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류층의 삶’과 ‘살인’, ‘불륜’ 그리고 ‘치정’까지. 솔직히 고백하면 tvN [마인]을 시청하기 전까진 기대가 크지 않았다. 김서형과 이보영이 주연으로 나선 건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뻔하고 자극적이기만 한 작품은 아닐까 우려가 됐다.

이미지: tvN

이런 우려가 기우였음을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와 캐릭터에 매료됐고, 10회까지 방영된 지금은 작품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연 [마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1%의 재벌그룹, 효원가(家)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정서현과 서희수의 이야기다. ‘재벌가’라는 타이틀 혹은 스스로 만든 굴레 속에서 숨겨야만 했던 진정한 ‘자신’과 ‘자신의 것(mine)’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여성들의 여정을 그린다.

도입부부터 강렬하다. 효원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혹은 의문의 죽음)을 통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더니, 이내 시간을 60일 전으로 되돌려 그 죽음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천천히 풀어나간다. 그룹을 이끌던 한 회장이 쓰러지면서 드러난 가족 구성원들의 검은 욕망과 효원가에 발을 들인 외지인들의 수상한 행동이 얽히고설키며 철옹성 같던 효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미지: tvN

기획 의도와 달리 줄거리만 따지자면 그동안 숱하게 봐온 막장 드라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지 모른다. 극중 복잡한 가족 관계도 역시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아빠(한지용)와 아들(한하준)이 대를 이어 혼외자인 것도 모자라 두 사람이 친모를 각각 유모와 개인 튜터로 마주한다는 설정,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에 재벌가 상속 다툼이나 갑질 문제, 불륜, 살인, 그리고 가난한 여자와 재벌 남자의 사랑 이야기까지 빠지지 않으니 ‘뻔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마인]은 그저 자극적인 소재의 연속인, 이른바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전개를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정서현과 서희수가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연대와 성장에 집중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만큼 두 사람의 서사가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며, 당연하게도 둘을 연기한 김서형과 이보영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좋다.

태생부터 ‘재벌’의 피가 흐르는 서현은 자신을 숨기는 것에 능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재벌가의 생태에 익숙하기에 그 유별난 효원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실질적인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서현에게도 실은 남모를 아픔이 있다. 재벌가의 딸이자 며느리로 살아남기 위해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모두에게 숨겨야만 하는 괴로움 속에서 지내고 있던 것이다.

이미지: tvN

반면 희수는 서현과 정반대의 인물이다. 배우 출신인 그는 위계질서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사랑한다. 이런 그가 엄격한 재벌가의 며느리로 지내기란 쉽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남편 지용과 마음으로 낳은 아들 하준을 온전한 ‘자신의 것’이라 여겼기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희수는 하준의 튜터로 고용된 강자경이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아들의 친모였으며, 지용이 그를 효원가에 들여 외도를 저지르고 있다는 알게 되면서 뱃속의 아이를 잃고 심적으로도 무너지고 만다.

이런 희수에게 손을 내민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서현이다. 그가 정반대의 성격임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희수의 편에 선 이유는 ‘나만의 것’이라 믿었던 것을 지키지 못한 희수에게서 서현이 과거의 자신을 봤기 때문일 테다. 같은 아픔을 지닌 두 주인공이 연대하고 성장하며, 효원가의 억압뿐 아니라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처럼 어쩌면 자신들이 직접 세웠을지도 모르는 마음의 울타리를 깨부수고 나아가는 것. 이러한 서사야 말로 [마인]의 핵심이자, 가장 큰 무기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겠으나,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미스터리, 스릴러, 블랙 코미디, 로맨스) 중에서 서현의 아들 수혁과 메이드 유영의 로맨스 연출이 유달리 눈에 거슬린다. 진취적인 메시지에 힘을 실은 작품에 구시대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끼얹은 느낌인데, 결국 두 사람의 사이를 인정하는 것 또한 서현의 성장 서사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런대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이미지: tvN

이제 종영까지 여섯 편의 에피소드만이 남았다. 하지만 [마인]은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다. 과연 효원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며, 서현과 희수는 ‘나의 것’과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벌써부터 다음 주말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