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뉴 뮤턴트]가 드디어 개봉했다. 이로서 2000년 1편을 시작으로 폭스 사가 제작한 [엑스맨]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이제는 마블 스튜디오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올 뮤턴트 영웅을 기다리며, [엑스맨] 유니버스의 미래를 바꾼 결정적인 장면들을 살펴본다.

‘엑스맨’ 찰스와 에릭의 체스게임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에서 모든 사건이 끝나고 프로페서 X(찰스)가 감옥에 갇힌 매그니토(에릭)를 찾아가 함께 체스를 둔다. 이전 장면까지 목숨을 위협할 만큼 사투를 벌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두 사람은 차분히 체스 말을 움직이며 대화를 나눈다. 매그니토는 인간과 뮤턴트의 공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지만, 프로페서 X는 어려움 속에서 간신히 잡은 평화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체스 장면은 [엑스맨]뿐 아니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도 나온 시리즈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찰스와 에릭이 영원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나타내는 동시에 뮤턴트의 미래에 관한 두 사람의 생각을 의미심장하게 전한다.

‘엑스맨 2’ 나이트크롤러의 백악관 침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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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크롤러가 뮤턴트를 격리 수용하는 등록법안을 막기 위해 백악관에 침입하는 장면은 액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이트크롤러는 빠른 스피드와 순간이동 능력을 활용해 경호원들을 차례차례 무찌른다. 배경음악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흘러나와 비장미를 더한다. 나이트크롤러는 경호원의 방해로 임무에 실패하지만, “Mutant Freedom Now”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메시지는 마지막 프로페서 X와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과 연결되는데, 인간과 뮤턴트가 더 이상 대립하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주장한다. 비단 [엑스맨] 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위한 바람과 함께.

‘엑스맨 탄생: 울버린’ 아다만티움을 주입한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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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울버린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그려낸 외전이다. 특히 로건이 의붓 형 빅터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고자 자신의 몸에 아다만티움 금속을 넣는 장면은 오리지널 시리즈와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장면이 프리퀄 [엑스맨: 아포칼립스]에도 등장한다는 사실. 아다만티움 주입 후 폭주하는 울버린이 탈출하는 순간, 어린 진과 엑스맨 일행들을 만난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연인이었던 울버린과 진은 이때는 서로를 전혀 모르지만, 짧은 만남 속에서도 묘한 기류를 형성해 팬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안겼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찰스가 휠체어에 앉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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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라고 불리기 전 함께했던 찰스와 에릭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이다. 영화에서 에릭이 CIA 요원 모이라가 쏜 총을 튕겨내다 찰스에게 상처를 입히는 순간은 시리즈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 사건으로 찰스는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고, 뮤턴트의 미래를 위해 함께 싸웠던 두 사람은 갈라서고 말았다. 이후 에릭은 매그니토가 되어 새로운 뮤턴트 연합체를 구성하고, 찰스는 인간에게 호의적인 뮤턴트들 집단 X-MEN을 만들어 두 사람의 긴 싸움을 예고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퀵실버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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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실버의 대단한 활약상을 만날 수 있는 장면. 과거로 간 울버린과 찰스가 펜타곤 감옥에 갇힌 매그니토를 빼내던 중 경비원들에게 포위되자 퀵실버가 스피드를 활용해 모두를 구하는데, [엑스맨] 시리즈 사상 가장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액션이 펼쳐진다. 정지된 세상에 퀵실버만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해 독특한 화면을 선보이는데, 퀵실버가 발사된 총알의 궤적을 바꾸거나, 사람들의 몸동작을 움직여서 실수를 이끌어 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후 [엑스맨: 아포칼립스]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도 이 같은 연출을 선보였고, 시리즈의 대표적인 액션 장면이 되었다.

‘데드풀’ R등급 슈퍼히어로의 진수를 보여준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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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를 봐온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건넸다. 오프닝부터 제4의 벽(관객과 작품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말을 거는 모습부터 시작해, 라이언 레이놀즈의 걸쭉한 섹드립과 유혈이 낭자한 액션까지, 본격적인 19금 슈퍼히어로의 길을 걷겠다는 영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망쳐 놓은 데드풀 캐릭터를 되살렸고,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블레이드 3], [R.I.P.D] 등 유독 코믹스 원작 영화와 좋지 못했던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버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흥행 성적 역시 전 세계적으로 7억 8천만 달러 수익을 기록, 역대 [엑스맨]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되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과거와 현재, 두 찰스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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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울버린이 돌연변이를 위협하는 센티넬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과거로 가는 이야기다. 울버린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의 사건 때문에 고통받는 찰스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어 미래의 찰스가 울버린을 통해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과거의 찰스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장면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두 찰스의 만남을 통해 [엑스맨]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이 연결되면서 스토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과거에서 센티넬을 파괴한 덕분에 미래(엑스맨 오리지널 3부작)가 달라지면서 희망을 그리는 부분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로건’ 로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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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 [뉴 뮤턴트]의 아쉬운 완성도에 비추어볼 때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작품은 [로건]이 아닐까. 특히 시리즈를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프로페서 X의 패트릭 스튜어트와 울버린의 휴 잭맨이 퇴장한다는 점에서 진한 여운을 남긴다.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울버린이 자신과 닮은 돌연변이 소녀 로라를 만나고, 그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그린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로건과 로라는 많은 일들을 함께하면서 부녀지간 못지않은 감정을 쌓아간다. 특히 최후의 전투에서 로건의 모습은 마치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절박한 사투처럼 느껴질 정도. 결국 로건은 로라를 지켜내고 눈을 감는다. 마지막 로건의 죽음은 오랫동안 [엑스맨] 시리즈를 지켜본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눈물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