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은 1980년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다. 그래서일까? 여러모로 지금 기준으로 보면 통속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보이지 않는 신분의 갈등, 정략결혼, 출생의 비밀 등 전통 멜로드라마의 소재를 무난히 따라간다. 하지만 극중 배경이 ‘5월 광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같은 클리셰는 슬픔에서 더 나아가 시대의 아픔까지 머금는다. 주인공들이 아무리 달달한 로맨스를 펼쳐도 슬퍼 보이고 행복한 모습을 비춰도 눈물이 맴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애절하게 하는 드라마의 매력을 세 가지 요소로 살펴보자.

연인으로 만난 전직 남매의 구수한 케미

이미지: KBS

[오월의 청춘]은 두 주연배우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스위트홈]에서 티격태격 남매로 출연했던 이도현과 고민시가 연인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이도현은 서울대 의대 수석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가슴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황희태 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끈다. 고민시는 희태를 만나 사랑의 열병에 휩싸이는 간호사 명희 역을 맡아 구수한 사투리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처음에는 [스위트홈]의 남매 이미지가 강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컸지만, 이도현과 고민시는 그동안 쌓은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달달한 러브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특히 두 캐릭터 모두 상대에게 배려하며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모습이 많은데, 나중에 서로의 속사정을 이해하며 사랑을 지키는 과정이 인상 깊다. 두 인물이 눈물을 삼킬수록 보는 이는 목이 매인다.

아날로그 정서 가득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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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정서가 가득한 작품인 만큼 매 장면마다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집 전화기와 손편지의 향수부터, 삶은 계란과 사이다만 있어도 행복했던 기차 안의 풍경, 음악다방 DJ에게 신청곡을 건네고 자신의 노래가 나오길 바라는 설렘까지, 드라마 곳곳에 레트로 감성이 가득하다.

단순히 옛 것을 그리워함에 그치지 않는다. 무뚝뚝한 명희 아버지가 남몰래 자식 걱정을 하는 모습, 운동권 친구의 부탁에 투덜투덜 해도 물씬 양면으로 도와주는 희태의 우정까지, 그때는 물론 지금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 [오월의 청춘]을 보고 그때의 향수가 깊이 있게 다가온 이유에는 이 같은 정서적 환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사랑을 지키려는 희태와 명희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작품이 건네는 애잔함은 그 시절에 대한 향수보다는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서 점점 희석되어가는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시대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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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밝다. 때때로 희태와 명희의 사정이 발목을 잡지만, 개의치 않고 젊음의 에너지로 힘차게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들의 사랑이 결코 순탄하게 흘러갈 수 없음을 안다. 앞으로 ‘청춘’보다 ‘오월’을 더 가슴 시리게 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80년의 오월이 평범한 봄날 같았다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을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 행복하면 할수록 후반부는 더 절절해진다. 우리네 이웃, 가족, 친구였던 이들의 행복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드라마의 아름다운 선율이 벌써부터 슬프게 다가온다.

이 같은 전조는 7화에서부터 나타난다. 명희는 희태를 사랑하는 이유만으로 갖은 고문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희태가 힘들어할까 내색하지 않는다. 비상식이 지배하는 시대에 애처롭고 순수한 멜로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감정은 캐릭터를 공감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행복을 지키지 못했던 시대의 폭력을 작품으로 확인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뜨거운 다짐도 함께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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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가 너무나도 따뜻하고 아름다웠기에 후반부에 펼쳐질 비극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더욱더 드라마를 지켜봐야 이유는 희태와 명희로 대변되는, 그 시절을 힘겹게 보낸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장르적인 매력과 뜨거운 메시지가 함께 결합된 훌륭한 드라마를 만났다. 극중 명희는 수련과 약혼하는 희태에게 참아왔던 마음을 터뜨리며 “희태씨 없는 오월은 싫어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오월의 청춘]이 없는 유월이 벌써부터 아프고 허전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