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슈트(의상)는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동시에 히어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코믹스 속 히어로 세계에서는 그들의 전용 의상을 제작하는 디자이너와 의상실이 존재한다. 마블과 DC에서는 외계의 기술로 제작된 특별한 옷을 입고 활약하는 이들이 많은데, 외계에서 온 기능성 의상의 도움을 받은 히어로를 살펴보자.  

베놈의 심비오트 (마블)

이미지: 마블 코믹스

영화 [스파이더맨 3]와 [베놈]으로 익숙한 심비오트는 고대 어둠의 신인 널이 창조했다. 심비오트 중 하나가 우주에서 스파이더맨에게 밀착해 지구로 오게 되었는데, ‘살아있는 옷’임을 깨달은 스파이더맨이 버리자 에디 브록에게 기생한다. 심비오트는 숙주에 따라 성격의 영향을 받는다. 지구로 오기 전까진 기쁘거나 화가 나는 등의 단순한 감정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스파이더맨, 에디 브록, 스콜피온, 플래시 톰슨, 리 프라이스, 데드풀 같은 다양한 호스트를 통해 점점 복잡한 감정을 익히게 되었다. 
 
사실 심비오트는 에디 브록을 스파이더맨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열등한 호스트로 생각하고 잔소리와 질책을 많이 했다. 스파이더맨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자신의 뜻에 저항하는 에디를 버리기도 했는데, 플래시 톰슨과 결합하게 된 후에는 그의 영웅적인 활약에 감화되어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만족했다. 이처럼 여러 경험을 쌓은 심비오트는 다시 에디와 결합해 이전보다 착해진 베놈이 될 수 있었다.

미즈 마블의 나노슈트 (마블)

이미지: 마블 코믹스

카말라 칸(미즈 마블)이 한동안 착용했던 슈트 역시 외계에서 온 패션이다. 크리 제국의 정찰대 스톰레인저의 유니폼인 이 슈트는 자율조작이 가능하고 정교한 인공지능이 내장된 뛰어난 의상이다. 카말라가 사파 행성에 가게 되었을 때, 그곳에 있던 나노슈트 하나가 크리 혈통을 가진 인휴먼인 카말라에게 다가갔다. 이후, 마치 베놈의 심비오트처럼 슈트의 인공지능은 카말라를 조종하려 들었지만, 빌런들을 살해하는 것을 거부하는 카말라로부터 스스로 떨어져 나왔다. 참고로 스톰레인저의 나노슈트는 한국의 정민규 작가가 디자인했다. 

블루 비틀의 스캐럽 (DC)

이미지: DC 코믹스

소년 하이메 레예스는 신체에 결합된 스캐럽 덕분에 슈퍼히어로 블루 비틀로 변신한다. 살아있는 갑옷이 하이메를 감싸는 모습인데, 필요에 따라 무기가 생성되는 등 특별한 기능도 있다. 마치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사이보그의 양손이 무기로 변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스캐럽은 살아있는 무기로 외계의 리치 제국이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유전적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하이메의 스캐럽은 리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분리되어 그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 대신 둘은 마치 베놈처럼 공생관계가 되었다. 

노바의 유니폼 (마블)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의 우주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잔다르 행성의 노바 군단의 일원이 되면, 노바 포스라고 하는 특별한 힘을 낼 수 있는 유니폼을 지급받는다. 지구인이지만 노바가 된 리처드 라이더와 샘 알렉산더가 은하계를 광속으로 비행하고 광선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은 다 이 유니폼 덕분이다. 노바 유니폼은 소재부터 특별하다. 옷이 손상되면 스스로 수선하고, 착용자가 직접 디자인을 바꿀 수도 있다. 뇌의 호르몬을 조작해서 기분을 조절하는 독특한 기능도 있다. 헬멧 역시 첨단기능이 탑재되어 있는데, 슈퍼컴퓨터인 월드마인드가 내장되어 여러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가장 특이한 점은 헬멧을 벗었을 때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천의 재질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스틸의 엔트로피 이지스 갑옷 (DC)

이미지: DC 코믹스

강력한 외계인 임페리엑스와 싸우기 위해, 악의 신 다크사이드는 아포콜립스 행성의 첨단 기술과 임페리엑스 탐사대원의 유해를 이용해 새로운 갑옷을 만들었다. 다크사이드는 엔트로피 이지스라는 이름의 이 갑옷을 슈퍼맨에게 입히려고 했지만 그를 믿지 못한 슈퍼맨은 거절했고, 대신 갑옷을 입고 싸우는 히어로인 스틸에게 건넸다. 이 갑옷을 착용하면 우주의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으며 어디라도 순간이동 할 수 있었다. 또한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강력한 다크사이드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엔트로피 이지스는 스틸에게 다크사이드가 갖고 있는 나쁜 힘을 주기 시작했다. 갑옷을 벗기를 거부한 스틸을 슈퍼맨과 친구들이 억지로 떼어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심하게 다친 그는 한동안 어떤 슈트도 입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