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 [워킹데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로버트 커크먼의 원작 코믹스도 신간이 발매될 때마다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좀비에 관한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이 대단하다. 이처럼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마블과 DC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요즘 좀비 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무시무시함이 더욱 커졌다. 하물며 슈퍼파워까지 갖췄다면 어떨까? 마블과 DC의 히어로들이 좀비가 되었다는 오싹한 상상력을 펼쳐낸 작품들을 만나보자.

마블 코믹스의 좀비 시리즈는?

이미지: 마블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좀비 시리즈는 코믹스 [워킹데드]의 로버트 커크먼과 마크 밀러가 기틀을 세웠다. 2005년 평행차원의 세계를 그린 얼티밋 유니버스에 좀비 세계에서 온 판타스틱 포가 공격을 시도했던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 살을 더해 [마블 좀비스] 시리즈로 발전시켰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마블 히어로들이 좀비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모습만 흉측하게 변했을 뿐 지능이나 슈퍼파워는 그대로였기에 손쓰기 어려운 상대였다. 극중 미스터 판타스틱이 자신의 가족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이나, 좀비가 된 스파이더맨이 메이 숙모와 MJ를 공격하는 부분은 충격적이다. 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레베카] [인 더 어스]의 벤 휘틀리 감독이 영화화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지: 마블코믹스

[마블 좀비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후속작이 나왔고, 영화 [이블 데드]와 크로스오버 작품까지 등장했다. 극중 좀비가 된 히어로들은 지구-616, 즉 우리가 아는 그 마블 유니버스로 쳐들어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며 피해를 입혔다. 머리만 남은 좀비 데드풀은 아예 이쪽에 눌러 앉아 마블 유니버스의 데드풀과 함께 모험하는 사이가 되기도.

DC 코믹스의 좀비 시리즈는?

이미지: DC코믹스

이에 반해 DC는 제목에 ‘좀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면서 ‘좀비화’ 된 생명체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마블 좀비스]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먼저 2009년 [블랙키스트 나이트]로 DC 유니버스 전체를 아우르는 좀비 서사를 시작했다. 작품은 죽음과 관련된 우주적 규모의 재앙이 벌어지면서 히어로와 빌런들이 겪는 일들을 그렸다. 그린 랜턴을 비롯한 DC의 많은 히어로들의 설정과 기원을 재정립한 작가 제프 존스는 죽은 자들로만 이루어진 블랙 랜턴 군단을 창조했다. 시신에 남아있는 생전의 기억으로 움직이는 블랙 랜턴은 사실상 좀비와 같으며, 그동안 DC 유니버스에서 고인이 된 인물들이 블랙 랜턴으로 되살아나 친구와 가족들을 공격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그린 랜턴의 일원인 카일 레이너의 죽었던 여자 친구 알렉산드라의 부활씬은 소름 끼쳤다. 알렉산드라는 슈퍼 빌런 메이저 포스에 의해 살해된 뒤 냉장고에 넣었는데, 좀비로 부활해 냉장고 문을 열고 나와 보는 이에게 섬뜩한 공포를 선사했다.

이미지: DC코믹스

DC는 2019년 작가 톰 테일러를 고용해서 DC와 deceased(‘사망한’이란 뜻)를 조합한 새로운 좀비물 [DCeased(이하 DC스트)]도 내놓았다. 다크사이드에게 잡혀간 사이보그가 반생명 방정식(자유의지를 빼앗아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수학공식)과 결합해 새로운 좀비 바이러스가 생성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바이러스는 물려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확산한다. 지구로 돌아온 사이보그를 통해 바이러스가 웹상에 업로드 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버렸고, 휴대폰이나 TV, 노트북을 통해 영상을 보던 이들도 죄다 감염되고 말았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 랜턴, 플래시, 아쿠아맨, 샤잠 같은 히어로들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상황은 더욱 궁지에 몰린다. 특히 좀비가 된 슈퍼맨과 원더우먼의 위협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다. 톰 테일러는 이전 작품인 [인저스티스: 갓 어몽 어스(동명의 게임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 이어 이번에도 슈퍼맨이 적이 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상대인지를 보여준다. 결국 생존자들은 방주를 타고 그린 랜턴 군단의 도움을 받아 지구를 떠난다. [DC스트]는 출간 즉시 평단과 독자, 양쪽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고, 덕분에 5년 후를 그린 속편까지 나왔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상으로 마블과 DC 속 좀비 스토리를 살펴봤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캐릭터의 역사와 특징을 잘 알고 있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친숙한 인물이 위기의 순간에 놓이고 이를 해쳐나가면서 빚어지는 재미와 스릴이, 히어로와 좀비물의 결합을 환영하고 있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공개된 마블의 애니메이션 [왓 이프…?] 트레일러에서도 좀비가 된 캡틴 아메리카의 등장해 이 같은 퓨전 장르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 무더운 날씨로 힘든 요즘, 슈퍼히어로와 슈퍼좀비의 대결에 빠지면서 더위를 날려보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