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 이야기를 이끌기 때문에 그 어떤 매체보다 감정이입이 높다. 잘 만든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면, 내가 마치 대서사시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뿌듯함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이 같은 감정을 모니터를 넘어 좀 더 넓은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게임에서 세상을 구한 영웅들의 영상화가 쏙쏙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와 영화 혹은 드라마 팬들을 즐겁게 할 주인공들을 미리 만나보자.

마리오 – 슈퍼 마리오 극장판 애니메이션

이미지: 닌텐도

마리오는 친근한 이웃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매 시리즈마다 위기에 빠진 버섯왕국과 피치 공주를 구한 영웅이다. 게임 역사를 대표하는 캐릭터답게 1993년 여름 블록버스터로 한 차례 영화화가 되었지만, 원작 세계관을 무시하고 기대에 못 미친 완성도로 실패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마리오도 깰 수 없었던 걸까? 다행히도 이 징크스를 깨기 위해 마리오가 다시 한번 영화로 점프를 시도한다. 2018년 [미니언즈]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마리오의 제작사 닌텐도가 손을 잡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양사는 [슈퍼 마리오] 영화화의 실패를 분석하고 보다 원작에 가까운 작품으로 탄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 부디 게이머와 영화 팬 모두를 만족시킬 작품으로 나와 [슈퍼 마리오] 실사화의 흑역사도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  

질과 클레어 – 레지던트 이블 리부트

이미지: 캡콤, 롯데엔터테인먼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캡콤의 유명 좀비 게임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은 6편까지 제작되어 게임 원작 영화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다만 게임 속 세계관과 캐릭터만 빌린 채, 오리지널 이야기로 구성된 내용과 호러보다 액션에 치중한 분위기에 실망한 원작 팬들도 많다. 이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원작에 보다 가깝고 호러 색깔이 좀 더 강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영화와 게임 팬을 라쿤 시티로 초대할 예정이다. 특히 게임 시리즈를 견인했던 영웅 질과 크리스, 레온과 클레어가 원작과 비슷한 인물로 등장해 많은 기대감을 준다. [메이즈 러너]의 카야 스코델라리오, [앤트맨과 와스프]의 해나 존 케이먼이 클레어와 질을 맡아 벌써부터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게임은 최근 2-3편이 리메이크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인데, 영화 역시 리부트가 성공을 거둘지 결과가 궁금하다.

네이선 드레이크 – 언차티드

이미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게임에 이어 영화에서도 포스트 인디아나 존스의 재림이 가능할까? [언차티드]는 너티 독이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가 세계 각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가는 모험담을 그린다. 게임 자체가 한 편의 영화 같은 대서사시라 실사화의 기대가 높았는데, [베놈]의 루벤 플래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가 네이선 드레이크 역을 맡아 내년 7월 극장에 선보인다. 처음에는 톰 홀랜드가 네이선 드레이크 역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냐는 말이 있었지만, 영화가 게임과 달리 인물의 어린 시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또한 네이선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멘토 빅터 역에는 마크 윌버그가 출연해 원작 못지않은 케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솔리드 스네이크 – 메탈기어 솔리드

이미지: 코나미, 넷플릭스

[메탈기어 솔리드]는 코지마 히데오가 연출한 잠입 액션 게임으로 솔리드 스네이크가 테러 집단의 기지에 들어가 음모를 파헤치고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게임 자체가 한 편의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며, 솔리드 스네이크의 모델 역시 [에스케이프 프롬 뉴욕], [L.A 탈출]의 커트 러셀을 바탕으로 했을 정도로 영화와 인연이 깊다. [메탈기어 솔리드]는 오래전부터 영화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최근 [콩: 스컬 아일랜드] 조던 복트 로버츠가 연출하고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오스카 아이삭이 솔리드 스네이크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오스카 아이삭의 바쁜 일정으로 제작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배우 본인이 역할을 무척 원했다는 후문이 있어 영화화의 기대가 크다.

조엘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미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언차티드]에 이어 너티 독의 대표적인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실사화되어 HBO 드라마로 공개된다.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인류의 대부분이 죽거나 감염자가 된 미래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내성을 가진 소녀 엘리와 그를 데리고 정해진 목적지에 데려가야 하는 조엘의 여정을 그린다. 멸망이나 다름없는 세계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많은 재미와 함께 게임 팬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특히 딸을 눈앞에서 잃은 기억이 있는 조엘이 소녀 엘리와 함께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희생하는 모습은 영웅 이전에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체르노빌]의 제작자 크레이그 마진이 참여해 원작 게임 1편 중심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담을 계획이다. 다만 게임 2편에서 조엘을 충격적으로 퇴장시켜 원작 팬들의 원성이 높은 지금, 드라마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 분노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닉과 테일즈 – 수퍼 소닉 2

이미지: 파라마운트 픽쳐스

작년 2월 개봉한 [수퍼 소닉]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에 성공했다. 3년 전 첫 예고편이 공개된 후 소닉의 모습이 원작과 너무 달라 혹평을 받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이에 [수퍼 소닉]은 1편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속편 제작을 발표했다. 시리즈의 주인공 소닉은 물론 전편의 쿠키 영상에 등장했던 테일즈도 함께할 예정이라 기대감은 더욱 크다. 원작 게임에서 소닉과 테일즈는 강력한 스피드로 전편의 짐 캐리가 맡았던 닥터 에그맨으로부터 세상을 구해냈다. 다만 짐 캐리가 속편에 출연한다는 공식 발표가 없기에 살짝 걱정도 들지만,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게임과 영화 모두 재미있게 즐긴 팬으로서 기대해본다.

게롤트 – 위쳐 시즌 2 & 위쳐: 늑대의 악몽

이미지: 넷플릭스

정확히 말하자면 넷플릭스 드라마 [위쳐]는 게임이 아닌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다. 다만 [위쳐] 시리즈 자체가 CDPR이 개발한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고, 이에 힘입어 드라마까지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헨리 카빌이 연기한 주인공 게롤트의 이미지는 게임에서 그대로 가져왔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게임과 드라마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둔 [위쳐]의 야심은 올해도 계속된다. 먼저 드라마는 시즌 2로 돌아와 새로운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즌 2에서는 게롤트를 비롯한 예니퍼, 시리가 시점을 오가며 진행했던 시즌 1과 다르게 세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모여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드라마, 게임에 이어 애니메이션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위쳐: 늑대의 악몽]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와 다르게 게롤트가 위쳐로 활약하던 또 다른 시점의 오리지널로 진행되어 세계관을 확장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