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산후조리원]은 아이를 출산한 현진이 산후조리원에 입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드라마보다 짧은 8부작에 불과하지만, ‘격정 출산 느와르’라고 소개하는 만큼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과연 [산후조리원]은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이미지: tvN

가장 먼저 소재가 주는 독특함이 눈에 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임산부의 모습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에 개봉한 [애비규환]부터 육아를 다룬 [툴리], 공포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산후조리원]만큼 본격적이고 직접적으로 임산부의 출산과 산후조리 과정을 집중해서 다루는 작품은 드물었다.

학창 시절, 시간표에 간간이 등장하던 보건 시간에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동안 배웠던 것들이 수박 겉핥기 수준이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피부로 전해진다. [산후조리원]은 막 아이를 출산하는 현진의 모습에서 시작하는데, 양수가 터졌을 때부터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겪는 고통스러운 진통 과정과 그 이후를 단계별로 담아낸다.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한 회차를 전부 할애해서 병원에서 겪는 일거수일투족과 신체 변화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현진의 경험을 통해 손에 닿을 만큼 생생하게 묘사한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거나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부분들을 세세하게 짚어줘 교육용 드라마로 손색없을 정도다.

이미지: tvN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출 방식도 인상적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상황이 많아 자칫하면 무겁고 진지하게 흘러갈 수 있는데, 코믹한 상황 묘사를 통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환기한다. 사이사이 등장하는 각종 패러디 장면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 등장인물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육아를 도맡아 오롯이 아기에게만 집중하며 생활하는 엄마들은 일등 칸, 직장 생활을 하느라 상대적으로 아기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시선을 받는 엄마들은 꼬리 칸으로 나누는 설국열차 패러디가 특히 인상적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미식축구 선수로, 전설의 베이비시터를 모시기 위한 경쟁을 무협 액션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인상 깊다.

이미지: tvN

다양한 매력 속에서도 특히 빛나는 점은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산모가 되면서 겪는 진통을 고르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오현진은 일을 사랑하고 능력도 출중한 최연소 임원에서 최고령 초보 산모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 드라마는 엄마가 되면서 신체적으로, 환경적으로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다채롭게 짚어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낯설기만 했던 아이와의 대면에서 시작해 점차 애정을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을 통해 모성애는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완벽한 엄마인 줄만 알았던 조은정은 아이 셋을 혼자 돌봐야 하는 독박 육아와 배려심이 부족한 남편 사이에서 짓눌려 자신을 잃고 고통받는다. 결혼을 거부하고 분유 수유를 요구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하는 이루다는 산후조리원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행보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의 과감한 행동은 사회에서 엄마에게 요구하는 시선과 통념을 깨부수고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아도 된다고 시원하게 꼬집는다. 박시연이 연기한 한효린 역시 미디어를 통해 출산 후에도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사회적 시선을 지적한다. 가장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준 쑥쑥이 엄마 박윤지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애달프게 담아내기도 한다.

이미지: tvN

[산후조리원]은 에피소드가 짧은 게 아쉬울 정도로 임산부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회마다 알차게 그려내 만족감이 크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출연하고 싶다는 엄지원의 말처럼, 재미와 메시지를 둘 다 잡은 드라마를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