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젠더, 다양성이 어느 때보다 민감한 토픽이 된 지난주 할리우드엔 ‘말’로 흥하고 망하는 자들이 나왔다. 인기 리얼리티 쇼 [밴더펌프 룰즈] 출연자 두 명은 동료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일로 해고당했다. 인기 드라마 [플래시]의 배우 하틀리 소이어도 몇 년 전 SNS에 남긴 혐오발언이 뒤늦게 밝혀지며 하차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J.K. 롤링의 발언은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출연 배우뿐 아니라 할리우드 안팎의 LGBTQ+에게 뭇매를 맞았다. 롤링은 해명을 위해 장문의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사태는 조용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려면 말도 필요하지 않다. 시즌 3 방영을 마무리한 [킬링 이브] 작가들의 단체 사진이 SNS에 공유된 후, “뛰어난 아시아계 여성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의 작가들은 백인 일색인 게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그 외에 지난 한 주간 어떤 말들이 있었을까?

엄마 역을 맡기 시작한 걸 후회한다 – 마리사 토메이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흔히 ‘○○ 전문배우’라 불리며 특정 역할을 유난히 자주 맡는 이들이 있다. ‘사망 전문’ 숀 빈, ‘고위직(혹은 “재미있군”) 전문’ 이경영 등이 대표적이다. 언뜻 생각하면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게 장점일 듯하지만, 반대로 연기폭이 좁아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MCU [스파이더맨]의 메이 파커에 이어 [더 킹 오브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엄마 역할’을 맡은 마리사 토메이의 의견은 후자에 가깝다. “엄마 역할을 맡기 시작한 걸 후회한다”라며 말문을 연 토메이는 “아직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더 많다”라며 고정된 배역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는 한편, “모든 배우에게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어지는 캐릭터가 한정되기 시작하고, 그럼에도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면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출처: Collider

우디 앨런을 옹호한 건 내 잘못이다 – 스파이크 리

이미지: Amazon Studios

최근 스파이크 리가 자신의 언행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리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디 앨런은 굉장한 영화감독이다. 죽지도 않은 사람을 마치 ‘없는 사람’인양 존재를 지워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는 내 오랜 친구”라며 우디 앨런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가 네티즌들에게 빈축을 샀다. 우디 앨런이 과거 양녀 딜런 패로우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은 지속해서 혐의를 부인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파이크 리는 논란 이후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잘못된 발언이었다. 성폭행은 타인에게 깊은 상처와 피해를 안기기 때문에 지금도, 앞으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출처: Twitter @SpikeLeeJoint

내 캐릭터가 꼭 트럼프 지지자여야 하는지 감독에게 물어봤다 – 델로이 린도

이미지: 넷플릭스

스파이크 리 신작 [Da 5 블러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참전용사 네 명이 과거 숨긴 황금을 찾기 위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 중 폴을 연기한 델로이 린도는 각본을 처음 읽을 당시 폴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지지자 대신 보수주의자, 하다못해 극우주의자로 변경하면 안 되는지 문의했으나, 스파이크 리의 대답은 확고했다고 밝힌 린도는 “잠시 고민했지만, 각본을 다시 읽어보니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폴이란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린도는 “폴은 국가에게 배신당한 수많은 참전용사 중 하나다. 나 역시 살면서 배신과 상실을 겪어봤지만, 이보다 더 큰 상실감에 빠진 폴이라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달콤한 말에 휘둘리기 쉬울 것 같았다”라며 덧붙였다. 스파이크 리의 바람대로 캐릭터를 이해한 델로이 린도의 연기는 현재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배우 부문의 성별 구분을 없애라 – 아시아 케이트 딜런

이미지: Showtime

[빌리언스], [존 윅 3: 파라벨룸] 등에 출연한 배우 아시아 케이트 딜런은 논 바이너리(non-binary) 배우로 유명하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특정 성으로 규정하지 않는데, 딜런이 [빌리언스]로 시상식 후보 하마평에 오를 만큼 주목받으며 구분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딜런은 지금까지 남성 배우와 같이 후보에 올랐지만, 그의 궁극적 목표는 배우들에게 수여하는 상의 성별 구분을 없애는 것이다. 최근 딜런은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배우조합상 개인 연기상의 성별 구분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성별 구분이 지금까지 ‘백인 시스젠더 여성’만 보호하고 비백인, 트랜스젠더, 장애인 여성에겐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배우들이 인종과 성별이 아닌 뛰어난 연기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게 분야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상을 성별 구분 없이 수여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엠마 왓슨이 MTV 무비 & TV 어워드에서 최고 연기상을 수상했다.

출처: Variety

번개 맞고 병원에 실려갔어요 – 샤론 스톤

이미지: 넷플릭스

샤론 스톤이 말 그대로 ‘번개를 맞아’ 죽을 뻔한 경험담을 공개했다.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근황을 전하던 그는 번개가 치던 날 물을 받다가 감전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집에 우물이 있었고, 나는 주방에서 다리미에 물을 받으려고 한 손은 수전에, 한 손은 다리미를 쥐고 있었다. 그때 우물에 번개가 내리 꽂혔고, 물을 통해 전기가 흘렀다.”라고 회상했다. 그의 몸은 충격을 받아 튀어나갔고, 주방을 가로질러 냉장고에 부딪혔다. 스톤의 어머니는 딸을 발견하고는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스톤은 사고 당시 몇 살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몸에 꽤 많은 전기가 흘렀기 때문에 “심전도 검사를 열흘 내내 해야 했다”라고 떠올렸다. 스톤의 ‘죽을 뻔한 순간’은 이뿐만이 아닌데, 14살 때는 목의 동맥을 베일 뻔했고, 2001년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을 견디고 있으니, 이쯤 되면 ‘불굴의 생존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겠다.

출처: V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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