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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만들어진 영화가 입소문 속에 2021년 한국 극장가에 뒤늦게 문을 두드린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으로 유명한 일라이저 우드와 [해리포터]에서 지팡이 아저씨로 출연했던 존허트의 추리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옥스포드 살인사건]이다.

영화는 천재 대학원생 마틴 (일라이저 우드)이 살인 현장을 최초로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의문의 용의자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기호와 상징이 적힌 편지를 피해자의 친구인 수학자 셀덤 교수(존 허트)에게 보내고 둘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추리를 하게 된다. 추리를 따라가며 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선상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여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와는 다르게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건넨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더 바]와 [야수의 날]의 감독인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수학학 박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수준높은 수학 수준의 문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모든 관객이 주인공의 추리를 따라오게 하기 위함인지 난해한 수학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주인공과 함께 추리를 풀어나가며 재미를 더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철학 논고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틴은 사물은 숫자 규칙의 지배를 받으며 규칙을 발견하면 비밀을 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셀덤 교수는 숫자가 규칙이 아닌 자연의 산물이라고 반박하며 두 사람의 추리에 작은 균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부여하며 보는 이에게 또 다른 흥미요소로 다가온다.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의 결말은 [용의자 X의 헌신]의 어떤 부분이 생각나게 하며, 정의에 대해 여러 고민을 꺼내 놓는다. 비극적 서사를 가지고 있는 악인에게는 면책권이 줄 수 있을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고 말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와 그 지인의 위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작품의 결말은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의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나이브스 아웃]과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추리물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호기롭게 입맛을 당겼던 단서들에 비해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반전에만 매몰된 점이 아쉽지만, 수학과 철학이 어우러진 정통 추리 영화의 분위기에 충분히 매료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