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비롯한 타임슬립 장르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소재다.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서사가 보는 이에게 묘한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인데, 최근 방영 중인 [안녕? 나야!]도 이 같은 즐거움을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는 이번 생애는 망한 37살 반하니가 어느 날 20년 전 본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소소한 재미를 건넨다. 대개 타임슬립 작품은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인생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안녕? 나야!]는 반대의 경우로 전개되며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짠한 감정을 자아낸다. 과연 [안녕? 나야!]의 어떤 점들이 보는 이를 ‘웃프게’ 하는지 3가지 이유로 살펴본다.

안녕? 최강희야

이미지: KBS

아직 방영 4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반하니 역을 맡은 최강희의 존재감이 벌써부터 눈에 띈다. 극중 반하니는 미래가 불투명한 마트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손님과 트러블이 발생해 곤경에 빠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년 전 자신을 갑자기 만나면서 인생이 더 꼬이게 된다. 최강희는 난처한 상황에 몰린 반하니의 당황스러운 심정과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 캐릭터에 공감대를 입히고 이야기의 탄탄함을 다진다.

특히 2020년으로 건너온 17살의 반하니를 챙겨주는 유사 언니 혹은 엄마 같은 모습은 웃음과 흐뭇함을 동시에 건네며 드라마의 온기를 책임지는데, 20년 전 반하니가 현재로 온 이유가 자신의 결정적인 과오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 앓이를 하는 모습에서는 애틋한 연민까지 자아낸다. 최강희는 반하니가 17세 이후 20년 동안 인생의 풍파를 심하게 겪었다는 설정 때문에 다소 망가진 비주얼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꾸밈없는 연기로 ‘이번 생은 망한 반하니’라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믿고 보는 배우다운 저력을 발휘한다.

반가워! 코미디

이미지: KBS

오징어 코스프레를 한 최강희와 바바리맨 김영광,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이들이 경찰서에서 만나며 드라마의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이후 두 사람이 겪는 여러 해프닝을 코믹하게 펼쳐내고, 더 나아가 과거에 중요한 인연이 있었음을 드러내 웃음뿐 아니라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거기에 연령대가 다른 두 반하니를 소화하는 최강희, 이레의 소위 2000년대 레트로 케미까지 합세해 즐거움은 계속 이어진다.

주변부에서 서서히 중심 이야기로 들어오는 김영광과 음문석의 개그 타율도 나쁘지 않다. 김영광은 철부지 재벌 2세 한유현으로 출연해 능청스럽고 해맑은 모습으로 웃음과 귀여움을 동시에 잡아낸다. 코미디에 능한 음문석은 베테랑다운 실력을 보여준다. 비호감 이미지로 추락 중인 연예인 안소니 역을 맡아 얄밉고 허당끼 가득한 모습으로 극에 양념을 더한다. 앞으로 두 캐릭터는 반하니를 둘러싼 경쟁 관계를 본격적으로 그려낼 예정인데, 이때 펼쳐질 티격태격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미안해…. 과거의 나

이미지: KBS

[안녕? 나야!]는 과거의 나를 갑자기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유쾌하게 전개되는데, 의외로 눈시울을 뜨겁게 할 때가 많다. 꿈도 목표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반하니는 찬란했던 17살의 자신과 함께하며 자기 자신이 가장 큰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동안은 여기저기 눈치만 보며 살아온 반하니는 과거와의 특별한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학창 시절의 반하니는 37살의 미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교내 퀸카로 이름을 날렸던 과거의 모습이 무색하게 현재의 반하니는 갑질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굽신거리고, 언니 집에서 눈칫밥이나 먹고 있다. 이에 답답함이 쌓인 17살의 반하니는 37살의 자신에게 “어떻게 살았기에 인생이 이 모양이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하는데, 이 모습이 어쩐지 뜨끔하고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두 반하니를 지켜보는 우리도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에서 좌절하고 아파하며 꿈에 그리던 삶과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애환을 아는 사람에게는 코미디보다 두 반하니의 이야기가 더 마음 깊이 와 닿을 수 있다.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은 만큼 주인공이 향후 겪어야 할 인생의 파도는 높겠지만, 예전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탈피해 희망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17살 반하니를 과거로 돌려보내는 것 이상으로 이 드라마를 애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건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