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정세랑 작가의 소설과 이경미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이 한문 선생 홍인표와 함께 학교의 수상한 미스터리를 해결해가는 이야기다. 장르를 ‘명랑’ 판타지라고 소개하는 만큼, 여기저기에서 톡톡 튀는 매력이 한가득이다.

안은영이 바라보는 세계는 늘 알록달록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젤리로 가득하다. 공포 영화나 초자연물에 등장하는 영혼이나 귀신과는 사뭇 다르다. 드라마 속 젤리는 욕망의 흔적이다.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젤리를 만들 수 있으며, 죽고 나서도 젤리가 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로운 존재가 되기 전에 부서져 사라진다. 한을 품고 죽으면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하는데, 한이란 살아있을 적에 이루지 못하고 남겨진 욕망이라고 할 수 있으니, [보건교사 안은영]의 세계관에서 귀신은 젤리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분히 공포스러울 수 있는 요소들이 젤리로 등장하니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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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남을 도울 운명을 타고난 안은영은 자신의 능력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늘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하기 싫다고 말하지만, 플라스틱 검과 비비탄 총을 무기로 학생들을 위협에서 구한다. 타고난 기운이 좋아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홍인표는 안은영의 기운 충전기 역할을 하며 함께 학교의 비밀을 파헤친다. 젤리에 영향을 받아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목련고 학생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신선한 얼굴로 가득하다.

학교 안의 풍경과 학생들의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지는데, 소수자를 향한 혐오적인 언행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지적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비하하고 따돌리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비추고, 성소수자에게 혐오적인 말을 쏟아내는 행동은 악한 젤리에 휘둘리는 사람이나 하는 행동이라는 듯이 묘사한다. 가난하다고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학교는 참 거지 같다고 건네는 말에 “거지가 뭐 어때서요?”라고 반문하는 대사를 통해, 무의식적인 차별과 혐오를 지적하며 마음 한 켠을 깊게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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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한국의 민속 상징들이 등장해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점 역시 인상 깊다. 안은영은 집에서 봉선화 나무를 키우고 꽃과 잎으로 손톱을 늘 빨갛게 물들이는데, 봉선화물을 들이면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고 하는 미신을 보여준다. 압지석이 놓인 지하실 문에 둘린 금줄은 신성한 곳에 부정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고, 지하실에 놓인 붉은팥은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단단히 얽혀 풀리지 않도록 염원을 담은 전통 매듭도 여럿 등장한다. 한국에서 잘 쓰이는 관용구 ‘재수 옴 붙었다’에서 옴이 젤리로 형상화되고, 그런 옴을 잡아먹어 없애는 옴잡이가 등장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적 색채가 더해진 개성 강한 사운드트랙은 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을 한껏 살린다. [전우치],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사운드트랙과 밴드 이날치로 잘 알려진 장영규 음악감독이 맡아 귀에 쏙쏙 꽂히는 음악이 완성되었다.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가사와 때론 발랄하게, 때론 복고풍, 때론 한국적이 느낌이 강한 멜로디로 드라마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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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시즌 1은 프리퀄 개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시즌 1의 내용은 안은영의 세계관을 시작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의 원인은 지하실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기운 때문이고, 이 힘을 차지하기 위해 ‘안전한 행복’과 ‘일광소독’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안은영을 이용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시즌 1을 끝맺었다. 시즌 2에서는 더욱 넓게 확장되고 깊어진 안은영의 매력적인 세계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