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긴장감이 흐른다. 올 한 해를 휩쓴 코로나가 더없이 야속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잃은 어른들도 현재의 시국이 답답하기만 한데, 입시 준비도 학교생활도 혼란스러운 학생들은 오죽할까. 모든 수험생들이 그동안 준비한 노력이 헛되지 않게 무사히 수능을 치르길 바라며, 다양한 매력을 가진 10대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모아봤다. ‘아싸’여도 외롭지 않은 학교생활부터 두근두근 설레는 로맨스, 아찔한 일탈과 좁은 세상에서 벗어난 예측불가의 모험까지 에너지 넘치는 10대들을 만나보자.

펜15(PEN15)

이미지: 웨이브

[펜15]의 주인공 마야와 애나는 여느 하이틴 드라마 속 10대들 같지 않다. 둘도 없는 사이인 두 친구는 주목받는 것보다 따돌림이 더 익숙한 10대들이다. 어눌한 바가지 머리, 말할 때마다 큼직하게 보이는 치아 교정기, 인형놀이에서 못 벗어난 유치한 취향과 장난기 어린 엉뚱한 행동 등 마야와 애나는 도도하거나 신비로운 이미지를 풍겼던 여자아이들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펜15]는 2000년을 배경으로 기존 하이틴물에서 소외된 ‘아싸’인 두 친구의 요란하다면 요란한 학교생활을 성적 호기심과 일탈, 차별, 우정, 가족 문제 등 익숙한 소재로 담아낸다. 이야기의 재료는 친숙하지만 남다른 두 주인공 덕분에 신선함이 느껴지는데,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인 마야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다만, 공동 창작자인 87년생 두 배우(마야 어스킨, 애나 콘클)가 13살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초반에는 적응이 필요하다. (웨이브)

대시 앤 릴리(Dash & Lily)

이미지: 넷플릭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귀엽고 훈훈한 하이틴 로맨스다. 레이첼 콘과 데이비드 리바이던이 공동 집필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얼굴도 모른 채 미션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화 같은 로맨스의 주인공은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릴리와 반대로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냉소적인 성격의 대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위기에 처한 릴리는 자신의 인연을 찾기 위해 미션이 적힌 노트를 단골 서점에 두고 가는데, 우연히 서점에 들른 대시가 릴리의 빨간 노트를 발견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대시와 릴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새롭지 않지만, SNS가 익숙한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노트를 교환한다는 점이 되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연말 연휴를 맞이한 뉴욕의 겨울 풍경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 근사해 보인다. (넷플릭스)

위 아 후 위 아(We Are Who We Are)

이미지: 왓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첫 TV 시리즈다. 가족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던 열일곱 소년 엘리오에게 스물넷 청년 올리버가 나타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위 아 후 위 아]는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10대 프레이저가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에 부임한 두 어머니를 따라 새집에 정착하고 옆집에 사는 케이틀린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비롯된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미묘한 경계에 선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을 중심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혼란의 시기를, 아름다운 음악과 감각적인 영상을 더해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그려낸다. 또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팬들에게는 반가운 인물도 카메오로 깜짝 등장한다.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가 각각 3화와 6화에 등장하는데, 여간해선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나오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왓챠)

루킹 포 알래스카(Looking for Alaska)

이미지: 웨이브

[안녕, 헤이즐]의 원작자 존 그린이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한 감성적인 청춘 드라마다. 수많은 인물의 유언, 그중에서도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가 남긴 “커다란 불확실성을 찾아 떠난다”라는 유언에 매료된 마일스가 자신만의 덜 지루한 미지의 세계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나 기숙사 학교에 전학을 가고 새 친구들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일스는 새 학교에서 대담하고 우직한 성격의 룸메이트 칩과 그의 괴짜 친구 다쿠미, 그리고 솔직하고 영민하며,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알래스카와 가까워지고, ‘평일 전사단’이라 불리는 거만한 부유층 학생 그룹과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데, 장난기 가득한 학교생활은 생각지도 못한 비극으로 이어진다. [루킹 포 알래스카]는 예민하고 불확실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10대 시절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웨이브)

겟 이븐(Get Even)

이미지: 넷플릭스

[엘리트들]의 아주아주 순한 버전 같은 하이틴 스릴러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우연한 기회에 ‘DGM(Don’t Get Mad)’라는 비밀 동맹을 맺고 학교 내의 문제적인 인물을 폭로하고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겟 이븐]은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들이 모두 여자라는 데서 신선함을 꾀한다.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장학생 키티,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입은 문제아 브리, 가난을 숨기고 부유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올리비아,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전학생 마고는 자신들의 새로운 타깃이 살해되고, DGM의 취지마저 악용당하자 혼란에 빠진다. 멤버들의 개인적인 문제와 맞물려 살인 미스터리의 진실을 찾으려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진범의 정체가 쉽게 밝혀지긴 해도 가벼운 미스터리의 재미는 충분히 전한다. (넷플릭스)

아우터 뱅크스(Outer Banks)

이미지: 넷플릭스

보물 찾기와 실종 미스터리,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로맨스가 만났다. 게다가 이야기의 배경은 여름의 뜨거운 에너지와 이국적인 풍경이 멋스러운 휴양 섬. 드라마는 지상낙원이라 불리지만, 실상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아우터 뱅크스를 배경으로 ‘포그’라 불리는 노동자 계층 집안의 고등학생 존 B와 그의 친구들이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침몰한 배를 발견하고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존 B는 우연히 발견한 보트가 보물 찾기에 매달리다 실종된 아버지와 연관됐음을 깨닫고, 정체불명의 두 남자에게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사라진 금괴와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쿡’이라 불리는 부유한 가문의 딸 세라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로맨스까지.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갖가지 위협을 무릅쓰고 사랑과 진실을 위해 모험하는 이야기를 하이틴 드라마에 담아내 신선한 재미가 있다. (넷플릭스)

워킹 데드: 월드 비욘드(The Walking Dead: World Beyond)

이미지: AMC

[워킹 데드]의 두 번째 스핀오프 시리즈다. 첫 번째 스핀오프 [피어 더 워킹 데드]가 좀비 아포칼립스가 시작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이 적응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시즌이 거듭되면서 애초의 의도는 퇴색됐지만), [월드 비욘드]라는 부제를 단 두 번째 스핀오프는 세계관을 확장해 큰 비극을 겪고 무너진 세상에서 성장한 10대들을 중심에 둔다. 드라마는 ‘하늘이 무너진 날’이라 불리는 재앙이 발발한 지 10년 후를 배경으로, 안전한 공동체를 벗어나 시민 공화군이라 불리는 집단에 차출된 과학자 아버지를 찾으려는 호프, 아이리스 두 자매와 이들의 여정에 합류한 사람들이 위험한 바깥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펼친다. 좀비를 겪어 보지 않은 10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전투력은 부족하고, 생존보다는 저마다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의 여정에 더 가까워 [워킹 데드]와 같은 재미를 기대하면 안 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