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동기다.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해하거나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린 자들을 용서하는 것보다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길 원한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거나 본능적으로 맞서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흥분을 선사한다. 그 과정에서 격렬한 폭력과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해지면서 복수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호기심을 유발한다. 소용돌이치는 복수의 여정에 빠져보자.

틴 스타(Tin Star)

이미지: 캐치온

경찰과 범죄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폭력적인 과거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살아가는 빅 리틀 베어의 경찰서장 짐 워스가 좋은 예다. 그는 영국에서 비밀경찰로 근무하던 시절에 알코올 중독으로 갖은 문제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 정착해 가족을 지키고자 했지만,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어느 날 괴한의 공격으로 어린 아들을 잃은 짐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면서, 술에 취하면 나타나는 두 번째 인격 잭 데블린을 불러내고 만다. [틴 스타]는 커다란 비극을 겪은 남자가 복수를 위해 억눌러왔던 어두운 인격을 다시금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수지의 개들], [헤이트풀8]의 팀 로스가 두 얼굴의 남자로 분해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복수극을 이끈다. 영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위협과 마주하는 짐 워스 가족의 마지막 이야기인 시즌 3는 캐치온을 통해 공개된다.

리벤지(Revenge)

이미지: ABC

해안가에 자리한 부촌 햄튼에 미모의 젊은 여성이 나타났다.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돌아온 아만다 클라크. 어린 시절 햄튼에 살았던 그는 아버지를 모함하고 누명을 씌운 자들에게 복수를 꿈꾼다. 한때는 아버지가 범죄자라 믿고 방황하며 보냈지만, 뒤늦게 진실을 알고 에밀리 쏜으로 신분을 위장, 과거 아버지의 비서였던 리디아를 시작으로 차곡차곡 계획을 실행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버지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빅토리아 그레이슨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영감을 얻은 [리벤지]는 막장 드라마의 흡인력으로 에밀리 쏜의 복수극을 그려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년 하반기 넷플릭스 서비스가 종료돼 현재는 시리즈온, 시즌 등에서 VOD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골리앗(Goliath)

이미지: 아미존 프라임 비디오

눈을 뜨면 남루한 차림으로 출근 도장을 찍듯 술집으로 향하는 빌리 맥브라이드. 보기만 해도 어떤 의욕을 느낄 수 없는 그는 한물간 변호사다. 과거에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승승장구했으나 살인자를 변호한 사건을 계기로 회사를 뛰쳐나와 술에 빠져 지낸다. 이 무력한 남자에게 전 직장 ‘쿠퍼맨 맥브라이드’의 거물 고객과 관련된 의뢰가 들어온다. 빌리는 한때 자신의 파트너였던 공동 창업자 도널드 쿠퍼맨에 대한 반감과 복수심으로 소송을 맡아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을 저지하려는 도널드와 대형 로펌에 맞선다.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골리앗]은 [보스턴 리걸], [빅 리틀 라이즈]의 데이비드 E 켈리가 참여해 제목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펼쳐 보인다. 빌리 밥 손튼과 윌리엄 허트가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한 시즌 1이 인상적이며, 마지막 이야기인 시즌 4로 돌아올 예정이다.

테이큰(Taken)

이미지: NBC

육군 특수부대 출신인 브라이언 밀스는(맞다, 모두가 잘 아는 그 사람이다) 동생과 탄 기차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사이, 동생을 잃고 만다. 그런데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그에게 또 다른 위협이 찾아온다. 브라이언은 과거 작전 중 아들을 사살한 것에 앙심을 품은 조직 보스 카를로스 메히아가 꾸민 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 그의 복수는 메히아의 정보가 필요한 CIA의 비밀 정보팀에 의해 저지된다. 비록 당장의 복수는 물 건너갔지만, 브라이언은 비밀 정보팀에 합류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팀원들 몰래 메히아를 지켜본다. [테이큰]은 현재도 액션 스타로 군림하는 리암 니슨의 동명 영화를 프리퀄로 재탄생한 드라마다. 브라이언 밀스의 젊은 시절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통쾌한 복수를 담아낸다. 아마존에서 서비스 중이다.

퍼니셔(The Punisher)

이미지: 넷플릭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프랭크 캐슬에게 남은 건 깊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지독한 원망과 분노뿐이다. 행복한 일상을 앗아간 악당들을 처단하고(‘데어 데블’ 시즌 2), 죽음으로 위장해 공사장 인부로 살아가던 그는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수행했던 작전들이 비극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복수를 다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퍼니셔]는 해병대 출신 프랭크 캐슬이 가족을 죽게 한 자들에 대한 복수를 시작으로 범죄 세력에 맞서 악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초인적인 능력은 없지만 엄청난 전투력으로 난폭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강렬하다.

리프라이즐(Reprisal)

이미지: hulu

캐서린은 마음속 깊이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하다. 그는 수년 전 오빠와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도리스 퀸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던 그는 자신에게는 다정했던 남편 토마스가 병으로 죽자 오랫동안 꿈꿨던 복수를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남편의 재산을 노리며 자신을 위협하는 아들을 벌하고, 한때 삶의 전부였던 고향으로 향한다. 작년 가을 웨이브에 최초 공개된 [리프라이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참히 짓밟힌 여성의 서슬 퍼런 복수극이다. 에비게일 스펜서가 자신을 얕보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남성들을 심판하는 도리스로 분해 단단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데, 한 시즌으로 끝난 게 아쉬울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또한 [알라딘]의 미나 마수드가 도리스의 계획에 말려든 이선으로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헌터스(Hunter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탈무드는 잘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말했지만, 브루클린의 우울한 청년 조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괴한에게 할머니를 잃은 조나는 두려움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제 손으로 범인을 잡고 싶은 조나에게 할머니의 옛 지인이라는 마이어란 노인이 나타난다. 조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준 그는 종전 후 미국으로 건너온 나치들을 심판하는 자경단을 운영하고 있다. 조나는 할머니를 죽인 범인처럼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에 정착한 나치 잔당을 심판하기 위해 마이어가 이끄는 나치 사냥꾼 집단에 합류한다.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헌터스]는 실제 은밀하게 활동했던 나치 자경단과 미국 정부의 페이퍼 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에 영감을 얻은 허구의 이야기다. 가슴 아픈 역사를 오락거리로 소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충격적인 진실로 향하는 복수 판타지는 무난한 반응을 얻으면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

이미지: BBC One

젬마 포스터는 흔히 말하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다. 다정한 남편과 착한 아들, 의사라는 성공적인 커리어까지. 그러나 완벽하다고 믿었던 삶은 순진한 믿음에 불과했던 걸까. 남편의 옷가지에서 연이어 립밤과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발견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은 와르르 무너진다. 이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이먼이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하고 있으며, 주변 사람 모두가 외도를 알면서도 눈 감고 동참해왔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닥터 포스터]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부부의 세계]의 원작으로 유명한 드라마다. 뻔한 불륜극에서 벗어나 배우자의 외도를 목격한 여성이 자신이 이룬 삶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치밀한 심리 묘사와 함께 긴장감 있는 복수극으로 담아내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파국에 이르는 결혼생활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보다 씁쓸한 여운을 더 남긴다. 왓챠, 웨이브, 캐치온에서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