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상식 시즌이 다가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할리우드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 존재감을 빛낸 영화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요 시상식 중 가장 일정이 근접한 건 골든 글로브다. 지난 3일 최종 후보 발표까지 마쳤고, 시상식까지는 약 3주 정도가 남았다. 과연 누가, 혹은 어떤 작품이 트로피를 거머쥘지 기다리기에 앞서, 지난주 할리우드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베스 하먼의 이야기는 이대로가 가장 완벽하다” – 윌리엄 호버그, [퀸스 갬빗] 총괄 제작자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퀸스 갬빗]은 지난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다. 평단과 시청자들은 잘 짜인 스토리와 안야 테일러 조이의 퍼포먼스 등에 열광했고, 인기가 한창일 땐 체스 세트 판매량이 급증하고 ‘체스 두는 법’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차기 시즌을 원하는 성원에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고민할 법도 한데,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시리즈 총괄 제작자 윌리엄 호버그는 팬들의 사랑과 관심은 정말 감사한 일이며 예상치 못한 결과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의 결말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시청자들이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길 바란다. 베스 하먼의 이야기는 이대로가 가장 완벽하다”라며 시즌 2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출처: Deadline

“올해 골든 글로브는 체면을 구겼다” – 뉴욕 타임스

이미지: 판씨네마(주)

이번에 발표된 골든 글로브 후보 명단은 여러 의미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우선 시상식 역사상 최초로 세 명의 여성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골든 글로브 역사상 단 여섯 명의 여성 감독만이 후보로 선정된 걸 감안하면 좋은 변화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이유로 비판받은 부분도 있다. 바로 [미나리]와 관련된 것인데,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에서 제작 및 투자가 이루어진 작품임에도 ‘대사의 50% 이상이 외국어(한국어)’라는 규정 때문에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윤여정을 비롯한 배우들이 연기상 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것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뉴욕 타임스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결정에 “역시 이런 이슈가 없으면 골든 글로브가 아니다. 올해 시상식은 체면을 구겼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아쉬움을 표했다.

출처: New York Times

“더 이상 공포에 떨며 살지 않겠다” – 에반 레이첼 우드

이미지: HBO, Gianni Fiorito

에반 레이첼 우드가 과거 마릴린 맨슨과 교제 당시 수년간 가정 폭력과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두 사람은 각각 19살, 38살이던 2007년 교제를 시작해 2010년 약혼까지 했지만, 이듬해 헤어졌다. 우드는 지난 1일, SNS에 “나를 학대하던 사람의 이름은 브라이언 워너(마릴린 맨슨 본명)이다. 그는 내가 10대였던 시절 세뇌와 폭력을 통해 굴복하게 만들었다”라며 피해사실을 알렸다. 뒤이어 “더 이상 공포에 떨며 살지 않겠다. 나는 그가 더 많은 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걸 막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생존자들과 연대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맨슨 측은 사실이 심각하게 왜곡됐으며, 동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라 반박했지만 네 명의 피해자가 더 등장하면서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후 그의 앨범 홍보를 맡았던 레이블에서는 방출 통보를, 출연 드라마 제작사 측은 맨슨의 분량을 모두 편집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출처: Variety

“[양들의 침묵]이 너무 사악한 영화라고 생각해 거절했다” – 미셸 파이퍼

이미지: Orion Pictures,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클라리스 스털링을 조디 포스터가 아닌 미셸 파이퍼가 연기했다면? 미셸 파이퍼가 개봉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 범죄 스릴러’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양들의 침묵] 출연 제의를 거절한 사연을 밝혔다. 파이퍼의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1988년, [위험한 관계]와 [마피아의 아내]의 주연을 맡은 해였다. 후자가 바로 조나단 드미가 [양들의 침묵] 이전에 연출한 작품이었고, 함께 작업하는 동안 파이퍼를 인상 깊게 지켜본 드미 감독은 그에게 클라리스 스털링 역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작 파이퍼는 영화가 “불편할 정도로 사악하게 느껴져서” 거절했다고. 미셸 파이퍼는 당시를 회상하며 “악이 승리하는 결말이 꺼림칙했다. 이런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후회되는 건, 드미 감독과 작품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다”라고 밝혔는데, 그가 참여한 [양들의 침묵]은 또 어떤 매력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출처: indieW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