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HBO Max

지난 5월 17일 스트리밍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소식이 터졌다. AT&T가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이미 산하에 HBO, TNT, CNN, 워너브러더스를 둔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까지 품은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가리킨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 디스커버리를 인수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과연 AT&T의 큰 그림은 어떨까? AT&T는 워너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스포츠·뉴스 사업과 디스커버리의 엔터테인먼트·스포츠 사업을 결합해 “유일무이한 프리미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하고, 특히 전 연령이 시청할 수 있는 논픽션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미지: HBO Max

워너미디어의 콘텐츠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일례로 HBO Max는 출시 1년 만에 64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꽤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전교 1등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HBO Max보다 두 배 많은, 넷플릭스는 세 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인수는 이용자를 끌어모아 1등과 2등을 제칠 전략인 셈이다.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 결합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디스커버리가 강점을 두고 있는 리얼리티 쇼는 구독자 유지에 유리하다. 그리고 디스커버리의 푸드 네트워크, 트래블 채널, 애니멀 플래닛은 비록 [배트맨], [해리 포터], [왕좌의 게임]보다는 오락적인 재미가 덜할 수는 있어도 콘텐츠 다양성을 제고한다. 이로써 워너미디어는 더욱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더 많은 시청자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이미지: 아마존

여기에 아마존이 영화 제작사 MGM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MGM은 1924년 설립되어 [제임스 본드], [양들의 침묵], [록키] 등을 배출하고 약 4000편의 판권을 보유한 굴지의 스튜디오다. 이런 MGM이 새 주인을 모색 중이다. 애플과 매각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작년 12월 전해지기도 했지만 인수 금액에 대한 견해차로 계약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이런 차에 아마존이 MGM 인수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아마존이 90억 달러를 제시했으며 수 주 동안 협상이 진행된 상태다. 작년 한 해 콘텐츠에 110억 달러를 투자한 아마존에 MGM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은 자연스러우며 긍정적인 요소다. 아마존과 AT&T를 비롯한 스트리밍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반갑지만, 지나친 출혈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부디 이 경쟁의 끝이 승자독식과 구독료 인상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