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로 뒤덮인 현재 드라마 시류에서 [나빌레라]는 소위 ‘순한맛’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죽기 전에 언젠가 나도 날아오르고 싶은 70대 할아버지 심덕출이 23세 청년 이채록에게 발레를 배우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다.

심덕출 할아버지 역의 박인환이 매 장면마다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훔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채록 역의 송강 역시 극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세대를 초월하는 사제 케미스트리를 그려낸다. 두 인물의 주변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꿈을 향한 열정 못지않게 가족애처럼 너무 당연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도 함께 일깨운다. 이제 방영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눈도장을 찍고 있는 [나빌레라]의 뭉클한 날개 짓을 여러 요소로 살펴본다.

갈등보다 공감을 택한 세대 간의 이야기

이미지: tvN

드라마는 주요 인물들의 사정을 소개하며 노인과 청년 문제 등 각 세대가 겪는 고민과 녹록지 않은 현실을 꺼내 보인다. 먼저 심덕출의 처지는 현재 노년 세대가 마주하는 현실의 벽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직장생활 은퇴 후 아내와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이 상황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특히 더 늦기 전에 발레를 배워 무대에 오르고 싶은데, 아버지의 바람보다 자신들의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자식들의 반대로 시도조차 힘들다.

청년세대의 고민은 채록과 덕출의 손녀 은호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채록이 좋아하는 발레보다 알바에 더 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든지, 대기업 인턴으로 일하는 은호가 직장 내 부조리를 겪으면서도 정직원이 되겠다는 목표 때문에 참고 견디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과 묘하게 겹치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노인과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면서도 각자의 애로사항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함께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모색하고, 지금의 난관을 이겨낼 희망을 찾으려 한다. 채록은 가족들의 반대로 발레를 포기하려는 덕출에게 당당해지라며 힘을 보태고, 덕출은 취업 실패로 힘든 은호에게 연륜과 경험이 담겨 있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극중 인물들의 이 같은 모습은 세대 간의 갈등이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된 요즘 시대에 공감과 이해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드라마가 가진 따뜻한 에너지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도전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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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빌레라]는 꿈을 향한 도전을 진정으로 응원하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냉정하게 말해 드라마나 현실에서 70대 노인이 발레를 하겠다면 시도의 박수보다는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을 생각해라, 지금 배우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도전 자체를 우리의 잣대로 깎아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출은 “나의 실력은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내 꿈의 크기는 무시하지 마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누군가의 도전을 사회적인 통념으로 감히 재단하지 말라는 의미와 함께 말이다.

덕출 역을 맡은 박인환 배우의 연기는 이 같은 메시지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가족조차 응원하지 않는 도전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발레를 하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적신다. 특히 자신보다 한참 어린 채록을 선생님으로 깍듯이 대하며 배우는 장면은 꿈을 향한 열정이 얼마나 숭고하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캐릭터의 심정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내어 어느 순간 화면에 덕출만 나와도 괜히 눈물이 핑 돌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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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을 통해서도 드라마의 메시지를 의미 있게 드러낸다. 채록은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아버지의 출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방황하던 중 덕출의 믿음과 응원으로 다시 발레에 전념한다. 특히 덕출이 고등학교 시절의 악연 때문에 채록을 괴롭히는 호범에게 다가가 “채록이는 더 높이 오를 아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한 가능성을 주변 사람이 믿어주고 응원하는 모습을 통해 뭉클한 감동과 함께 격려를 전한다.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남았기에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은 덕출의 목표가 최종적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결과에 상관없이 꿈을 향해가는 지금에 모습에 감격하는 덕출만 봐도 가슴속 어딘가가 먹먹하다. 어쩌면 덕출의 작은 몸부림은 단순한 감동 코드를 넘어 현실의 벽 앞에서 식어가던, 혹은 잊었던 많은 이들을 다시 꿈꾸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 날아오르는 순간이 있다’는 드라마의 진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