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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명문 로스쿨에서 한 교수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피해자는 전직 검사장 출신의 겸임교수. 경찰은 약물 과다로 인한 타살로 추정했다. 법조인을 꿈꾸는 상위 1%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과연 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JTBC [로스쿨]의 이야기다.

정황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양종훈 교수가 꼽힌다. 그는 검사 시절 맡았던 ‘검사장 부동산 뇌물수수 사건’에서 이번 살인사건의 피해자 서병주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환멸을 느껴 법복을 벗은 인물이다. 살해 동기가 있고, 살해 도구로 추정되는 커피 컵과 필로폰이 담긴 봉투에서 그의 지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로스쿨 살인사건은 이렇게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살인인 것처럼 보였으나, 양종훈과 더불어 용의선상에 오른 이들에게도 미심쩍은 부분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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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서병주 교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러 이해관계와 과거가 얽힌 인물들 사이에서 ‘누가 범인인가?’를 밝혀내는 후더닛(whodunit) 장르의 재미에 충실하면서, 예비 법조인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은근슬쩍 정치물의 향기를 풍기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마치 [셜록]에 [학교] 시리즈를 섞은 듯한 느낌이다.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갈릴 법한 조합이겠지만, 이렇게 섞어 놓으니 또 꽤나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로스쿨이 배경인 만큼 오늘날 쟁점이 되는 여러 사건의 판례를 다룬 점도 눈길을 끈다. 양육비 미지급, 아동 성폭력,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불법 촬영 범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작품의 큰 줄기인 서병주 살인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지 몰라도, 수업에서 다루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극에 자연스레 녹여내 서사에 다채로움을 더하고 시청자에게 해당 이슈들을 곱씹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피의사실 공표 등 멀게 느껴지던 법률 지식이 조금 더 쉽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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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우들, 특히 김명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명민은 ‘겉으론 독설을 내뱉는 기피의 대상으로 꼽히지만, 속은 누구보다 제자들을 아끼는’ 양종훈 교수로 사실상 원맨쇼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의 제왕] 등 기존 작품에서 봐온 이미지와 흡사하긴 해도, 이런 캐릭터를 김명민만큼 소화가 가능한 배우를 떠올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정은과 안내상, 박혁권, 우현, 오만석은 과장되게 느껴질 여지가 있는 김명민의 캐릭터 옆에서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준다. 류혜영과 김범, 고윤정, 이다윗, 이수경, 현우 또한 로스쿨생의 애환과 성장, 그리고 전대미문의 사건에 휘말린 혼란스러움을 잘 묘사하면서 극에 활기를 더한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상당한 흡입력을 자랑하지만, 인물 관계와 사건 전개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요 인물들의 과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사건과 반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전개는 드라마에 재미를 불어넣는 키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도리어 몰입을 해칠 수도 있는데, [로스쿨]은 인물들의 관계나 사건 전개가 우연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눈에 띄어 아쉽다.

한 예로 김은숙 교수가 판사 재직 당시 맡았던 아동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 이만호가 알고 보니 양종훈, 서병주, 심지어 강솔A의 쌍둥이 언니 강단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식이다(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훨씬 복잡하다). 다소 올드한 연출,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몇몇 장면과 유치한 대사, 무능한 검찰과 경찰 설정 등이 눈에 밟히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를 자주 오가는 타임라인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전문용어의 향연 또한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으나, 사실 이 문제는 스트리밍을 통해 해결되는 부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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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를 기점으로 [로스쿨]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예정이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강솔A의 쌍둥이 언니 강단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마땅한 연결고리가 없었던 주요 인물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작품의 메인 스토리인 서병주 교수 살인사건의 진범 찾기와 더불어 후반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과연 지금까지 뿌린 떡밥들을 성공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꽤나 흥미롭게 시청한 입장에선, 부디 ‘미국 드라마 아류작’이라는 씁쓸한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