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10년 이상 박스오피스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로맨틱 코미디는 2018년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넷플릭스가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 [키싱 부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등 일련의 작품을 내놓으며 달콤하고 설렘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다린 이들에게 만족을 주었다. 미국에서는 동아시아계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전 세계 2억 3646만 달러 수익을 올리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안방극장뿐 아니라 극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반면 2019년에 북미 극장가에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왕좌의 게임] 아멜리아 클라크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헨리 골딩의 홀리데이 로맨스를 그렸지만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세스 로건과 샤를리즈 테론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롱 샷]의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은 3500만 달러로 순제작비에 미치지 못했다. 박스오피스 미디어 책임 분석가 숀 로빈스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성공하고 [롱 샷]과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열광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 건 관객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이전에는 보지 못한, 장르의 경계를 확장할 무언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2020년의 로맨틱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2018년 공개된 넷플릭스 화제작들의 속편이 찾아온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P.S. 여전히 널 사랑해]는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 주간에 공개됐고, [키싱 부스 2]는 7월 24일 공개를 확정했다. 다른 하나는 퀴어 로맨틱 코미디다. [러브, 사이먼]이 흥행과 비평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지 2년 후, 여러 메이저 스튜디오는 LGBTQ 창작자의 로맨틱 코미디를 제작 또는 기획하고 있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인디 영화 제작사는 퀴어 로맨스 영화를 많이 제작했지만, 메이저 스튜디오의 퀴어 로맨스 영화는 흔하지 않다. ‘성인’ 게이 남성이 주연인 영화는 파라마운트의 [인 앤 아웃]이 마지막이었다. 배우 톰 행크스에게 연기의 꿈을 심어준 문학 교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어도 (1997년 뉴욕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수상) 다른 퀴어 로맨스 영화의 등장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유니버설은 2010년대 중반 [라이온 킹]의 빌리 아이크너 주연에 주드 아페토우 감독이 제작을 맡은 게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기획했으나 제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이크너는 “지적이고, 성적으로 활발하면서도 복잡하고 엉망인 성인 게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소회했다.

이미지: 넷플릭스

지난 5월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반쪽의 이야기]는 [세이빙 페이스] 앨리스 우 감독이 15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최고 극영화상을 수상했다. 작은 마을에 사는 내성적 모범생 엘리가 학교 운동선수 폴을 도와 애스터의 마음을 얻기 위해 편지를 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우가 새 영화를 만들 때 그에게 주어진 배급 선택지는 세 개였다. “하나는 넷플릭스, 하나는 다양성 영화, 그리고 하나는 사모펀드를 받아 영화제를 도는 것이었죠.” 우는 가능한 한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넷플릭스를 택했다. 눈에 띄는 스타가 없는 퀴어 로맨스 영화는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니 산하 트라이스타 픽쳐스가 제작하는 [해피스트 시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최초의 레즈비언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레즈비언인 배우 출신 창작자 클레어 듀발이 각본/연출을 맡고 할리우드 A급 스타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맥켄지 데이비스가 연인을 연기한다. 트라이스타 사장 니콜 브라운은 영화가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신선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제작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듀발은 동성 간의 사랑이란 주제가 로맨틱 코미디의 맥락에서 새로운 요소로만 취급되는 걸 경계했다. ‘사랑 이야기이고 그 주인공이 두 여성일 뿐’인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촬영을 완료한 영화는 현재는 10월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북미 기준).

참고: Could Same-Sex Love Stories Boost the Rom-Com Film Rev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