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개천용]은 실제 일어났던 재심 사건을 바탕으로 아웃사이더 변호사와 기자가 의기투합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린 드라마다. 살인, 누명, 공권력의 음모 등 무거운 소재가 가득하지만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고 두 주인공이 걷는 힘든 길을 뜨겁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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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권상우와 배성우의 환상적인 케미다. 두 사람은 고졸 출신 재심 변호사 박태용과 지방 S대 출신 기자 박삼수로 출연해,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된, 일명 ‘개천용’ 콤비로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 누명을 쓴 사람들을 구제하고, 그 파급력으로 세상과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 권상우는 박태용 변호사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잘 녹아내고, 배성우는 능글능글하면서도 여우 같은 모습으로 기자의 능력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더 잘났다는 듯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끔씩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과거는 보는 이의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세상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건넨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을 도와줬던 주변 인물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드러내 생계가 어려워도 약자를 위해 발 벗고 다니는 이유에 진심을 불어넣는다.

변호사 박태용이 판을 만들고, 박삼수가 불을 지피는 재심 사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드라마는 더욱 힘을 낸다. [날아라 박태용]이 지금까지 수사 법정 드라마와 다르게 돋보이는 이유는 두 주인공의 근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태용과 박삼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옷이 땀에 흠뻑 젖도록 탐문수사를 벌인다. 여러 인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 분위기를 뒤집기도 한다. 두 주인공의 고생담을 치열하고 공감 있게 그려내 캐릭터를 향한 응원의 함성은 자연스럽게 커져간다.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법정에서 펼쳐진다. 허당끼 넘치던 박태용은 재판장에 들어서면 야수의 본능을 깨운다. 검사와 판사를 향해 현재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삿대질도 하며 분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끈다. 원심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인 증거나 증언이 나오면 짜릿한 역전의 쾌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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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박태용 진영의 승리에만 있지 않다. 태용이 변호했던 피해자들은 무고가 확정되어도 자신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하지만, 이 같은 참극을 낳게 했던 검사, 판사, 경찰 등 소위 공권력의 강자들은 모르쇠로 일갈한다. 두 집단의 태도를 극명하게 대비해 감동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끌어내고, 정의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가리키며 작품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불필요한 서브 플롯을 빼고 메인 스토리에만 집중한 전개도 장점이다. 드라마는 이야기의 주가 되는 사건과 재심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쳐낸다. 물론 박태용 변호사와 이유경 기자의 썸 기류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메인 사건을 조사하거나 주요 인물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잠시 나올 뿐이다. 덕분에 한 회당 60분의 스토리는 드라마가 다루는 주요 사건으로만 꽉 채우고 속도감 있게 흘러가 흡입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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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전반부 ‘삼인조 살인사건’ 비해 ‘트럭기사 살인사건’ 같은 경우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희석되는 인상을 준다. 박삼수가 어느 순간부터 고함 일변도로 그쳐 초반의 개성을 잃어가고, 에피소드도 대부분 신파에 기대고 있다. 특히 ‘트럭기사 살인사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개천용 콤비가 아닌 한상만 형사로 기울어져 다음 활약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건이 밝혀져 드라마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극중 정의감에 불타던 캐릭터가 정작 현실에서 불의를 행하고 법을 어겼다는 점이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20부를 기획했던 이야기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돌고, 지난 화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면서 기분 좋은 반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드라마 제작진 측은 배성우의 하차를 발표하며, 3주간 재정비를 거쳐 방송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다시 시청자들을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목처럼 재미와 감동이 점점 날아오르고 있었건만 작품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애청자의 입장에서 씁쓸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