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문제에 전 세계가 뜨거운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히어로계의 양대 산맥 마블과 DC 영화를 제작하는 디즈니와 워너에서도 #blacklivesmatter 캠페인을 펼치며, 인종차별 반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1966년 마블 코믹스에서 블랙 팬서가 데뷔한 이후 히어로계의 다양성 캐릭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상을 구하는 건 백인만이 아닌 흑인, 더 나아가 누구도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전하면서 말이다. 세상에서 인종차별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지길 바라며, 영화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흑인 히어로를 꼽아본다.

닉 퓨리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닉 퓨리는 [아이언맨 1] 쿠키 영상에 처음 등장한 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세계관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마블 코믹스에서는 백인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사무엘 L. 잭슨이 맡아 흑인으로 변경되었다. 쉴드의 전직 국장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며, 비밀이 많은 인물이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마지막에서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MCU 터줏대감으로서 존재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팔콘 (샘 윌슨)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스티브 로저스를 도와주면서 MCU 세계관에 등장했다. 화려한 비행 실력은 물론, 다양한 보조 장비를 활용한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이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이후 캡틴과 함께하며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갔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노인이 된 스티브를 만나 방패를 건네받고 캡틴의 의지를 물려받았다. 디즈니 플러스의 [팔콘 앤 윈터 솔져]에서는 캡틴의 조력자를 넘어, 진정한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워 머신 (제임스 로드)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이언맨 1]에서 미 공군 대령이자 토니 스타크의 친구로 처음 등장했다. 제임스 로드는 1편에서 슈트를 입을 뻔했으나 “Next time, Baby”라는 대사를 남기며 후일을 기약했고, 2편부터 본격적인 워 머신으로 활약했다. 다만 배우는 테렌스 하워드 대신 돈 치들로 교체되었다. 아이언맨과 함께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것은 물론, 토니가 고민에 빠질 때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소코비아 협정을 반대하는 팀 캡틴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다 큰 부상을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다시 만난 캡틴 진영과 갈등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난 감정을 풀고 동료로 함께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블랙 팬서 (티찰라)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MCU 최초의 단독 흑인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의 주인공이자 와칸다 왕국의 전사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했다. 아버지이자 국왕인 티차카가 폭탄 테러로 사망하자, 유력한 용의자인 버키(윈터 솔져)를 잡기 위해 슈트를 입었다.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화려한 격투 실력을 가졌고, 비브라늄으로 만든 슈트는 완벽한 방어를 자랑한다. 거기에 와칸다는 비브라늄을 독점 생산하고 있기에 재력 또한 상당하다. 또한 [블랙 팬서]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인종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LA 폭동이 일어난 1992년을 배경으로 티찰라와 킬몽거의 미래가 달라지는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고, 이 둘의 대립은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한 급진파와 온건파의 갈등으로 비칠 정도였다. 흑인 인권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주제 의식을 오락적인 재미와 함께 담아내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22년 5월 6일 후속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블레이드 (에릭 브룩스)

이미지: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반은 인간, 반은 뱀파이어로 태어난 에릭은 자신과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위해 뱀파이어 종족을 몰살하려는 인물이다. 1998년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2004년에 개봉한 3편까지 제작됐고,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2편은 [블레이드]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졌으며, [문라이트]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마허샬라 알리가 차세대 블레이드로 나선 신작을 준비 중이다. 여담으로 웨슬리 스나입스는 1992년 [블랙 팬서]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는 제작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웨슬리 스나입스는 두 편의 대표적인 마블 흑인 히어로 영화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로 데뷔한 새로운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는 피터 파커로 유명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신선한 세대교체를 보여줬다. 방사능 거미에 물려 파워를 지닌 점은 피터 파커와 같지만, 고민의 방향은 다르다. 마일스는 아버지와 진로 문제로 매일 갈등을 겪고, 스파이더맨으로서 능력은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던 중 다른 세계관에서 건너온 스파이더맨들의 도움으로 점점 성장해간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10대 마일스의 고민을 평행세계와 흥미롭게 담아내 호평을 받으며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2022년 10월에 개봉할 속편에서 더 멋진 영웅으로 돌아올 마일스를 기다려본다.

사이보그 (빅터 스톤)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DC 확장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흑인 히어로 사이보그는 [저스티스 리그]에서 스테판울프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빅터 스톤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난 뒤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쯤 삶의 새로운 동력을 발견하고 영웅이 되어 활약하는 모습은 인상 깊지만, [저스티스 리그]에서 함께한 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 플래시 모두 솔로 무비가 제작되었거나 혹은 제작할 예정인 것에 비해, 사이보그는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이 없어 아쉽다.

스톰 (오로로 먼로)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날씨를 다루는 능력을 가진 스톰은 미국 코믹스 사상 최초 흑인 여성 히어로이자, 엑스맨의 대표 캐릭터다. 초창기 [엑스맨] 3부작에서는 뛰어난 능력으로 위기에 빠진 팀을 여러 차례 구했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에서는 아포칼립스의 꾐에 속아 잠시 적이 되기도 했지만, 이내 우리가 알고 있던 스톰으로 돌아와 큰 활약을 펼쳤다. 디즈니와 폭스가 합병하면서 [엑스맨]의 다음 시리즈는 MCU 세계관에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만약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루크 케이지 (칼 루커스)

이미지: 넷플릭스

미국 TV 드라마 최초의 주연급 흑인 슈퍼히어로로, [제시카 존스]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뒤 단독 시리즈 [루크 케이지]와 [디펜더스]에서 활약했다. 강철 피부와 초인적인 힘을 가졌으며, 할렘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들을 응징한다. [루크 케이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부족하지만 흑인 문화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미국 내에서 흑인 사회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루크 케이지가 흑인 사회와 문화를 대표하는 할렘을 지킨다는 점에서 흑인의 꿈과 희망을 지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블랙 라이트닝 (제퍼슨 피어스)

이미지: Warner Bros. Television Distribution

번개를 조작하는 능력을 가진 DC 흑인 히어로. 히어로 생활을 은퇴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프리랜드를 위협하는 원 헌드레드가 등장하면서 다시 슈트를 입었다. [블랙 라이트닝]은 슈퍼히어로의 활약상도 흥미롭지만, 프리랜드를 통해 흑인 사회에 대한 각종 차별과 위협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제퍼슨뿐 아니라 가족 모두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시즌 3가 방영되었고, 2021년에 시즌 4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