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월 개봉을 앞둔 영화 [서복]이 연일 화제다. 국내에서 드문 복제인간을 소재로 해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두 주연 배우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박보검이 복제인간을, 공유가 그를 극비리에 옮기려는 정보국 요원을 맡아 감성 브로맨스를 펼친다. 이 초특급 만남이 한국 브로맨스 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어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기대가 쏠린다. [서복]에 앞서 브로맨스로 호감을 사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영화를 살펴본다.

검사외전(2015)

이미지: ㈜쇼박스

살인 누명을 쓴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과 손을 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이야기다. 황정민이 거친 수사 방식으로 유명한 다혈질 검사를, 강동원이 허세 가득한 사기꾼으로 분해 유쾌한 호흡을 맞춘다. [검사외전]의 매력은 검사와 사기꾼이라는 어울릴 것 같은 두 인물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공조하면서 쌓아가는 브로맨스에 있다. 이야기의 치밀함은 부족하지만, 배우들의 매력으로 경쾌한 범죄극을 완성한다.

공조(2016)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서로 다른 성격의 남북 형사가 진짜 목적을 숨기고 공조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다. 현빈은 타고난 수사 감각과 집념을 지닌 강인한 매력의 북한 형사를 맡아 액션을 담당하고, 유해진은 매사에 허술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생계형 남한 형사를 맡아 웃음을 책임진다. 특히 북한 특수 정예부대 출신인 형사 캐릭터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는 물론, 특유의 우수에 찬 눈빛으로 시선을 붙잡는 현빈의 존재감이 인상 깊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가 서로의 비밀을 숨긴 채 만나 파국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범죄조직, 비밀경찰, 의리와 배신이라는 영화의 재료는 익숙하나, 이를 구성하는 방식은 기존의 범죄물과 결이 다르다.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재호와 현수의 관계다. 가까워질수록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성을 치밀하게 묘사해 신선함을 꾀한다. 덕분에 영화의 형식 자체는 분명 세련된 범죄 누아르인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한 농밀한 감정선이 마음을 파고든다. 재호를 향해 일편단심의 마음을 드러내는 병갑 또한 잊을 수 없는 한축을 새긴다.

청년경찰(2017)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패기와 젊음으로 무장한 두 경찰대생이 우연히 납치사건을 목격하고 직접 발로 뛰는 수사에 나서는 이야기다. [청년경찰]은 욕심 내지 않고 버디무비 공식을 착실히 따른다. 새로움은 없지만, 둘도 없는 친구로 호흡을 맞춘 박서준과 강하늘이 유쾌한 에너지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서준은 의욕은 충만하나 치밀함은 부족한 기준 역을, 강하늘은 원리원칙을 고수하나 어딘가 어수룩한 희열 역을 맡아 친근한 매력을 선보인다. 코믹과 액션을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미완의 청춘이 전하는 브로맨스가 즐겁다.

독전(2018)

이미지: (주)NEW

마약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가 버림받은 조직원에게 도움을 받아 실체에 접근하려는 이야기다. 두기봉 감독의 2012년작 [마약 전쟁]을 기본 틀만 가져와 판을 새롭게 짰다. 실체 없는 조직 보스를 쫓는 형사 주위에 독한 캐릭터들을 포진하고 매 관문마다 스타일리시한 인장을 강렬하게 새긴다. 조진웅이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조직 보스 이선생을 뒤쫓는 형사로, 류준열이 끈질긴 추적에 협조하는 조직원으로 분해 독한 광기로 끓어오르는 영화에 어딘가 허무하고 공허한 공기를 드리운다. 맹목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 형사 원호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조직원 락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마음을 잡아끈다.

백두산(2019)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백두산 폭발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남과 북의 요원이 합동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이 시선을 끌고, 기대에 부응하는 실감 나는 특수효과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어 하정우와 이병헌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이끈다. 하정우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어떻게든 작전을 수행하려는 능글맞은 조인창을, 이병헌은 진짜 목적을 숨기고 작전에 협조하는 척하는 리준평을 맡아 카리스마와 유머가 오가는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인남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의 쫓고 쫓기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재회, 살벌한 긴장감이 곤두서는 추격을 펼친다. 황정민은 국가에 버림받고 깊은 고독과 상실감만 남은 인남을, 이정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레이로 나서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처절하고 지독한 추격전을 완성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파열음이 역동적인 촬영의 도움을 받아 지금껏 본 적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