장이 폐쇄되어 개봉이 불가능해지자, 배급사 파라마운트는 영화 배급권을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코로나19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넷플릭스로 공개 채널을 변경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5월 22일 공개.

아르테미스 파울

코로나19로 3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뮬란]과 [블랙 위도우], [소울] 등 디즈니와 계열 스튜디오의 신작 개봉이 모두 연기되었다. 일정 연기로 피해를 본 작품이 나왔는데, 바로 월트 디즈니 픽쳐스의 판타지 영화 [아르테미스 파울]이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유서깊은 범죄자 가문 출신의 천재 소년 아르테미스 파울이 지하 세계에 숨은 요정족의 존재를 알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케네스 브레너가 메가폰을 잡고 퍼디아 쇼, 조쉬 개드, 콜린 패럴, 주디 덴치 등이 출연했다. 5월 말 북미 개봉 예정이었던 [아르테미스 파울]은 디즈니+에서 단독 공개한다. 한국은 디즈니+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니라 극장 개봉을 할지, 2차 매체로 직행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쿠비!

워너 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스쿠비!]는 VOD 발매를 택했다. 인기 만화 캐릭터 ‘스쿠비 두’에 바탕을 두며, 섀기와 반려견 스쿠비 두, 그리고 섀기의 친구들이 세계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당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5월 15일로 예정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는데,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VOD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데드라인의 보도에 따르면, [스쿠비!]가 VOD로 공개 플랫폼을 전환한 건 같은 사정으로 극장 개봉을 포기한 [트롤: 월드 투어]가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애니메이션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단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마이 스파이

데이브 바티스타 주연의 스파이 코미디 영화 [마이 스파이]는 미국과 몇몇 주요 시장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다. 영화는 원래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되어 미국에선 4월 17일 공개될 예정이었고, 이미 호주, 멕시코, 영국, 독일, 홍콩 등에선 극장 개봉을 마쳤다. 극장 폐쇄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스튜디오 STX는 아마존 프라임에 주요 지역 배급권을 넘겼다. 한국에선 4월 29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