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함께 시작되는 5월은 그만큼 어린이의 달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어린이날 동요의 마지막 가사가 괜히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겠는가? 비록 현실에서는 노키즈존, 아동학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속도위반 등등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생명을 위협하는 일들이 여전히 차고 넘치지만 말이다. 현대에 와서는 두 번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얘기이나, 어린이는 어른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고, 때로는 어른보다 훨씬 훌륭한 존재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애청자라면 이러한 어린이가 주인공이거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어른의 삶의 찌든 마음을 환기해 보길 바란다.

꼴찌 마녀 밀드레드 (The Worst Witch)

이미지: 넷플릭스

‘마법사’, ‘마법 학교’ 하면 흔히 [해리 포터]가 떠오르지만 [꼴찌 마녀 밀드레드]야말로 현대 마법사교육의 원조라 할 수 있다. 1974년 초판된 동화 작가 질 머피의 8부작 소설이 원작인 이 시리즈는 영국 CBBC와 독일 ZDF가 공동 제작했으며, 2017년~2020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마법과는 1도 상관없는 평범한 소녀 밀드레드가 또래 마녀 모드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마녀 아카데미 캐클에 입학한 뒤 벌이는 요절복통 학교 생활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밀드레드의 온갖 실수 때문에 친구나 교사와의 갈등이 허다하게 벌어지기는 하지만, [해리 포터] 후반부처럼 세계와 멘탈이 함께 붕괴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없으니 정주행 하기엔 훨씬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에서 시즌 1~4 전편을 볼 수 있다.

슈퍼키드 디온 (Raising Dion)

이미지: 넷플릭스

[슈퍼키드 디온]은 데니스 리우가 집필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어머니 니콜과 단둘이 살아가던 7살 소년 디온이 초능력자로 각성하는 과정을 다룬다. 두 모자가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면서 혼란스러운 아들을 지키려는 니콜의 사투가 9편에 걸쳐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크리드]와 [블랙 팬서]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마이클 B. 조던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고, 디온의 아버지이자 초능력과 관련된 비밀을 간직한 마크 역으로 특별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작년 초 시즌 2 제작이 확정되긴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여건 때문인지 촬영 일정 등 추가적인 소식은 아직 전해진 바 없다. 달라진 주변 환경과 급격한 능력 발현으로 대혼란을 겪은 디온이 시즌 2에서 어떤 변모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베스트 탐정단 (The InBESTigators)

이미지: 넷플릭스

호주 ABC Me 드라마 [베스트 탐정단]은 5학년 동급생 4명(에즈라, 모디, 카일, 에바)으로 구성된 어린이 탐정단의 활약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학교를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덕분에 의뢰자들의 사건이 사라진 선생님의 머그컵 찾기, 급식 메뉴를 멋대로 바꿔 버린 범인 잡기, 애완 거북이를 훔쳐간 도둑잡기 등 매우 깜찍(?)하다. 어떤 사건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꼬마 탐정들의 프로 정신이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지, 한 화 한 화 볼수록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출 수 없다. 옆 나라의 모 추리 만화에 나오는 비슷한 어린이 탐정단이 어른들의 각종 살인 사건에 끼어드는 걸 보면 [베스트 탐정단]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

베이비시터 클럽 (The Baby-Sitters Club)

이미지: 넷플릭스

1986년부터 2000년까지 총 213편이 출판된, 앤 M. 마틴이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90년에는 TV 드라마로, 1995년에는 영화로 각각 만들어질 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온 [베이비시터 클럽]은 다섯 소녀 크리스티, 클로디아, 메리 앤, 스테이시, 돈의 아이 돌보미 서비스 단체 결성 및 활동을 중심으로 형제자매 간 갈등, 부모의 재혼 등 가족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며 호평받았다. 시대 변화에 걸맞게 이전보다 다양해진(상대적으로) 배우들의 인종 구성도 눈에 띈다. [베이비시터 클럽]의 시즌 2 제작은 작년 10월 확정됐으나,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리치 리치 (Richie Rich)

이미지: 넷플릭스

[리치 리치]는 미국 하비 코믹스가 1953년 처음 등장시킨 동명의 어린이 부자 캐릭터가 시초로, 1994년 당대 최고의 아역 스타 맥컬리 컬킨이 주연한 영화로도 개봉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리치 리치] 역시 재벌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주인공의 배경이 크게 달라졌다. 날 때부터 금수저인 영화 버전 리치와 달리 넷플릭스 버전 리치는 원래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으나, 채소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발명하며 자수성가한 천재라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발휘한다. 막대한 재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리치와 가족•친구 사이에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지만 막장 드라마로 악화되지 않고 매번 훈훈하게 끝난다는 점이 어린이 드라마답다. 2015년 시즌 1과 시즌 2가 연달아 방영됐으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시즌 1만 감상할 수 있다.

나의 특별한 힐링 친구 (The Healing Powers of Dude)

이미지: 넷플릭스

[나의 특별한 힐링 친구]는 이전까지 미디어에서 희화화되거나 편견 속 이미지만으로 재현되기 일쑤였던 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꽤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회 불안 장애 때문에 홈스쿨링만 받다가 난생 처음 학교에 다니기로 한 11살 소년 노아의 애틋한 우정과 성장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특히 심약한 노아를 위해 ‘정서 도우미견’으로서 학교 생활을 함께 하는 강아지 모야(원래 이름인 Dude의 초월 번역)가 등장하는데, 이따금 모야의 생각이 1인칭 나레이션으로 들리면서 깨알 같은 웃음을 유발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노아의 불안한 마음에 위안과 힘을 가져다 주는 모야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주행을 멈출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