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콜]과 MBC 드라마 [카이로스]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전화가 등장한다. 연유는 알 수 없으나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인물을 이어주는 전화는 저마다의 사연이 개입되면서 단순한 통화에 그치지 않고 운명을 바꾸고 개척하는 역할을 하며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콜]과 [카이로스]처럼 전화로 알게 된 인물들의 사연이 흥미롭다면, 그처럼 운명을 바꿀 열쇠가 되거나 혹은 지독한 악몽, 아니면 인생을 돌아보는 의외의 계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나보자.

더 콜러(2011)

이미지: 포커스 온

[콜]의 원작이 된 영화다. 마찬가지로 오래된 전화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주요 수단이나, 인물과 배경은 사뭇 다르다. 한적한 마을의 외딴 저택이 아닌 도시의 허름한 아파트에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고 새 출발을 하려는 메리가 이사 온 뒤 과거의 여자 로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콜]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비교해서 보면 흥미로운데, 특히 메리의 심경 변화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더 폰(2015)

이미지: (주)NEW

손현주, 엄지원 주연의 [더 폰]도 과거와 현재가 전화로 연결되면서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려는 이야기다.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에게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오자, 혼란에 빠진 남자는 이내 누군가의 장난이 아닌 과거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곧 일어날 살인을 막기 위해 생사를 건 사투를 시작한다. 범인의 존재를 일찌감치 공개하지만, 동호와 연수 부부의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운명이 바뀌면서 팽팽한 긴박감을 조성한다. 판타지적 설정에 사실적인 몰입감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더 길티(2018)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긴급 신고 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전화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다음날 진행될 최종 재판을 앞두고 온종일 긴장감이 역력했던 경찰 아스게르는 퇴근을 앞두고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전화를 받는다. 당장 사건 현장에 갈 수도 없고 전화 통화가 최선인 상황에서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여성을 구할 단서를 찾으려 한다. 긴장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소리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며 몰입감을 자아낸다.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로 리메이크된다.

더 테러 라이브(2013)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라디오 생방송 도중 신원 미상의 청취자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오고 실제로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악의 재난을 기회로 삼으려는 진행자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테러범의 심리전이 ‘한강 폭탄테러 독점 생중계’라는 신선한 형식을 통해 펼쳐지는데, 테러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사실감이 돋보인다. 영화의 대부분이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협박 전화를 받은 윤영화의 시점에서 전개해 긴박감을 조성하고, 과감한 전개로 마지막까지 시선을 붙든다.

폰 부스(2002)

이미지: 20세기폭스코리아

무심코 받은 전화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남자의 외로운 사투를 그린 영화다. 자신의 고객과 불륜을 저지르는 스투는 공중전화로 비밀스러운 통화를 나눈 뒤 떠나려는 찰나에 전화부스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듣는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정체불명 남자의 협박이 시작되고, 스투는 전화부스를 벗어나지 못한 채 위험한 게임에 말려든다. 설상가상 살인자로 오해를 받으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를 예측불허의 긴장감으로 이끄는 효율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심야의 FM(2010)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더 테러 라이브]보다 먼저 나온 라디오 진행자와 협박범의 대결 구도를 그린 영화다. 가족 문제로 심야 방송을 그만두는 DJ가 마지막 방송에서 딸과 동생을 인질로 삼은 남자의 협박 전화를 받고 피 말리는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애가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홀로 범인을 상대하는 DJ 선영을, 유지태가 뒤틀린 영웅 심리에 취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송을 이끌려는 청취자 동수로 분해 리얼타임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놈 목소리(2007)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1991년 발생한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에 영감을 얻은 영화다. 유괴된 지 40여 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아이를 잃고 절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부모와 대담하고 치밀하게 협박 전화를 건 유괴범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괴, 납치를 다룬 기존 작품이 범인과의 대결, 사적 복수 등 극적인 전개로 긴장감을 고조했다면, [그놈 목소리]는 유괴범에게 아이를 빼앗기고 집요한 협박에 시달리는 부모의 절박함을 그려내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강조한다. 특히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실제 범인의 단서인 ‘협박 전화 목소리’를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설정해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하고도 철저하게 전화상의 목소리로만 등장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목소리만으로도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얼굴 없는 범인의 비정함과 실낱 같은 희망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버티는 부모의 심정을 고스란히 재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18)

이미지: (주)얼리버드픽쳐스

어느새 일상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을 매개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실수로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도미타와 연인을 대신해 낯선 남자로부터 폰을 되찾아준 아사미에게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현실 공포를 다룬다. 스마트폰을 분실했거나 해킹당한 경험이 있다면 꽤 오싹한 소재다. 폰을 습득한 의문의 남자가 얼굴, 이름, 나이와 같은 기본 정보부터 카드결제정보, 그리고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 모두 알아내 두 연인을 궁지에 몰아가는 과정이 마냥 허구의 이야기라 할 수 없는 점이 영화의 매력이다.

폰(2002)

이미지: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데뷔 초 하지원을 ‘호러 퀸’으로 불리게 했던 작품 중 하나다. 협박 전화에 시달리는 기자가 폰 번호를 바꾼 뒤 의문의 죽음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원은 자신의 폰을 무심코 받은 친구 호정의 딸 영주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고, 마찬가지로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협박범이 폰을 받고 심장발작을 일으키자 핸드폰 번호가 관련이 있다고 감지하고, 번호의 이전 소유자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위선과 추악한 본성에서 비롯되는 호러 미스터리며, 아역배우 은서우의 섬뜩한 연기가 인상 깊다.

착신아리(2008)

이미지: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핸드폰을 매개로 죽음의 메시지가 번져가는 이야기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벨소리가 울린 뒤 3일 후의 자신이 보낸 음성 메시지가 도착하고, 정확히 메시지를 받은 3일 후의 시간에 죽음을 맞는다. 한 번 정해진 섬뜩한 운명은 결코 막을 수 없으며, 죽음 직전의 말이 녹음된 저주의 메시지는 희생자의 폰에서 선별해 다음 대상에게 발송된다. 일상의 필수품인 핸드폰이 피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섬뜩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음산한 벨소리가 은근히 귀에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