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개된 [킹덤] 시즌 2에 이어 [#살아있다]와 [반도]까지 전 세계적인 ‘K-좀비 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좀비 장르가 이토록 대중화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비는 팬들만 좋아하는 꽤나 마이너한 장르였고, 그만큼 돋보이는 성적을 거둔 작품도 흔치 않았다(물론 제작비를 생각하면 대부분 흥행했다). 그렇다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북미 극장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좀비 영화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선정기준: 속편 & 동일 시리즈물 제외)

1. 월드워Z (2013)

이미지: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66% / 관객 72%
메타스코어: 63
북미최종: $202,359,711
전세계최종: $540,007,876
제작비: $190,000,000

맥스 브룩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월드워Z]가 ‘역대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좀비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주로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좀비 영화와 달리, 무려 1억 9,000만 달러가 투입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블록버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과 다른 전개나 부족한 개연성, 좀비의 애매한 설정 등에 아쉬움을 표한 이들도 있었으나, 반대로 그동안 좀비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스케일과 ‘할리우드 재난 영화’스러운 연출을 칭찬하는 관객도 상당히 많았다. 마니아 관객보다는 대중성을 택하면서 북미 2억 230만 달러, 전 세계 5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브래드 피트 최고 흥행작이 됐다. 다만 제작비가 워낙 비쌌기에 본전 정도를 거둔 것으로 전해지며, 속편은 예산 문제로 제작이 무산됐다.

2. 좀비랜드 (2009)

이미지: Columbia Pictures

로튼토마토: 평단 90% / 관객 86%
메타스코어: 73
북미최종: $75,590,286
전세계최종: $102,392,080
제작비: $23,600,000

루벤 플레셔의 [좀비랜드]는 에드가 라이트가 연출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함께 ‘웰메이드 좀비 코미디’로 항상 거론되는 작품이다. 기존 좀비 영화와 달리 가볍게 볼 수 있는 점이나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은 부분, 인간 군상의 어두운 이면이 아닌 따뜻함을 그려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좀비랜드]에 찬사를 보냈는데, 의외로 유머가 아쉽다는 의견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북미 7,550만 달러, 전 세계 1억 2,390만 달러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장장 10년 만인 2019년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이 공개됐다. 흥행 성적은 전작에 살짝 못 미치지만, 속편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팬들이 만족했다.

3. 웜 바디스 (2013)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로튼토마토: 평단 81% / 관객 73%
메타스코어: 60
북미최종: $66,380,662
전세계최종: $116,980,662
제작비: $35,000,000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주연의 [웜 바디스]는 좀비와 인간이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좀비 영화다. 아이작 마리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두 주인공의 이름 R과 줄리를 통해 원작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좀비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좀비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좀비 영화는 잔인하다’ 등 장르의 뻔한 클리셰를 철저하게 부수면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그 결과 북미 6,630만 달러와 전 세계 1억 1,690만 달러로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두 배우의 빼어난 비주얼과 연기력도 단연 흥행에 큰 도움이 됐을 테다.

4.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2010)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로튼토마토: 평단 22% / 관객 48%
메타스코어: 37
북미최종: $60,128,566
전세계최종: $300,228,084
제작비: $60,000,000

밀라 요보비치가 이끄는 프랜차이즈의 네 번째 작품,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가 북미 6,010만 달러로 순위권에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엄브렐라와 맞선 앨리스의 활약상을 담은 이 작품은 북미에서 순 제작비를 가까스로 넘기는 데 그쳤지만,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해외에서 흥행했기에 흔한 말로 ‘망할 걱정’은 없었다. 영화는 예상대로 해외 극장가에서 2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월드와이드 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제작비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참고로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의 북미와 전 세계 스코어는 각각 시리즈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 새벽의 저주 (2004)

이미지: UIP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75% / 관객 77%
메타스코어: 59
북미최종: $59,020,957
전세계최종: $102,278,712
제작비: $26,000,000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는 잠시 후 소개할 [28일 후…]와 더불어 현대 좀비 영화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받는다. 두 작품이 현재 좀비 장르의 트렌드인 ‘전력질주 좀비’를 대중화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의 저주]는 전통적인 ‘살아 돌아온 시체’라 고전 좀비 영화 팬들이 [28주 후…] 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요새 들어선 좀비의 기준이 애매해지면서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영화가 북미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각각 5,900만 달러와 1억 220만 달러.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원작자는 “시체가 어떻게 뛰어다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6. 공포의 묘지 (1989)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로튼토마토: 평단 51% / 관객 59%
메타스코어: 38
북미최종: $57,469,467
전세계최종: $57,469,467
제작비: $11,500,000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1989년작 [공포의 묘지](원제: 애완동물 공동묘지)도 좀비 영화라 할 수 있다. 작중 루이스 가족이 키우던 고양이 처칠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린 아들에 사악한 존재가 깃들면서 죽음에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주인공의 과욕에 의해 벌어지고, 결국 이로 인해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선량한 이들마저 대가를 치른다는 씁쓸한 결말이 참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에 대해선 다소 호불호가 갈리지만, [공포의 묘지]가 공포 영화계에 선사한 영향력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북미에서 제작비 5배에 가까운 5,74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2019년 공개된 리메이크작 또한 북미 5,470만 달러, 전 세계 1억 1,310만 달러로 흥행에 성공했다.

7.파라노만 (2012)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88% / 관객 72%
메타스코어: 72
북미최종: $56,003,051
전세계최종: $107,139,399
제작비: $60,000,000

어린이를 위한 있는 좀비 영화가 없을 것이란 편견은 버리자. 마녀의 저주로 살아 돌아온 좀비들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노만의 이야기를 담은 [파라노만]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호평을 받았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쿠보와 전설의 악기] 등 수준 높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라이카 스튜디오 작품답게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적이지 못한 스튜디오 성향상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내야 하기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참 안타깝기만 하다. 제작비 6,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작품의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각각 5,600만 달러와 1억 710만 달러.

8. 28일 후… (2002)

이미지: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로튼토마토: 평단 87% / 관객 85%
메타스코어: 73
북미최종: $45,064,915
전세계최종: $85,720,385
제작비: $8,000,000

북미 4,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대니 보일의 [28일 후…]도 순위권에 올랐다. 앞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좀비를 두고 소소한 논쟁이 있다고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28일 후…]는 죽은 사체가 아니라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 즉 살아있는 사람이 인류를 위협했기 때문에 좀비 영화가 아니라는 의견도 종종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관객에게 21세기 최고의 공포영화 혹은 좀비 영화의 모범이라 불리며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 결과 제작비 800만 달러로 전 세계 8,57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속편 [28주 후] 또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삼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28개월 후]도 제작될 것처럼 보였으나, 아쉽게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접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9.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1968)

이미지: The Criterion Collection

로튼토마토: 평단 97% / 관객 87%
메타스코어: 89
북미최종: $12,087,064
전세계최종: $30,087,064
제작비: $114,000

좀비 영화를 논하는 동안 조지 A. 로메로 감독을 빼면 섭섭하다.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역사상 첫 좀비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좀비 영화를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거듭나게 한 기념비적인 명작이라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11만 4,000달러라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북미에서만 1,200만 달러, 해외 성적까지 합치면 3,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제작비 25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까지 했으니,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시체들의 새벽]을 비롯해 2009년까지 총 여섯 작품으로 이루어진 프랜차이즈로 발전했으며, 작품 자체가 두 차례 리메이크를 거치기도 했다. 공포영화 특수 분장계의 유명인사, 톰 사비니가 연출한 작품이 대표적인 케이스.

*부산행 (2016)

이미지: (주)NEW

로튼토마토: 평단 94% / 관객 88%
메타스코어: 72
북미최종: $2,129,768
전세계최종: $92,688,375
제작비: $8,500,000

그렇다면 한국 좀비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부산행]의 북미 성적은 어땠을까? 국내 개봉 이틀 뒤에 북미에서 공개된 [부산행]은 27개 극장에서 21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당시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평단과 관객의 호평이 상당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다가오는 8월 북미 개봉하는 [반도]는 더 많은 관객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