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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는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 못다 이룬 사랑을 이야기하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시놉시스만 얼핏 들어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뻔하고 새로움이 없다. 하지만 [화양연화]는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작품으로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화양연화]는 [건축학개론]처럼 다른 시대에 같은 역할을 맡은 네 배우의 열연으로 드라마의 약점을 덜어낸다. 주인공들의 현재 시절을 맡은 유지태와 이보영은 갑작스럽게 옛사랑을 만난 후, 과거에 묻은 감정이 되살아나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주인공들이 겪는 여러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드라마에 무게감을 더한다. 두 사람의 학창 시절을 연기한 진영과 전소니도 풋풋한 모습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 안타까운 감정을 끌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도 흥미롭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주인공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이때 현재와 관련된 과거의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예를 들어 재현이 집에서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감상에 빠져 있으면, 학창 시절 지수와 함께 본 기억을 소환한다. 이 같은 전개로 이야기에 비어 있는 공간을 퍼즐처럼 맞추고, 추억의 아련함을 더한다. 특히 두 주인공이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가 과거 학창 시절의 비밀로 가려져 있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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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는 근사한 제목답게 배경 묘사와 음악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눈 오는 날 밤의 인적 드문 기차역이라든지,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캠퍼스 등 낭만 가득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그린다.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나 물건들로 추억을 소환하는 모습도 좋다. 거기에 두 주인공이 서로를 바라볼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가슴을 저리며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대사가 마음을 꾹꾹 누르는 드라마도 오랜만이다. 서로를 그리워했으면서도 너무 늦게 만나,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이 세월의 흐름을 원망하며 나누는 대사는 마음을 울린다. 유지태, 이보영의 절절한 모습까지 더해져 감정의 채도는 더욱 짙어진다. 또한 매 화 마지막마다 두 사람의 심정을 담아낸 시 한 구절은 긴 여운을 남기며 다음 화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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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화양연화]는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에 공들이며 상투적인 모습을 피하려고 했지만, 소재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한다. 성공한 주인공이 불행한 현재를 살고 있는 옛 연인을 도와주는 모습은 멜로드라마의 뻔한 공식 안에서 맴돌 뿐이다. 초반 드라마 몰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설정도 회가 갈수록 남발되면서 이야기 전개에 발목을 잡는다. 최근 들어서는 전체 스토리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도 과거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사족처럼 느껴진다. 10화까지 진행된 [화양연화]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려면, 양날의 검 같은 이 방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화양연화]는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못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끝을 향해가고 있다. 다시 한번 가슴 아픈 이별을 할지, 제목처럼 차가웠던 그들의 삶에 꽃이 피는 순간이 올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까지 탄성을 자아냈던 초반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끝까지 유지되길 바라며 아름다운 드라마로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