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는 막장과 히어로, 사극이 호조를 보였다. 시즌 3 들어 화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펜트하우스]는 여전히 건재하고, [달이 뜨는 강]과 [보쌈-운명을 훔치다]는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했다. [경이로운 소문]-[빈센조]-[모범택시]로 이어지는 히어로물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반면 [선배, 그 립스틱을 바르지 마요], [오! 주인님],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등의 로맨스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나빌레라], [라켓소년단] 같은 무자극 드라마의 선전이 돋보이기도 했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어떤 작품이 에디터들을 사로잡았는지 소개한다.

달이 뜨는 강 & 빈센조

이미지: KBS, tvN

에디터 혜란: 어느 때보다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살았다. 그중 [달이 뜨는 강] 덕분에 오랜만에 ‘드라마 팬질’을 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설화를 역사를 바꾸고 죽음마저 뛰어넘은 미친 사랑으로 재해석한 것도 좋았지만, 학교폭력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드라마 자체에 애정을 품게 했다. 일개 팬이지만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그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편 [빈센조]를 통해 드라마를 만들거나 보는 것에 미치는 ‘스타 파워’를 실감했다. 잘 구축된 캐릭터와 매력적인 서사, 믿고 보는 감독과 작가가 있지만,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든 사람은 주연 송중기이다. 그가 빈센조이기 때문에 이 낯설기 짝이 없는 블랙코미디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성격과 방향을 설득하고 즐기게 만드는 것, 그게 스타의 힘이다.

런 온 & 오월의 청춘

이미지: JTBC, KBS

에디터 원희: 올해 상반기에 내 마음속에 가장 짙은 흔적을 남긴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런 온]과 [오월의 청춘]이다. [런 온]은 팬데믹으로 영화관에 가는 것도,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시기에 영화 팬들을 대리 만족시켜준 드라마다. 예쁜 영상미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덕분에 눈이 즐겁고, 클리셰를 비튼 서사와 통통 튀는 대사는 틈날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오월의 청춘]은 [스위트홈]에 이은 고민시와 이도현의 연기 합을 보려고 시작했다가, 에피소드마다 잔뜩 몰입해서 눈물을 쏟으며 본 드라마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 시절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자극적이지 않게 그려내면서, 다양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깊이 있게 담아내 큰 울림을 주었다.

시지프스: The Myth & 마인

이미지: JTBC, tvN

에디터 영준: 배우들 덕분에 드라마 보는 게 즐거운 상반기였다. 세 여성의 ‘나의 것 찾기’와 연대를 담은 [마인]은 탄탄한 스토리와 OST, 주조연들의 완벽한 연기로 ‘막장 드라마가 되진 않을까’라는 초반의 우려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도련님과 메이드의 뻔한 로맨스가 유일한 흠이지만, 다른 요소들이 워낙 좋았기에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볼 드라마 리스트에 이렇게 또 한 작품이 추가됐다. 반면 [시지프스: the myth]는 좋은 것만큼이나 아쉬움도 남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하차하지 않은 건 조승우와 박신혜의 존재감과 ‘운명론’을 나름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 때문이다. 믿고 보는 출연진, ‘타임루프’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엔딩까지. 조금만 보완해서 차기 시즌을 제작하는 건 어떨까?

나빌레라 & 오월의 청춘

이미지: tvN, KBS

에디터 홍선: 불륜, 살인, 음모 등 자극적인 소재에 질렸던 에디터에게 두 작품이 눈물을 쏟아내게 하면서 마음을 맑아지게 했다. [나빌레라]는 꿈을 향한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일깨워줬다. 박인환-송강의 사제 케미스트리는 웃음 속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고, 도전 앞에 머뭇거렸던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 뜨거움은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오월의 청춘]은 종영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전반부가 따뜻하고 아름다웠기에 후반부를 볼 자신이 없었다. 시대의 비극 속에서 드라마가 전하는 진심은 훌륭한 완성도 덕분에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극중 “당신이 없는 오월은 싫어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말처럼 작품이 끝난 지금이 괜히 허전하고 마음 아프다.

괴물 & 라켓소년단

이미지: JTBC, SBS

에디터 현정: 방영 전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두 작품이 가장 인상 깊다. 먼저 [괴물]은 인물의 심리에 밀착한 ‘쌍방 구원 서사’로 마음을 홀렸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각각 고통과 냉소로 가득했던 두 남자의 복잡 미묘한 심리전이 강렬했다. 두 인물의 처절한 공조를 진한 감정선을 따라 촘촘하게 쌓아 올려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세심한 연출과 탄탄한 각본이 어우러진 작품이기도 했다. [라켓소년단]은 보기 드물게 감상이 편한 드라마다. 두드러진 악인이나 갈등이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로 풀어가는데도 캐릭터가 생동감이 넘치니 몰입이 자연스럽다. 스포츠의 치열한 승부의 세계보다 인물들의 성장과 화합에 초점을 맞춘 것도 매력이다. 해강이 세윤에게 했던 “져도 돼.” 이 한 마디가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