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소중한 여름 방학과 휴가. 그저 할 일 없이 보내기는 아깝다. 그래서 지금 계절과 딱 어울리는 영화를 준비했다. 여름 방학 또는 여름 휴가를 소재로 한 영화 다섯 편을 살펴보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2008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08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힘들어하던 피터가 휴가차 찾은 하와이에서 전 여자친구를 재회하며 펼쳐지는 일을 그린다. 피터는 사라에게 차인 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와이로 떠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리조트에 도착하니 사라와 그의 새로운 남자친구인 올더스가 있다. 리조트 직원인 레이첼도 그를 불쌍하게 여겨 방을 업그레이드해줄 정도다. 이내 피터는 레이첼과 썸을 타면서 드디어 실연을 극복하는 듯싶지만 과거에 대한 미련이 피터와 사라의 발목을 잡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클리셰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더스와 사라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피터는 기억 속 사라와의 연애가 미화됐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핵심은 현재의 행복이다.

사라와 재결합 혹은 레이첼과 연애. 그것도 아니면 빛이 나는 솔로가 될 것인가. 피터의 선택은 영화를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꽃목걸이를 두른 네 명의 흥미진진한 연애를 지켜보면서 하와이에 온 듯한 기분을 느껴보자.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2014
이미지: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꼬마 니콜라](2009)의 속편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은 중매 결혼(?)을 피하려는 니콜라의 깜찍한 작전 수행을 그린다.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가족과 바닷가 마을을 찾은 니콜라.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부모님 친구의 딸인 이사벨이 나타난다. 유달리 그에게 잘해주는 이사벨을 보며 니콜라는 부모님이 둘을 엮으려 한다고 굳게 믿게 된다. 문제는 니콜라에겐 이미 ‘마리’라는 운명의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평화롭던 여름 휴가는 니콜라와 친구들이 중매를 파투 내기 위해 작전을 펼치면서 소란스러워진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사랑스럽다. 우선 이사벨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는 니콜라의 츤데레 면모가 관객의 미소를 자아낸다. 거기에 니콜라가 결혼 상대로 부적합하다고 어필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다. 또한 작품의 배경인 누아르무티에 섬의 시원한 물결과 흥겨운 가장무도회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물론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함과 프랑스의 이국적인 풍광이 작품의 깊이를 채운다. 해외 여행을 가기 힘들어진 요즘, 이 영화로 바캉스를 떠나보자.

추억의 마니

2014
이미지: 이수 C&E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이질적인 푸른색 눈과 허약한 체질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사춘기 소녀 안나가 바닷가 마을에서 마니를 만나 신비로운 일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안나는 여러모로 기존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다르다. 활발하고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었던 이전 주인공들과 달리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다. 거기에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 자격지심까지 갖추었다. 그렇다고 안나가 히로인에 부적합한 것은 아니다. 안나 역시 모험에 가까운 미스터리한 일들을 겪으며 알을 깨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노를 젓고 강을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신비한 금발 소녀 마니와 추억을 쌓아갈수록 안나는 그의 정체에 의문을 품는다. 안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작품 속 현실과 환상의 경계 또한 희미해진다. 여름 방학의 끝자락, 과연 안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브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감동과 반전을 직접 보고 느껴보자.

순정

2016
이미지: 리틀빅피쳐스

한창훈 작가의 단편 『저 먼 과거 속의 소녀』가 원작으로 1991년, 섬마을 다섯 아이의 잊지못할 여름을 그렸다. 다리가 불편한 여주인공 수옥은 뭍으로 유학 간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수옥을 짝사랑하는 범실이 수옥을 업고 다니며 소꿉친구 다섯 명은 즐거운 추억을 쌓는다. 그러나 수옥을 둘러싼 추문과 질투, 오해로 인해 다섯 명의 관계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순정]은 90년대 감성을 잘 살린 영화다. 야외에서 뛰노는 해맑은 아이들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리운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갖은 시련을 제공하면서 긴장감을 부여한다.

막장 드라마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요즘, [순정]은 맑은 호수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자극적인 멜로 작품에 이골이 났다면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순정]을 보자.

푸른 여름 너를 사랑한 30일

2018
이미지: 티비에스

만화 『푸른 여름』이 원작으로,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을 방문한 여고생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리오는 무심한 듯 다정한 긴조를 좋아하지만, 긴조는 도시로 돌아갈 리오를 거부한다.

영화는 순정 만화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했다. 평범한 여고생이 낯선 곳에서 남주를 만나 서로 엇갈리지만 결국 해피 엔딩을 맞는다. 청량감을 물씬 풍기는 포스터가 시선을 잡지만, 있으나 마나 한 조연의 비중과 예상 가능한 전개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작중 갈등이 빠르게 해결되고 작위적인 악역이나 신파가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또한 해바라기, 축제, 불꽃놀이 등 일본의 여름 하면 떠오르는 볼거리가 가득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방학을 맞아 시간이 여유롭다면 이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가 단조로운 일상에 설렘을 더할 것이다.